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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첫 번째 이야기 ㅣ 백탑파 시리즈 1
김탁환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김탁환 저 | 황금가지 | 2003년 07월 15일 | 각 권 500g 이하 | 정가 : 각 권8,500원
처음부터 이 소설을 읽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원작을 찾다보니, 그 소설이 [열녀문의 비밀]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부제로 '백탑파 그 두번째 이야기'라고 적혀있어, '백탑파 그 첫번째 이야기'를 찾아 읽는 것이 순서이겠다 싶어서 이 소설부터 읽기 시작했다. 선수 과목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빨려드는 재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백탑파의 첫번째와 두번째이야기, 총 네권을 다 싸들고 집에 갔건만 느닷없이 바빠지통에 주말에 소설 상,하권을 읽기도 바빴고 들고다니느라 어깨만 쑤셨다.
영화에서 보았듯이 소설의 배경도 정조시대이다. 드라마 <이산>을 보아서 그런지, 인물들의 이름도 낯익고, 서얼들이 규장각 입성 이야기도 어디서 본 듯 하다. 그러나 상세하게 아는 것이 하나 없다는게 참으로 안타까웠다. 공부도하고 관심도 좀 갖을 것을 그냥 보낸 세월 때문에 지금 놓치는 잔재미가 안타까워 속이 다 쓰린다. 의금부 도사이자 종친인 이명방이 연쇄살인범을 잡는다. 그 자는 청운몽으로 이름난 방각본 소설가이고, 고문 중에도 시인하지 않던 죄를 이명방의 이야기를 듣고 상세히 토설하게 된다. 사건과 들어맞는 범인의 토설은 바로 증거가 되어 청운몽은 능지처참을 당하게 된다.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사건을 마무리 지은 상으로 어주까지 받아 마시고 흥취한 차에 백동수를 따라 나섰다가 백탑파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백탑파가 청운몽을 그리워하는 장면을 보고 노발대발하지만 결국 그들의 순수함에 빠져들고야 만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살인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이명방은 위기에 빠진다. 같은 나이라 은근하게 경계하던 김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우정을 나누지만, 사건을 접하면 접할수록 깊은 수렁과 같은 정치의 맛을 보게된다. 그 사이 죄인이었던 청운몽의 여동생에게 눈길이 간 이명방과 그 사실을 알고 이용하는 이들부터, 먼 곳까지 내다보며 앞뒤를 따보는 김진의 깊은 생각과 거물급 인물들이 수시로 등장하여 사건을 쥐었다 폈다 한다. 내주어야 할 것과 빼앗아야 할 것, 갈아 엎어야 할 것과 감추어야 할 것들 사이에서 방각본과 백탑파를 엮어 수렁으로 보내려는 자의 시도는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고야 만다. 간단하게 정치만 이야기만 이었으면 좋겠으나,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와 욕심, 새로운 시선과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한데 묶여있는 이 소설의 이야기에 마음이 빼앗겼다.
옛 글은 눈에 들어와 박히질 않아 듬성듬성 뛰어넘기도 하였으나, 그 책들을 아는 사람이 읽으면 재미는 더 클 듯 싶다. 더군다나 소설가가 정치적으로 매설가를 몰아세우는 내용의 소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덧붙여 소설의 참고문헌 목록이 꽤나 길어 놀라면서 뿌듯했다.
책 상태는 그저 소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