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창 남들이 안보는 영화를 찾아 다니던 시절이어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로도 왠지 뿌듯함이 있었던 듯 하다. 그때는 분명 허영이었으나 그 허영들이 최근의 나에게는 세상을 보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듯 하여 좋다.

그때는 황량한 분위기와 경직된 마르티네와 필리파 자매, 그리고 이상한 이웃들과 더불어 바베트가 왜 가정부로 들어가 묵묵하게 살아내는지를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베트가 차려내는 만찬의 모습에 넋을 놓았었고 이 영화는 나에게 밥상 영화로 기억되고 있었다.

 

조그만 마을에 유행과는 전혀 무관하게 살고 있는 마르티네와 필리파 자매가 있었다. 자매의 아버지는 독실한 교파를 일군 목사이며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자매는 아버지의 사망 이후에도 그 마을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남아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도 젊은 시절은 있어, 언니 마르티네는 청년 장교의 사랑을,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필리파는 아실 파팽이라는 유명한 가수의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가난한 살림에 빠듯하게 마을 사람들을 돌보던 자매에게 잊고 있었던 과거가 찾아온다. 가수 아실 파팽이 프랑스 여인에게 편지를 들려보내는데, 혁명 와중에 가족을 잃은 이 편지를 들고온 바베트를 받아달라는 편지였다. 두명 살림으로도 빠듯한 자매는 거절하지만, 바베트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바베트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 십여년을 살다가 만프랑 짜리의 복권이 당첨되고, 자매의 아버지 목사의 탄생 100주년 생일 만찬을 자신이 준비하겠다고 하고, 근사한 만찬을 차려 낸다.

 

이야기는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바베트는 프랑스 일류 요리사였다. 최고급 요리를 만들고 고위층 사람들의 식탁에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 그러나 밥벌이와 상관없이 혁명의 불씨를 품은 여인이다. 그 바베트에게 두 자매는 자신들의 요리법을 가르친다. 프랑스인인 바베트의 낭비가 염려되는 두 자매는 요리법을 아주 꼼꼼하게 가르친다. 바베트가 부엌을 장악한 후, 자매의 집에는 한 사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대가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난다. 바베트는 서툰 말에도 불구하고 상인과 흥정하고 변변치 않은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살다가 복권에 당첨되는데, 복권에 당첨된 바베트를 보며 자매는 축하하지만 바베트가 떠날까봐 전전긍긍한다.

목사 탄생 100주년프랑스 만찬을 준비하겠다며 재료를 구하러 떠났던 바베트가 자매로써는 용납할 수 없는 식재료를 집에 들임으로써, 자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거북이 같은 식재료에 깜짝 놀라 평생 단촐한 식탁만 맞이했던 자매는 용납할 수 없는 악마의 요리들이 나올 것겉어 두려워한다. 자매들은 두렵지만 자신들이 준비를 허락했으니 바베트를 말릴 수도 없다. 목사의 사망 이후 반목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자매는 바베트의 음식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은 자매의 뜻을 받들어 음식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자매를 포함하여 모두 천재 요리사 바베트의 만찬에 매료된다. 그때 중요한 역활을 하는 사람이 마르티네를 사랑했던 청년 장교로 이제는 중년의 장군이 된 사람이다. 바베트의 요리를 맛본적이 있는 장군은 그 진귀한 요리에 끊임 없이 감탄한다.  늙은 신도들은 마지막까지 맹세를 되새기며 묵묵히 음식을 즐기게 된다. 먹을수록 분위기는 온화해지고 사람들의 관계는 회복되고, 잊혀지고 햘퀴었던 사랑은 다시 불을 밝힌다. 바베트는 만프랑을 식재료 구입에 다 쓰고, 만찬을 준비한 열기가 남은 부엌에서 자신을 위한 와인을 따라 마신다. 자매는 만프랑을 식대로 썼다는데 놀라지만, 바베트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 기뻐하면서바베트의 행운을 자신들이 먹어 버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돌아갈 수 없지만, 한번이라도 열정으로 자신을 다시 불태워보고 싶었던 바베트의 마음을. 이야기는 간단하나 곱씹을 수록 할말이 많은 소설이라는 생각과 그 조용한 와중에 사람들의 삶을 되짚어 보면 연상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 이 소설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책 상태는,

가로 편집으로 문학동네의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명작 시리즈 중 하나이다. 절제된 문장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그림이 좋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도 함께보면 더 좋을 듯 하다. 부엌과 만찬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