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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 잔폰 짬뽕 -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주영하 저 | 사계절 | 300쪽 | 552g | 148*210mm | 2009년 10월 15일 | 정가 : 16,000원
TV에 원조 아구찜 이야기가 나왔었다. 원래의 아구찜은 말린 아구를 썼다는 말이었는데, 나는 말린 아구로 만든 아구찜을 먹어 본적이 없다. 원조는 말린 아구찜이라는 것! 마산 출신과 마산에 가서 아구찜을 먹고온 친구에게 말린 아구로 만든 마산 아구찜을 먹어봤냐고 물어봤으나, 어디서도 원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덧붙여, 요즘은 마산 아구는 없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렇다면, 아귀가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아구찜이 아직까지도 토속음식으로 불려야 할까? 저자는 음식 문화의 역사를 따라 이어가며, 그 현재와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글을 이 책에 썼다.
차폰(중국), 잔폰(일본), 짬뽕(한국)의 음식을 따라가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나의 작은 경험들과 뒤섞여 재밌게 읽혔다.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라는 17세기 네덜란드를 재현한 테마 파크에 간적이 있었다. 그때 밖으로는 나갈 수 없으나, 먹고 싶은 욕구는 참을 수가 없기에 테마 파크 내의 식당에서 맛본 나가사키 짬뽕은 칼칼한 시원함과는 거리가 먼 구수한 맛이었다.
왜 같은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으나,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궁금하면 책을 읽어야 함. 안가르쳐 줌.^^). 짬뽕처럼 음식이 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교류와 이동에 따라 교통의 발달로 인한 식자재의 유통에 따라 움직이고, 그 지역에 맞게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작년에 일본 도쿄에 갔을 때, 가부키쵸 한귀퉁이에서 한국식 중화요리집 간판을 발견했다. 중화요리면 분명히 중국음식인데, 한국식이라니 재밌지 않나?
때로는 권력자의 욕심들 때문에 지역의 음식이 바뀌기도 하고, 현지에 나지 않는 음식이라도 오래 전에는 유명한 음식이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토속음식이 되고, 사실은 흔하지 않은 음식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유명세를 타면서 그 지역의 음식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이 큰 그림을 어찌 짜 맞춰보나라는 생각을 하며,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문헌으로 정확하게 적혀있지 않은 음식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왠지 멋져 보였다.
동아시아의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나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마음이 갑갑하기도 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음식 이야기들은 느닷없이 '뭘 먹고 살아야하나', '옥상에다가 밭이라도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인은 비벼먹지 않는단다. 일본에 갔을 때 카레집에 몇번을 갔는데 왜 몰랐을까?
다음에 가게되면 관찰도 해보고 비비지 않고 떠먹으면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봐야겠다.
(꼭, 체험해 보기 위해 여행가야겠다. 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