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광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도쿄 일기 & 읽기
김정운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김정운 저 | 프로네시스 | 327쪽 | 518g | 153*224mm | 2007년 06월 10일 | 정가 : 13,000원



저자의 의문들, 

왜 일본 만화에 나오는 여자는 항상 하얀 빤스를 살짝 보여주는가?
왜 세계에서 성관계 횟수가 가장 적은 일본에 러브호텔은 그렇게 많은 것일까?
왜 할머니가 넘어져도 냅다 달려가 "대장부(大丈夫)입니까(다이조부데쓰까)?"라고 물어보는가?
왜 목욕탕에서 일본 남자들은 꼭 사타구니를 가리는가? 그래도 다 보이는데..
왜 일본식 불륜 영화에서는 꼭 기차가 나오는가?
왜 일본 남자들은 그토록 큰 가슴에 집착하는 것일까?
왜 일본 전통 여관에서는 이불을 깔아줄까?

왜 일본의 책은 아직도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도록 되어 있을까?

이 의문들을 읽으며 이 발랄함을 어찌해야할지 잠깐 난감했다. 하지만, 나도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다. 일본 온천에 갔을 때 수건으로 몸을 '꼭' 가리라는 주문과 여고생의 하얀 빤스를 보고 싶어 일본에 간 친구와 동행한 일, 아직도 세로줄로 되어 있는 일본의 책들은 정말 왜 그런지 궁금했다. 오사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염없이 길었던 그 사설들이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그런지 몹시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여행하면서 길에서 접했던 약간 이해 안되던 일들이 머리가 주억거려지면서 뭔가 알 듯도 하다.

나는 저자의 전달 방식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전에 읽었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보여줬던, 그 발랄하게 까발려진 이야기들은 '너도 사실은 그런데 입 밖으로 이야기 하지 못했었지?'라고 말하는 듯 시원하다. 자신의 욕망을 알고 그 욕망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저자의 이런저런 의문들이 심리학 지식으로 펼쳐지며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전혀 어렵지 않고 잘도 읽힌다.

이제는 신주쿠교엔의 무슨무슨 식의 정원들을 하염없이 걸었을 때의 어이없음도, 새벽부터 야스쿠니 신사 앞을 맹렬하게 달리며 참배하던 청년도, 내가 일본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데도 하염없이 설명하던 매장직원도, 분명 일본인데 무슨 네덜란드처럼 꾸며놓고 네덜란드 인 척 하는 놀이공원도, 다 보이면서 안보이는 척 가리면서 목욕하는 일도 '니들이니까 그런게 가능한거야'라며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나의 의문이 풀려나가는 경험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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