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헤교씨 세트 - 전5권
김선희 외 지음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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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기홍 글/김선희 그림 | 해든아침 | 208쪽 | 430g | 2006년 05월 17일 | 정가 : 27,500


열자마자 알아버렸다. 한창 만화방을 열심히 다닐 즈음 추천 받아 읽었던 그 만화였다. 그러나 다섯권을 셋트로 샀으니 읽었었데도 다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잡자마자 5권을 한꺼번에 다 읽고야 말았다. 완전 몰입형 만화 같으니라구!

소씨 집안에 태어나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지만, 뭔가 많이 부족하게 자란 헤교의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생각으로 읽었던 것 같다. 부모가 돈만 많아도 부러워 죽을 지경이었을 때가 있었으니, 지나치게 똑똑하여 자신을 찾겠다고 나서서 좋은데 시집만 가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그 작은(?) 소망하나 못들어줄까 싶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으니 사람의 마음도 읽힌다. 한 없이 가로막히기만 하는 헤교의 속상한 마음과 부모의 죽음을 보고 또 하나의 부모를 잃은 상칠이의 마음, 그리고 밑도 끝도 없어 보이던 아버지의 어렸을 때 받은 상처 받은 마음과 그 아들들의 상실감까지 말이다. 삶의 문제와 돈 놓고 돈 먹기의 세상, 내가 설핏 경험했던 IT 세상보다 더 훨씬 열악한 게임 시장의 이야기도 마음에 남는다. 게임은 거의 하지 않지만,  불법복제는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책 상태 훌륭하다. 그림도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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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신부 6
말리 지음 / 길찾기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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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말리 글,그림 | 허브(HERB) |  2004년 07월 20일 | 정가 : 5,500원



민들레밥집에 기부하겠다고 행사를 벌여 놓고 내가 괜히 좋아라 하며 이것저것 다량 구입한 것 중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 있었다. 보내주신 이는 그 책이 좀 더러워졌다고 이 책을 얹어 보내주셨다. 아직도 내 눈에는 어디가 더러워졌는지 알 수가 없지만, 고마운 마음에 받아 읽고, 읽은 후에는 고마운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 아직도 완결이 안된 이 재미있는 만화책을 나에게 보낸 그 사람의 저의가 무엇인지 괜히 그이의 블로그 들어가서 한번 찐하게 째려봐주고야 말았다. 너무 재밌잖아요! 흥! 

딸이 죽어도 마을에 발이 묶여 떠나지 못했던 무당 할머니와 같이 살던 귀여운 아이가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용신님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이 대담한 아이는 세상의 아이들과 만나길 꿈꾸면서 자랐지만, 무당의 가족이기 때문에 아이들 세상에 발을 디딜 수 없게되었다. 그래서 아이는 덤덤한 표정의 여자아이로 자랐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할 이 아이의 예견되어지는 자칫 험난해질 수 있는 인생을 상상해보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완결 안된 시리즈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는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나머지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고 있다가 결국 나머지 나온 책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6권은 그나마 품절이라 헌책방까지 뒤지게 될 줄이야.

낮에 마음에 소나기 맞았지. 가는 길에 진짜 소나기 만났지. 아주 엉망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책이 도착해 있었다. 어떻게 유혹을 물리친단 말인가! 이것저것 해놓고 다 읽고나니 한시 반. 몇 군데에서 눈물콧물 쏟아내고 기운 없어 누웠는데, 물이꺼진 내 방 안에 도깨비들이 날아다닌다. 잠이 안왔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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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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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해준 것도 아닌데,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이야기 전개를 예상해 버렸다. 남들은 깜짝 놀랄 일에 나는 그러려니해버리고야 말았다. 그렇다고해도 책의 재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새엄마와 의붓아들 간의 사랑 이야기로 아들 알폰소의 새엄마 루크레시아에 대한 찬양이 주된 내용이다. 새엄마 루크레시아는 리고베르토와 결혼하여 행복하다. 결혼하기 전에 결혼생활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의붓아들 알폰소가 생일 선물로 써준 편지에 감동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과 애정의 갈구, 관음, 욕망, 그리고 형식들이 그림이야기와 맞물리며 기묘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과 그 욕망을 크게만들 유혹에 대한 이야기가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처럼 자신의 아내를 뽐내고 싶어하는 리고베르토의 찬양, <목욕 후의 디아나>에서 보여지는 루크레시아 자신의 찬양, <아모르와 오르간 연주자와 함께 있는 베누스>에서의 알폰소가 루크레시아를 찬양하는 듯한 루크레시아의 환상으로 이어지면서, 소설과 환상을 넘나든다. 마지막 <수태고지>에서는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뭐, 고지는 고지이기는 하지만 하필 <수태고지>라니!  소설의 바탕과 그림을 토대로 이야기가 맞물리며 이야기는 정말로(!) 풍성해진다.

입만 '뻥긋'하면 이야기가 드러나고야 마는 소설인지라 더 깊은 이야기는 하기 힘들지만, 노골적 성적 묘사를 읽는데 무리가 없고 약간의 의외성을 좋아한다면 읽어봐도 좋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가볍고 아주아주 잘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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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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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1월 소련의 장군 비노그라도프는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루마니아에 살던 17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빠짐없이 소련의 강제 수용소로 유형을 갔다. 

어떤 소설이든, 배경이 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위의 배경을 알지 못한 채 반을 넘겨 읽으면서 의문에 휩싸여 있었다. 이 소년은 왜 잡혀갔을까? 중반이 넘어서야 책에는 해설이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에 뒤를 넘겨보고서야 안정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해도 술술 잘 읽히지는 않았다.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17살의 독일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의 회상을 읽으며,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안읽혀서.

문장을 읽고 있고, 대충 이해는 하겠으나 문장이 눈에 달라붙지 않아 서걱거리는 느낌이었다. 산문인지 시인지 모호한 이 문장들을 읽으며, '원문도 이러려나'라는 의문과 '문화적 차이 때문인가'라는 의문 그리고 '나만 안 읽히나 '라는 의문이 겹쳐 들었다. 나는 읽는 내내 몇번을 손에서 놓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충 알겠으나 결코 잘 읽히지가 않았다. 물론, 이 소년이 수용소에서 돌아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면 등은 무척 공감이 가지만, 이런 표현들이 나에게는 전혀 맞지가 않아서 힘들었다.

아득하고 비현실적이다. 이 소년은 현실에 발을 디뎠음이 분명한데도, 소설 속에서는 왠지 허공을 날아다니는 듯 하다.  최근에 읽은 솔지니친의 소설에서, 소련인으로 수용소에 있던 '이반 데니소비치'는 수용소에 완전히 동화되어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괴로웠다. 그러나,  이 소년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허공에 떠다니는 듯 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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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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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행위를 한적이 없고 특별한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10년 또는 그보다 훨씬 긴 기간동안 가두고 노동시키고 굶긴다.  추워죽겠는데도 "작업장의 콘크리트판의 동결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온도계까지 걸어 놓고 불을 때"면서도 정작 죄수들은 냉혹한 추위에 내몰며, 죄수들은 살을 에이는 추위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한다.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것을 만들었기에 생겼다가 금새 사라지는 각종 규칙과 권력자에게 빌 붙어 같은 죄수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사람들, 감독관들, 소포 담당자들, 물건 보관자, 취사부원들, 일직당변들은 더이상 빨아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을 등처멱과 갈취한다. 기가막히다.

우리의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이하, "슈호프")는 포로로 생포 되었다가 탈출하여 되돌아 온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가 수용소로 잡혀 들어온다. 수용소에서 지낸지 8년, "일이란 것은 마치 막대기와 같아서 양끝이 있는 법이다. 영리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신경을 써서 일을 잘해야 하지만, 멍청이들을 위해서 일을 할 때는, 그냥 하는 철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안 그랬더라면, 벌써 오래전에 완전히 뻗어 버렸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만큼 현명해졌어도 배고픔은 사라지질 않는다.
현명해졌다는 말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일 일까?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 내년에 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운다든가, 가족에 생계를 걱정한다든가 하는 버릇이 아주 없어지고 말았다. 그를 위해서 모든 문제를 간수들이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런 것이 훨씬 마음 편했다"는 생각을 할 만큼 슈호프는 수용소에 적응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결국 "이젠,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를 지경"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잡아다가 삶을 무너트려 버렸다. 뭐, 이 사람의 삶만 무너졌겠나? 러시아의 역사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보며 살짝 훑어본 러시아는 정말 말도 안되는 세상이었다. 이 소설이 스탈린 치하의 노동 수용소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적나라하다는 말에 겁을 먹을 필요는 없었다. 세련된 문장에 간결하면서도 상황과 맞지 않게 문장이 아름다웠다. 정치적 구호나 비판 한마디 없이 인간의 비극을 그려낸다. 심지어는 이 하루를 읽고 있는게 흥미롭고 남의 불행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민망하지만, 재밌(!)기까지 하다. 본인이 직접 수용소 생활을 한적이 있고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을 흐림없는 눈으로 봤다고 해도 이런 글을 쓴 솔제니친 선생은 분명히 천재시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을 때, 이반 데니소비치가 두 그릇의 국을 정성껏 마시는 부분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읽고 이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소설을 보니, 슈호프의 과거의 맛 회상이 더 마음에 감겼다.

"소용소에 들어온 이후로 전에 고향 마을에 있을 때 배불리 먹던 일을 자주 회상하고는 한다.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를 몇 개씩이나 먹어치우던 일이며, 야채를 넣어 끓인 죽을 냄비째 먹던 일, 그리고 식량 사정이 좋았던 옛날에는 제법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먹었던 때도 있었고, 게다가 배가 터지도록 우유를 마셔대던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먹어대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해본다. 음식은 그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빵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하는 법이다. 입 안에 조금씩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면서, 침이 묻어나도록 한 다음에 씹는다. 그러면, 아직 설익은 빵이라도 얼마나 향기로운지 모른다."  이 문장을 읽은 후로는 밥을 천천히 먹게 되었다. 

결국 두꺼우나 잘 읽히는 이 책의 하루를 다 보낸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을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이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그나마,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의 일상을 정리하는 이 문장을 읽고 나서 그의 내일을 생각자나니 내 어깨에 힘이 다 빠진다.

나는, 분명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설가라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다. 이 책 표지에서 솔제니친이라는 이름을 보고 러시아 정치가 이름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2008년에 돌아가신 이 소설가 양반을 생전에 알지 못했던게 미안해졌다. 물론 나 하나 몰랐다고 섭섭해하시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러시아 이름 때문에 애쓰면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수용소의 특징 때문인지 부칭과 애칭을 써서 곤혹스럽게 하지 않았다.


책을 보고 무심결에, "하루라며, 장난해?"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책이 너무 두꺼웠다. 민음사에서 특별판으로 만든  책이다. 

 

 책을 펼쳐보니 왼쪽은 붉은 색으로 페이지 번호가 적혀 있다. 

  

페이지 번호는 마치 필기구 없는 사람이 벽에 막대로 그어서 날짜 세는 듯한 모양이다. 잘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한편에 페이지 번호가 차지하고 있으니 책이 이렇게 두껍지 싶다가도 두께만큼 무겁지는 않아 실내용 책만이 아니라 실외용 책도 가능할 듯 싶다. 물론, 나의 경우.
 



책이 참으로 단단하게 생겨서, 탐이난다. 그러나, 정가가 28,000원이라고 쓰인 뒷페이지를 보고 주저하게된다. 한권씩 팔지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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