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평점 :
오카다 데쓰 저/정순분 역| 뿌리와이파리| 원서:とんかつの誕生 明治洋食事始め| 2006년 06월 30일| 291쪽| 347g| 정가 :13,000원
집근처 지하철 역 앞, 내가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그 자리에 돈가스집이 하나 생겼다. 오랫동안 분식집이 있던 자리였다가 왕만두집으로 바뀌었었는데, 지저분한 단발머리로 만두포장해주던 아주머니가 불쾌해 한번도 안갔었던 그 집은 망하고, 그 후에 생긴 돈까스 집이었다. 자주 늦는 터라 집에 가는 길에 늘상 닫혀있어, 구제역에 문을 닫았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재료가 다 팔리는 9시 전후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 돈가스집에서 몇번 사 먹다가, 이 집에서 파는 일식 돈가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졌고 마침 그 이야기를 다룬 책이 있어 읽게 되었다. 지인의 책장 덕을 좀 봤다.
이 책은 가고시마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관심이 많아진 막부 말기의 이야기 부터 시작된다. 대외교류가 활발해져 다양한 외국 문물과 함께 외국 음식문화도 일본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문화가 정착된 것은 아니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다른 면으로는 아주 급속도로 '양식'문화가 전파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진행 과정을 따라가 보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음식문화를 즐기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 적잖이 이해가 간다. 불교의 영향이라지만, 전국민이 완전히 불교라고 볼 수 없는 일본에서 살생을 금한다며 메이지 유신 전 1,200년간 육식을 금했고, 간혹 보약으로나 먹었던 육식을 메이지유신 후, 요리유신을 통해 전파하기 시작한다. 식생활 개선에 메이지 천황도 앞장서 육고기를 먹으면서, 육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육식이 문명개화의 상징인냥, 위에서 아래로 육식 전파를 시작하는 모습이 혼분식 도시락이 생각나 괜히 잠깐 울컥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쉽게 음식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육류의 가공에서 유통, 조리까지의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등장한 것이 일본식 쇠고기전골과 스키야키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괜히 반가워졌다. 최근에 본 바람의 검심 TV판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가던 빨간기와집이 쇠고기전골하는 집이었다. 유신 지사인 켄신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엮어낸 이야기에 쇠고기전골이 자주 등장한 것과 이 책에서 이야기는 이야기가 맞물려지면서 책이 더욱 흥미로와 지고 있었다.
근대화와 발맞추어 지금의 일본 음식은 이 짧은 시간에 새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변한 것이 없지만 훨씬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바꿔 생각하면 일식은 꽤나 서구식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는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꼭 일본처럼 나라가 뒤집어지는 듯한 음식혁명을 이루자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더 재미난 메뉴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안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지적한 국적없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이가 많아지만 그 음식 또한 그 나라 음식이 아닐까? 단팥빵과 돈까스를 만들어내고 커리를 인스턴트 카레로 변신시키고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재미난 힘의 약간은 부러워지기는 것도 사실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가볍고 흥미롭다. 하지만, 책 자체가 흥미로웠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최근에 갖었던 경험과 나의 기억과 관련하여 흥미로울 구석이 많았기에 재밌게 읽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덧붙여 백번쯤 반복되는 것 같은 쇠고기 전골 이야기와 왔다갔다 하는 구성은 책 읽기를 성가시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