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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상각 저 | 효형출판 | 432쪽 | 600g | 153*224mm | 2010년 05월 31일 | 정가 : 15,000원
나는 재난에 예민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굶는게 싫다.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에 대해 마음이 쓰인다. 전 세계에 사고가 날때마다 보내는 구호금은 아주 크지는 않더라도 꾸준했고, 매월 나가는 기부금과 합하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가까운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마을을 덥쳤다. 사람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연일 일어나고 아직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게될지 너무나 잘 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던 중이라 마음이 서늘하게 식어버렸다.
마음만 식었다고 하더라도 괜찮았겠지만, 연일 이어지는 재난 이후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대한 과한 칭찬까지는 칭찬이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 뒤에 붙는 '한국사람 같으면' 않좋은 상황이 되었을 거라는 단정하는 말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 주로 나이 많은 남자들 입에서 그 말이 수시로 나오는 것을 들으며, 저들은 과연 누군가라는 의문까지 생겨버렸다. 그러다 문득 책 223페이지 주석 부분의 아베 노부유키 총독이 이야기 한, "우리 일본은 조선 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조선인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라는 말이 눈에 가시 처럼 박혔다. 298쪽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미나미 지로의 황민화 정책은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광복 이후에도 일부 한국인은 대일본 제국의 영광을 꿈꾸며 그들의 은혜에 감읍했다. 그들의 유전자와 사고방식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전후 세대 또한 '엽전'이나 '냄비 근성'등 자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자기비하를 서슴지 않았다"를 읽으며 더욱 부글부글 끌어올랐다.
'과거는 과거이니 앞으로 잘 하면된다'라는 생각과 '미워하지 않겠으나, 잊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이가 북북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편집은 이런 시끄러운 마음을 감싸 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사랑했던 일본인의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이들도 사람이었지?'라는 자각을 하며, 책을 덮도록 만들었다. 여행지로써 무척이나 사랑하는 일본이고 길에서 만난 그들은 무척이나 친절하고 다정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위인이나 우리에게는 악인이고, 우리에게는 위인이나 일본에서는 악인인 역사를 살펴보며 더욱 답답했다.
이 책은 일본인 21명을 추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권에 스물한명의 이야기가 들어가는 까닭에 짧아서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누구인지 정도만 알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더 찾아 읽어보면 될 듯 하다. 책은 어렵지 않아 잘 읽힌다. 미운 놈이든 멋진 분이든 알게되어 좋았다. 부록으로 붙어 있는 '일본사 간단읽기'는 일본사를 거의 모르는 나의 책 읽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참고도서 목록을 보고 있자니 따라 읽기를 할 생각에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 얼마 전에야 알게 된 강우규 선생님을 이 책에서 만나 뵙게 되어 몹시 반가웠다. 그리고 안중근 선생의 둘째아들 안준생의 삶에 자꾸 마음이 간다. 시대에 모두가 거창하게 살 필요는 없는데, '어떤 사람은 특정한 삶을 강요받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과 40년이나 이어진 식민지 생활 안에서 넓은 시야를 갖을 수 있었던 대단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들었다.
여러가지로 속 시끄럽게 하는 책이다. 얼른 마음으로 화해하고 지진과 해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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