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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산보학
김경하 지음 / 스토리나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김경하 글,사진 | 스토리나무 | 288쪽 | 128*188mm | 2010년 04월 19일 | 정가 : 13,000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여행가자고.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일은 바쁘고 이런 저런 덩어리 큰 지출이 있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솔깃했다. 갈까말까 갈팡질팡하다가 호방하게 떠나겠다고 결정하고 카드를 시원하게 긁어놓았는데 일은 끝나지를 않고 돈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없다. 대만을 검색하고, 타이완을 다시 검색하고, 짧은 여행 기간동안 멀리 갈 수 없으니 타이페이를 검색해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책 값은 '양질의 글이 얼마나 많냐'에 따라 결정되었으면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이 책의 훵한 공간은 그저그런 여행 감상을 써 놓은 책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갖기에 충분했다. 사진집이라고 하기에는 사진도 작고 초점도 안맞다. 묘하게도 이 정도 생각까지 생각이 진행되었으면 안 읽어야 옳은데, 읽었고 읽다보니 뭔가 빠져들어버렸다. 대만의 역사도 타이페이의 구체적인 정보도, 지도도, 일정도 없다.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감동 속에 허우적거릴만한 이야기도 없었다. 더더군다나 짧은 시간에 대만 정보를 파악해야하는 상황에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이 책은 놓을 수가 없었다. 나이 서른에 느닷없이 중국어 공부하러 떠난 저자와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짧은 이야기, 그리고 그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풍경. 내가 떠날 짧은 여행에서는 느껴보지 못할 많은 여유들이 이 책에서 느껴졌다. 결국 책을 덮으며 가보지도 않은 타이페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자금성에 가서 가이드에게 들은 '보물을 들고 튀었다는 장개석의 나라'라는 것 뿐이었다. 이 책의 한가하고 따뜻한 느낌을 간직하고 다른 여행 책자를 읽다가 타이베이228기념관의 소개는 5월 18일의 광주 생각이 나서 맘이 먹먹했다. 괜히 가기도 전에 대만과 친해진 기분이다.
책은 작다. 글밥이 적어서 빨리 읽히기도 하지만, 글 자체가 흐르듯이 읽힌다. 글밥이 적다고 아깝다는 생각은 안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