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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플레이트 - 세계를 감동시킨 기계 인간의 모험
폴 기난 & 아니나 베넷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 여름 배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한 일이 있다. 그 전해에 디스크로 누워 있으면서도 누워서 책 주문해 읽었던 경험이 있기에 작은 아이폰
화면으로 결재하는 불편을 덜 겸해서 미리 이런저런 책을 주문하여 입원 할때 가지고 갔다. 오랜 입원도 아니고 급작스러운 입원도
아닌지라 수트케이스에 내가 내 짐을 싸서 입원하는 기분은 남달랐다. 특히나 환자복입고 올컬러 로봇 역사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내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몇일 간의 단식 때문에 이 책의 무게 1kg을 감당하지 못하는 굵기만하고
허약한 팔을 원망하게 되었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쓸리고 땡기고 아픈 수술 부위를 참아내며 퇴원 전에 다 읽고 나왔다. 여러가지 악조건을
무릅쓸만큼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로봇이 이야기로 1893년에 아치볼트 캠피언 교수가 발명한 기계인간, 보일러플레이트의 이야기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분명 그렇다. 직립보행 로봇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두 발로 걷는다고 하더라도 기계인간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로봇들 뿐이지 않나. 그런 로봇이 없으니 일본 영화 [로봇G]에서는 사람이 로봇옷 안에 들어가 있질 않나. 그런데 1893년에
직립보행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라니! 믿을 수 있나?
그 시대에 로봇을 만들 상상을 한 사람은 누굴까? 보일러플레이트를 만든 아치볼트 캠피언에게는 릴리라는 누나가 있었고 누나는 열린 사고를
지닌 휴 W.매키라는 해군장교를 만나 결혼한다. 아치는 결혼 전부터 휴를 친형처럼 사랑했다. 그러나 휴는 낯선 땅 조선으로 배치되었고,
1871년에 신미양요-미국이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조선을 개항시키려고 무력 침략한 사건-에서 목숨을 잃는다. 휴의 죽음 릴리 뿐만 아니라 아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어
아치가 인간 병사를 대신할 기계를 발명하는 데 재능을 쏟는다. 휴를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카고 대화재에서 부모를 여읜다. 온전히 누나와
단둘이 남은 아치에게 누나는 여러가지 많은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은 보일러플레이트의 인간적인 면으로 이어진다.
보일러플레이트는 1893년 컬럼비아 만국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실종된 연합군 병사를 찾아 아르곤
숲으로 홀러 걸어 들어간 후 종적을 감추기 까지, 세계를 돌며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기록을 남기며 환상적인 모험을 펼친다. 격변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역사적 현장들 속에 희미하게 자취만을 찾을 수 있을 뿐, 설계도와 어떤 부품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기에 다시 만들어지지
못했다. 남극에 가기도 하고 다양한 모험과 탐험에 앞장 섰으며, 여러가지 전쟁에 참여 했다. 인간을 대신하여 황금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위험한 파나마
운하 건설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보일러플레이트가 의도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동 노동자들에 대한 루이스 하인의 사진들로 아동 노동 착취를 고발하게 되기도 하고 릴리의 영향을
받아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지만, 흐름을
흐림없는 시선으로 보는 듯 하고 그 결과가 따뜻한 쪽으로 흐른다. 로봇이 살던 시대의 배경을 이해하고 있지 못해 로봇의 행동과 성격에 대해
규정할 수는 없지만, 로봇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소개에는 이의가 없다.
책 상태는,
정말 좋다. 올 컬러로 빽빽한 자료구성은 놀랍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수 없는 이 책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증거하는 자료들에 매료된다. 사진, 만화, 펜화, 기사, 포스터 등으로 표현된 자료는 놀랍다. 다 읽고 나면 보일러플레이트의
존재를 믿게 된다. 보일러플레이트의 생김새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과 20세기 초 회회를 비롯해 건축, 조각, 공예 등의
큐비즘 작품들에 영향을 주었다는데 어떻게 안믿을 수가! 똑같잖아. 양철 나무꾼!!
책 편집도 훌륭하다
마지막에는 보일러플레이트의 연대표와 주석 그리고 찾아보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