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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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안 읽은데다가 주변에서 편견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디가 삐딱한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구절구절 옳은 말이구만 뭘 이런걸 책으로 쓰고 그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가 생각해 보니, 내가' 삐딱해도 괜찮아'라고 위로 받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미 스스로의 경험과 삽질로 알게 된 나이보다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읽으면 참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글, 위로가 될만한 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저자의 책을 다 읽은 후, 첫번째 한 일은 내가 쓴  [아낌없이 주는 나무] 리뷰를 찾아 보는 일이었다. 어렸을 적 성당에 다니면서 그 책을 읽었을 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랑을 해야된다고 강요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다 주고 아무것도 안남은 나무처럼 살라는게 좀 씁쓰름했던 것 같기도 했다. 소년이 참 염치없다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 생각을 말로 내 놓을 수는 없었다. 작가의 글을 읽고 다르게 생각해 보면 발전하고 있는 소년과 다르게 한 자리에 바라기 하고 있는 나무도 딱히 옳아 보이지는 않는다. 돌아갈때마다 반색을 하는, 나에게 희생당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과연 마음이 편할까?  부담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어떤 관계든 적당히 신세지기도 하고 신세 갚기도 하면서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 옳지 한쪽에서반 배푸는 애정은 부담스럽다. 삶을 살아보니 삶이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고 내 마음이지만 모두 내 마음 같지는 않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지 않나?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하다. 찾아보니 내 리뷰는 없었다.

 

어렸을 때 접한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교훈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이야기의 내용을 알려주거나 읽힌 후에 이야기의 교훈은 뭐라고 정해준다. 문장을 달리 생각해 볼 여지를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누군가가 알려준 교훈을 뒤로 미루고 이야기의 등장한 모두의 자리에 앉아 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약에 내가 나무인데 그렇게 행동했다면 스스로와 소년에게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내가 소년이라면 자신과 나무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듯 하다. 이야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들어가 눈 높이를 맞춰 보는 일. 그게 작가가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이 되어보면 그 등장인물의 사정이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는 법 아닌가. 그 눈높이에서 편견을 들어낸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시선이 달라서 괜찮은 책이다. 내 취향에는 책 전반부 보다는 뒷쪽에 흥미로운 글이 더 많았다. 그러나 한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느라 호흡이 짧은 것이 안타깝다. 호흡이 긴 책을 기다려 보련다.

 

책 상태는,

한마디로 별로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삐딱하다"라는 말은 한쪽으로 기울어져있거나 마음과 생각이 바르지 비뚤어져 있다고 할때나 쓰는 말인 '비딱하다'의 쎈 표현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어디를 봐도 삐딱하다는 느낌보다는 독특하고 다른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에 배꼽이 훌렁 나올 정도로 물구나무 서 있는 표지가 과연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뒤집어져도 괜찮아 정도까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덧붙여, 삽화는 할말을 잃게 만든다. 내가 삽화에 까막눈이라 못알아 보나 싶어서 삽화가의 평소 작업을 검색하니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책에 과연 삽화가 필요했을까? 글이 이렇게 명확한데 무슨 삽화가 필요할까?  내 눈에는 예쁘지도 않고 뭔가 음침해 보이는 삽화가 중간중간 튀어나와 책 읽기에 거슬린다. 작가는 예쁘지만, 작가가 내는 책이 내 눈에 다 예쁘긴 틀린 듯 하다.

맺는말에 저자가 읽어 도움이 된 책을 열거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도대체 이 많은 이야기는 어디서 찾아낸 것인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눈이 밝아지는 것 같고 몇가지 찾아보고 싶은 책도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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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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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은 이 책 덕분에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게 되었다면서 이 책을 추천했다. 책 소개 하는 책 중에 옥석을 가려준 지인에게 감사하며 읽게 되었는데, 여러가지 책을 섞어 이야기 하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이야기가 연결되어 보기좋고 읽기도 좋고, 책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온다. 강독회의 성격이었던 것을 글로 옮긴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감탄하게 된다. 강독회를 들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 읽기에 답이 있을까?

이렇게 읽어라 저렇게 읽어라 하는 방법론 중 한 책을 최근에 읽고 참 못난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책에 실망한 까닭에 오래 전에 읽고 책장에만 꼽아 두었던 이 책이 떠올랐다. 저자는 책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앞선 생각들, 경험들, 그리고 자신이 느꼈던 느낌들을 되살려 낸다. 책 이야기가 책 이야기 만은 아닌 것이다. 이야기는 차분하고 쉬운 말로 설명하여 분명, 읽고 있는데도 듣는 듯하다. 나에게는 책 읽는 시야를 넓혀준 책이다. 그리고 지인들과 책 한가지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이야기에 연결되어 이런 저런 책 이야기도 가능하고 더 넘어가서 다른 책으로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책이 아닌가 한다. 내가 이미 읽었던 책과 저자의 독서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저자의 느낌을 읽으며 나도 그랬을 것이라고 상상해 봤지만 10년 전쯤에 내가 쓴 리뷰를 찾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뭘 느끼긴 느꼈던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뭘 느꼈는지 알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 후 전보다는 문장을 꼼꼼하게 읽게 되었는데, 줄 긋고 표시하고 책을 다 읽은 후에 그 부분만 다시 읽어보는 맛도 생각보다 괜찮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설피 읽는 독서를 하는 터라 오독이 여전하다. 책 읽는 것이 무조건 공부나 자기 개발과 발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책 읽은 지식이 켜켜히 쌓여 더 즐거워지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번역이 잘못되었다고-읽기 힘들다는 이유로- 타박만 했지 어떤 사람이 번역을 잘 하는가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었다. 잘 읽히면 넘어가고 안 읽히면 타박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역자에 대한 생각이라니!  무엇보다 김화영 선생을 알게 된 것은 큰 성과였다.

 

책상태는,

몹시 좋다. 더할나위 없이 좋다. 공들여 편집한 듯 보인다. 독서에 길을 잃었다면 읽으며 재미도 있고 길도 찾고 생각도 하게될 좋은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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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사계절 만화가 열전 2
최규석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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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면 군말 없이 사게 되는 몇 작가가 있다. 최규석이 그렇다. 만화가 나올때마다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린 듯 한 그림체와 다른사람의 시선과 묘하게 위치가 다르면서도 선명하고 따뜻한 시선을 갖은 작가이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송곳"이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데, 그 연재를 보면 송곳으로 찔리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맛이 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 '감상을 쓰지 못한 책들의 책꽂이'에서 꽂혀 있다가 최근 다시 꺼내 들었다.

 

저자 서문을 읽다가 문득,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제목이 떠올랐다. 내 손에는 들어왔었으나 내 상식으로 아픈 것을 강요하는 것은 변태들이나 할 짓이라는 생각에 안읽었었는데 그 제목이 생각나며 우리는 너무 강요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살고 있으니 알겠지만, 인생 어짜피 다 아프다. 살면 당연히 아픈걸 청춘이라고 인정하면서 살으란 말인가?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지 청춘이라고 아픈게 당연하다니, 고통 강요 문화는 옳지 않아고 생각한다. 왜 힘없는 사람에게만 자꾸 아픈 것은 덜 노력해서, 덜 공부해서, 덜 애쓰니까라고 자꾸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치즈가 사라지면 왜 찾아야 하며, 오체가 불만족인데 왜 웃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극복과 성공은 그것으로 축복하고 감사하는 걸로 하고, 그러니까 니들도 반성하라고 참으라고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TV없이 산지 10개월이 넘고나니 가끔 식당에서 보게되는 TV프로그램 내용을 보며, 섬뜩한 강요를 자주 보게된다. 자주 접하면 강요도 자연스러울 수 있으니 TV부터 끊을 일이다.

 

이 책에는 여러개의 우화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갑옷을 입고 있는 "갑옷도시"에 갑옷을 입지 않은 남자가 하늘에서 곧 물이 쏟아지니 갑옷은 쓸모 없어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그 예언이 맞는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녹슨 갑옷을 벗고 나왔으나, 노인이 삶의 지혜를 전하려는 순간 녹슬지 않은 갑옷 광고를 보고 흩어져 버린다.

"불행한 소년"은 천사에 말에 따라 모든것을 참고 용서하며 열심히 살지만, 결국 혼자 가난하고 외롭게 죽게되면서 천사를 죽여버린다. "가위바위보"는 사회의 규칙을 지키다가 주먹 밖에 낼 수 없는 사람에게 가위바위보로 공평하게 의사를 정하란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괴물들이 사람을 흉내내며 친구가 되려니까, 분노하다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괴물", 연대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기회가 있었는데도 시샘하다가 남 좋은 일만 시칸 "농장의 일꾼"과 똑같은 일을 하는 원숭이에게 차등을 주어 밥을 주니 둘이 경쟁하다 하나만 남게 되는 "원숭이 두마리"는 다른 이야기지만 닮을 꼴이다. 다른 것을 배척하다가 스스로 망해버린 "어떤 동물", 확인되지도 않는 정보를 자신들의 멱살을 잡은 고양이에게 듣고서 스스로 희생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흰쥐"는 너무 현실적이라 섬뜩했다. 그리고, 흰염소와 흑염소가 있는 곳에서 서로를 지키며 살고 있다가 늑대가 흰 염소만 잡으니, 흑염소는 흰염소를 외면하고 결국 흑염소만 남게된다. 늑대들은 이제 사냥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대장 늑대는 이제 흑염소끼리도 잡히는데는 다른 사유가 있어서 잡혔을 것이라 생각하고 대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섬뜩한 이야기 "늑대와 염소"는 조금 다르다고 편 가르다가 더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샘내다가 죄다 쑥쑥 자라다보니, 숲에 빛이 들지 않아 다 죽게 생긴 "숲" 이야기 등, 서로 돌보고 위하고 나누면 안생길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화라는게 대부분 쉽고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형식이지만, 갖다 붙이기에 따라서 여러가지로 발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우화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아프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말랑말랑한 이야기인 반면에 최규석의 우화들은 기존의 우화와는 다른 느낌이다. 각 이야기의 화살의 방향이 달라 사회로 쏘기도 하고 조직에게 쏘기도 하고 어리석은 자신들에게 쏘기도 한다. 현실의 세상에 여기 끼워도 저기 끼워도 어디든 잘 맞을 내용의 우화들이다. 이 우화 중 일부는 어린이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하던 것이란다. 애들한테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읽혀도 되나 싶다.

 

책 상태,

생각보다 몹시 가볍다. 처음 읽으면 살짝 속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야기마다 다른 그림은 볼만하다만 '이 손바닥만한 책을 13,000원에 양장으로 해서 팔다니 이제 명성을 등에 업고 대충 만들어 팔며 거들먹거리는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분해서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뭔가 찡한 느낌이 오고, 세번쯤 읽으면 역시 최규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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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플레이트 - 세계를 감동시킨 기계 인간의 모험
폴 기난 & 아니나 베넷 지음, 김지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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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배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한 일이 있다. 그 전해에 디스크로 누워 있으면서도 누워서 책 주문해 읽었던 경험이 있기에 작은 아이폰 화면으로 결재하는 불편을 덜 겸해서 미리 이런저런 책을 주문하여 입원 할때 가지고 갔다. 오랜 입원도 아니고 급작스러운 입원도 아닌지라 수트케이스에 내가 내 짐을 싸서 입원하는 기분은 남달랐다. 특히나 환자복입고 올컬러 로봇 역사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좋았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내 상상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몇일 간의 단식 때문에 이 책의 무게 1kg을 감당하지 못하는 굵기만하고 허약한 팔을 원망하게 되었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쓸리고 땡기고 아픈 수술 부위를 참아내며 퇴원 전에 다 읽고 나왔다. 여러가지 악조건을 무릅쓸만큼 흥미롭고 재밌는 책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로봇이 이야기로 1893년에 아치볼트 캠피언 교수가 발명한 기계인간, 보일러플레이트의 이야기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분명 그렇다. 직립보행 로봇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두 발로 걷는다고 하더라도 기계인간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로봇들 뿐이지 않나. 그런 로봇이 없으니 일본 영화 [로봇G]에서는 사람이 로봇옷 안에 들어가 있질 않나. 그런데 1893년에 직립보행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라니! 믿을 수 있나?

그 시대에 로봇을 만들 상상을 한 사람은 누굴까?  보일러플레이트를 만든 아치볼트 캠피언에게는 릴리라는 누나가 있었고 누나는 열린 사고를 지닌 휴 W.매키라는 해군장교를 만나 결혼한다. 아치는 결혼 전부터 휴를 친형처럼 사랑했다. 그러나 휴는 낯선 땅 조선으로 배치되었고, 1871년에 신미양요-미국이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조선을 개항시키려고 무력 침략한 사건-에서 목숨을 잃는다. 휴의 죽음 릴리 뿐만 아니라 아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어 아치가 인간 병사를 대신할 기계를 발명하는 데 재능을 쏟는다. 휴를 잃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카고 대화재에서 부모를 여읜다. 온전히 누나와 단둘이 남은 아치에게 누나는 여러가지 많은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은 보일러플레이트의 인간적인 면으로 이어진다.

보일러플레이트는 1893년 컬럼비아 만국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실종된 연합군 병사를 찾아 아르곤 숲으로 홀러 걸어 들어간 후 종적을 감추기 까지, 세계를 돌며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기록을 남기며 환상적인 모험을 펼친다. 격변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역사적 현장들 속에 희미하게 자취만을 찾을 수 있을 뿐, 설계도와 어떤 부품을 썼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기에 다시 만들어지지 못했다. 남극에 가기도 하고 다양한 모험과 탐험에 앞장 섰으며, 여러가지 전쟁에 참여 했다. 인간을 대신하여 황금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위험한 파나마 운하 건설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보일러플레이트가 의도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동 노동자들에 대한 루이스 하인의 사진들로 아동 노동 착취를 고발하게 되기도 하고 릴리의 영향을 받아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지만, 흐름을 흐림없는 시선으로 보는 듯 하고 그 결과가 따뜻한 쪽으로 흐른다. 로봇이 살던 시대의 배경을 이해하고 있지 못해 로봇의 행동과 성격에 대해 규정할 수는 없지만, 로봇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소개에는 이의가 없다.

 

책 상태는,

정말 좋다. 올 컬러로 빽빽한 자료구성은 놀랍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수 없는 이 책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증거하는 자료들에 매료된다. 사진, 만화, 펜화, 기사, 포스터 등으로 표현된 자료는 놀랍다. 다 읽고 나면 보일러플레이트의 존재를 믿게 된다. 보일러플레이트의 생김새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과 20세기 초 회회를 비롯해 건축, 조각, 공예 등의 큐비즘 작품들에 영향을 주었다는데 어떻게 안믿을 수가! 똑같잖아. 양철 나무꾼!!

책 편집도 훌륭하다 마지막에는 보일러플레이트의 연대표와 주석 그리고 찾아보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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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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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창 남들이 안보는 영화를 찾아 다니던 시절이어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로도 왠지 뿌듯함이 있었던 듯 하다. 그때는 분명 허영이었으나 그 허영들이 최근의 나에게는 세상을 보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듯 하여 좋다.

그때는 황량한 분위기와 경직된 마르티네와 필리파 자매, 그리고 이상한 이웃들과 더불어 바베트가 왜 가정부로 들어가 묵묵하게 살아내는지를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베트가 차려내는 만찬의 모습에 넋을 놓았었고 이 영화는 나에게 밥상 영화로 기억되고 있었다.

 

조그만 마을에 유행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고 있는 마르티네와 필리파 자매가 있었다. 자매의 아버지는 독실한 교파를 일군 목사이며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자매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에도 그 마을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남아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도 젊은 시절은 있어, 언니 마르티네는 청년 장교의 사랑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필리파는 아실 파팽이라는 유명한 가수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가난한 살림에 빠듯하게 마을 사람들을 돌보던 자매에게 잊고 있었던 과거가 찾아온다. 가수 아실 파팽이 프랑스 여인에게 편지를 들려보내는데, 혁명 와중에 가족을 잃은 이 편지를 들고온 바베트를 받아달라는 편지였다. 두명 살림으로도 빠듯한 자매는 거절하지만, 바베트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바베트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 십여년을 살다가 만프랑 짜리의 복권이 당첨되고, 자매의 아버지 목사의 탄생 100주년 생일 만찬을 자신이 준비하겠다고 하고, 근사한 만찬을 차려 낸다.

 

이야기는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바베트는 프랑스 일류 요리사였다. 최고급 요리를 만들고 고위층 사람들의 식탁에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그러나 밥벌이와 상관없이 혁명의 불씨를 품은 여인이다. 그 바베트에게 두 자매는 자신들의 요리법을 가르친다. 프랑스인인 바베트의 낭비가 염려되는 두 자매는 요리법을 아주 꼼꼼하게 가르친다. 바베트가 부엌을 장악한 후, 자매의 집에는 한 사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대가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난다. 바베트는 서툰 말에도 불구하고 상인과 흥정하고 변변치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살다가 복권에 당첨되는데, 복권에 당첨된 바베트를 보며 자매는 축하하지만 바베트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한다.

목사 탄생 100주년프랑스 만찬을 준비하겠다며 재료를 구하러 떠났던 바베트가 자매로써는 용납할 수 없는 식재료를 집에 들임으로써, 자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거북이 같은 식재료에 깜짝 놀라 평생 단촐한 식탁만 맞이했던 자매는 용납할 수 없는 악마의 요리들이 나올 것겉어 두려워한다. 자매들은 두렵지만 자신들이 준비를 허락했으니 바베트를 말릴 수도 없다. 목사의 사망 이후 반목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자매는 바베트의 음식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자매의 뜻을 받들어 음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자매를 포함하여 모두 천재 요리사 바베트의 만찬에 매료된다. 그때 중요한 역활을 하는 사람이 마르티네를 사랑했던 청년 장교로 이제는 중년의 장군이 된 사람이다. 바베트의 요리를 맛본적이 있는 장군은 그 진귀한 요리에 끊임 없이 감탄한다.  늙은 신도들은 마지막까지 맹세를 되새기며 묵묵히 음식을 즐기게 된다. 먹을수록 분위기는 온화해지고 사람들의 관계는 회복되고, 잊혀지고 햘퀴었던 사랑은 다시 불을 밝힌다. 바베트는 만프랑을 식재료 구입에 다 쓰고, 만찬을 준비한 열기가 남은 부엌에서 자신을 위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자매는 만프랑을 식대로 썼다는데 놀라지만, 바베트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기뻐하면서바베트의 행운을 자신들이 먹어 버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돌아갈 수 없지만, 한번이라도 열정으로 자신을 다시 불태워보고 싶었던 바베트의 마음을. 이야기는 간단하나 곱씹을 수록 할말이 많은 소설이라는 생각과 그 조용한 와중에 사람들의 삶을 되짚어 보면 연상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 이 소설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책 상태는,

가로 편집으로 문학동네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명작 시리즈 중 하나이다. 절제된 문장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그림이 좋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도 함께보면 더 좋을 듯 하다. 부엌과 만찬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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