악마와 미스 프랭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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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이 주어질 중대한 결정이 평범한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싫다. 그런 결정. 오늘 대청소를 하고 나니 좁디 좁았던 방도 넓어지고 깨끗해서 기분도 상쾌하니 좋다. 대청소를 마치고 때목욕을 하고나니 세상에 내가 제일 부자같다. 더 욕심 부릴 것이 없다 싶다. 그런데, 이런 일상에 내가 생각지도 않는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내가 결정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손으로 결과가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정말 싫다. 그런 결정.

그러나, 미스 프랭은 이방인을 만나고 불편한 결정을 요구 받는다. 일주일 내로 마을에서 누군가 살해된다면, 기울어져 가는 마을에 활기를 넣고 마을 사람 모두가 행복해질만한 금괴를 주겠다는 이방인의 제안. 미스 프랭은 그 이야기를 마을 사람에게 해야하고 일주일의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이다. 미스 프랭의 입 밖으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반응, 미스 프랭과의 만남과 대화로 이방인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그물처럼 얽힌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술술 잘 풀려져나간다. 결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네](199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98), [악마와 미스 프랭](2000)이 <그리고 일곱번째 날 3부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시작인 [피에트라..]를 아직 못읽었으니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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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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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음도 좀 그렇고 해서 파울로 코엘료 선생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나는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해주는 두루뭉술한 위로. 세상은 복잡하지만 살아보면 진실은 가까운 곳에 있고, 꼭 '저기'를 가지 않고 '여기'에 만족하면서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법을 알려줄 것만 같은 그런 위로를 책에서 찾고 싶었다. 그래서 빌렸는데, 표지 안쪽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책을 읽기 전부터 알수 없는 누군가의 쪽지 한장이 심장을 무두질하고, 무두질 당한 심장은 자연스레 부들부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거친 마음에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그날, 통닭 포장을 핑계로 생맥주 한잔을 마시는 그 순간에 이 책은 강냉이와 함께 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냥 어디론가 가버리지 않았을까? 여기냐, 저기냐가 중요한게 아니었는데, 뭘 하고 싶은가가 중요한 것이었는데. '선한 싸움'조차 안하고 평이하게 살면서 무슨 고민을 그리도 많이도 끌어 안으며 살고 있는지. 안일한 삶에 적응하며 살다가 나의 본성을 잃어 이리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많은 물음을 하게되었다.

이 책은 파울로 코엘료 선생이 산티아고 길을 걷고, [연금술사] 이전에 써낸 처녀작이라는 사실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알았다. 자신의 삶을 뒤흔들 강렬한 경험이었던게 아닐까 싶다. 20년 만에 산티아고 길을 다시 걸었다는 선생의 이야기를 보며 [제주걷기여행]의 서명숙님이 산티아고길에서 파울로 코엘료 선생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도 그 길 위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꼭 산티아고 길이 아니라도 길 위에서 나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훌륭한 안내자가 있었으면 하지만, 안내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극복하는 걸음을 걸어봐야겠다. 그리고 이 생각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으나 다시한번 종교에 심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종교가 정신건강에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해본다.

빌린 책이라 줄을 그으면서 읽을 수 없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파울로 코엘료 선생의 책을 몇권 더 읽은 후 한꺼번에 구입할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이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 것은 약간 의문이었다. 에세이가 형식이 없다고는 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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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 서른 살의 강을 현명하게 건너는 52가지 방법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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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실수에 너무 큰 자책을 하는 신입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자신의 작은 실수를 크게 생각하고 사람들이 그 실수를 곱씹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 본인이나 상대방이나 참으로 불편하다. 서른이 넘어서도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유아기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과감히 깨주어야 한다. 깨주지 않으면 일에 대한 지적도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울고불다가 결국에는 내 등이 칼을 꼽으니 별 수 없다. 시작할 때 좀 아프더라도 깨주는 수 밖에. 혹시, 아직도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모두 자신에게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꼭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니 난 참 건강한 정신으로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적지 않은 주변사람에게 상처를 줬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해도 100명 중에 25명만 나를 싫어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일일이 붙잡아 물어보진 않았지만 나는 성공한 인생 쪽에 들어가지 않을까?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많은 심각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용 중 1/3 즈음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좀 비척거리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스스로 이정도 살면되지 않겠냐라고 이 책이 나에게 위로해 주는 것 같다. 책을 덮으며 앞으로의 남은 삼십대의 삶도 현명하게 잘 건너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책 상태는 예쁘다. 크게 무겁지도 않고 이 답들은 길지도 않아 잠들기 전이 토막토막 읽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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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기뻐하는 공부법 - 나를 바꾸는 기적의 강화학습 Brain & Study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근아 옮김 / 이아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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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의 뇌는 의도된 게으름 속에서 살고 있었다. 뇌가 움직이기 싫어하는 것인지 마음이 움직이기 싫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늘상 머리 안쓰는 방향으로 행동이 결정된다. 게임이나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참으로 피곤하게 느껴지고 그 재미에 비해서 졌을 때의 쓰라림과 손해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추리소설 같은 것도 마찮가지로 그냥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을 어찌나 꼬아서 복잡하게 하는지, 왜 세상을 이렇게 복잡하게 꼬아놓고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머리 놓은 사람들의 장난질로 내 인생이 복잡한 것을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다.

나는 최근에 제대로 도전을 한 일이 없었다. 늘 안전한 곳으로 향했고 특별히 도전적이거나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피해가거나 어떻게서든 나와 같은 수준의 이야기만 하도록 유도하곤 했다. 피곤할까봐. 주변에서는 내가 늘 뭔가 도전하고 뭔가 저지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수준은 딱 호기심 이상이 될 수 없어서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맺곤 했다. 그러니, 내 뇌는 흥분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고 딱 그 상태로만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장시간 지내다보니, 요즘 책도 잘 안읽히고 심지어는 문자에 대한 해독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 현상을 노화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좀 있기는 했으나, 나는 내 뇌가 쉬다쉬다 잠들고 싶어 하는 상황이 아닐까 의심이 들어, 받아만 놓고 보지 않았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도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을 알아 확 똑똑해져 보려는 욕심(!)이었다.  

이 책의 몇가지 문장이 나의 마음에 제대로 불을 질렀다. 그렇다고 이 책에 번쩍이는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독하게 평범하고 어찌보면 한번쯤 들어봤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아는 말들이 대체로 쓰여 있는데도 나는 이 책을 읽는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공부법이야 스스로 터득해야하는 것이기에 뜬 구름 잡는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는 타임 프레셔로 뇌에 부담을 주라던가 마음 먹은 순간 시작하라는 말, 뛰어난 사람 곁에 있으라거나, 실패를 즐기라는 말은 보자마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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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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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 다섯이다. 아무리 우겨 넣는다고해도 만으로 서른셋이다. 서른이 넘은지 한참이고 마흔을 바라보고 달리고 있으면서도 아직 제 마음하나 정리가 안된다. 자신없는 내 삶의 문제 때문에 마음이 미친년 널뛰듯이 산만한 상태가 도무지 끝날 생각을 안한다.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고 이제 내려 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갈 만도 한데, 턱 밑에 닥친 문제는 되돌림표를 따라 계속 반복된다. 과연 30대 중반의 삶이 서른 초반의 삶과 다를까?  좀더 가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먹이 기다리는 새새끼들처럼 턱을 쳐들고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 섬뜩하다. 오랜 시간을 나누고 내 과거를 다 아는 못보면 죽고 못사는 친구를 이런 저런 사연으로 다 떠나보내고, 그렇다고 모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모가 뭐라도 하나 남겨주실 수 있는 분들도 아니고, 대단한 기술이 있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그렇다고 살붙이고 사는 남편이 있기를 하나,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 넘어 설수 없는 문제들이 징그럽게도 스물스물 밀려온다. 왜 살고 있는거지?  이게 마흔되면 과연 달라지기는 할까? 

이 책을 읽고 내가 살아온 삶을 되짚어 봤다. 뭐가 어디서부터 꼬여서 머리가 이리도 복잡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더니, 문제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 현재의 나인 듯 하다. 아무렇지 않다고 혼자 다짐해도 이미 생겼던 상처는 치유될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시커멓게 몰려오던 일을 다 치르고 난게 겨우 50일 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자꾸 잊는다. 신난다고 널뛰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머리 뒷끝으로 횅하게 내려오는 바람에 마음이 까부라져버린다. 까부라진 마음을 부추겨보지만 마음은 이미 쓸모 없어진 하우스 비닐같이 너덜거린다. 왜 책을 다 읽었는데 치유가 안되는 걸까? 다시한번 읽어볼까? 물었으니 대답을 읽어야 답이 나오려나? 생각은 많이 하게 했지만, 나에게 적용시킬 예를 찾을 수가 없어서 좀 아쉽다. 

책은 평범한 책 디자인과 평범한 편집이다. 2말3초라고 불리는 그때 읽으면 딱 좋을 책 같다. 그런데, 내가 읽기에는 왠지 내가 유통기간이 지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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