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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 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 그림으로 보는 히로시마 이야기
나스 마사모토 지음, 니시무라 시게오 그림, 이용성 옮김 / 사계절 / 2004년 4월
평점 :
나스 마사모토 글/니시무라 시게오 그림/이용성 역 | 사계절 | 69쪽 | 804g | 312*267mm | 2004년 04월 09 | 정가 : 16,500원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곧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그 후로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다. 자연재해가 인간이 만들어낸 욕심을 무너트리는 듯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뉴스를 봤다. 방사능 누출 그리고 피폭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며, 체르노빌이 언급되고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고장 소식과 노후된 설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오면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 문제들이 그리 먼 문제가 아니며, 당장 살갓이 녹아내리고 백혈병에 걸려 죽는 것은 아니라도 알긴 알아야할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지진 이전의 일본 제품을 구입한다거나 다시마, 소금을 사재기 하기도 했지만, 우리집은 걱정은 하되, 당장 전쟁이 난다고 해도 라면 한개를 안사다 놓는 집인지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 난리통에 몇일 더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려나...
그림은 원거리에서 보고 있어서 그런지 참으로 덤덤해 보인다. 평화롭던 히로시마에 전쟁이 일어난 후, 긴장감이 감도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해서 원폭투하와 그 폭발 장면, 원폭 투하 후 재건작업 속의 끔찍함 그리고 이제는 다 재건되어 아플 것 없어보이는 히로시마가 펼쳐진다. 그러나 덤덤하던 그림은 알고보면 사기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덤덤함은 어느새 사라진다. 전차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새까맣게 타 죽어버린 사람들, 원폭으로 살갗이 녹아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죽어 물에 둥둥 떠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 죽은자들을 모아다가 누구의 가족인지 알수도 없게 화장해버리는 장면과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자들의 행렬은 오한이 나게 했다. 그런 그림 사이사이 2차 대전이 발발과 전황이라든지, 과학자들의 핵개발, 남의 나라 이야기를 지들끼리 땅따먹기 하는 회담 나부랭이들의 이야기와 말도 안되는 국가 간의 자존심이 전쟁이라는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러,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로, 지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결국 "전쟁, 개뿔!" 인거다.
일본인이 썼지만, 다행히도 히로시마에 이런 일을 당했으니 '일본만, 불쌍하구나'라는 수준은 아니었다. 전체적인 상황을 한발짝 물러서서 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잘 정리된 표와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에 두고 하나하나 살펴보기 좋게 만들어진 책이라 생각했다. 좋은 책이라지만, 당장 옆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이제는 녹아내리기까지 한다니, 편안하게 볼 수는 없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