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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릴라
알랑 그스포너 감독, 다니엘 브륄 외 출연 / 부메랑모션픽쳐스 / 2012년 1월
평점 :
일시품절
마르틴 주터 저/차경아,김혜경 공역 | 까치(까치글방) | 원서 : Lila, Lila (2004) | 384쪽 | 415g | 134*200mm | 2009년 12월 21일 | 정가 : 11,000원
[릴라, 릴라]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영화의 원작이 궁금해졌다. 말랑말랑한 로멘틱 코메디 임에도 이렇게 쉽게 말랑말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왠지 독일 문학에는 색다른 깊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깔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이 영화로 변하면서 덜어내야 했을 많은 이야기들이 궁금해져서 소설도 읽게 되었다.
영화가 다비드의 시점이었다면, 소설은 다비드, 마리, 편집자 카린 콜러, 노숙자 야키의 시점으로 시점이 수시로 변하며 진행된다. 그리고, 소설은 시간 순으로 진행되어 마리가 다비드를 만나기 전의 심리상태를 알아 볼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마리는 허영 덩어리에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남자와 헤어지고 우연히 들른 에스키나에서 랄프를 만나 잠깐 사랑에 빠질 뻔하기도 한다. 문학을 공부하는 마리의 입장에서 서보면 쓴다고 하고 쓰지 않는 랄프보다는 훌륭한 소설을 써낸 남자를 사랑하는게 꼭 맞을 상황이긴 했다. 더불어 자신이 그의 데뷰에 한몫을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한 상황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마리의 사랑이 순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편, 에스키나에서 마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다비드는 어떻게든 마리에 마음에 들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그때 문제의 원고를 발견하고 원작자를 추적하고 스캔해서 컴퓨터 파일로 만들고 원작자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정하여 마리에게 건넨다. 작은 거짓말이 마리의 관심과 사랑의 결실만 맺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다비드의 꿈은 마리의 마음을 사려는 욕심과 배려없는 마리의 욕심이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다비드의 원고를 마리가 출판사에 보내고 그 출판사가 다비드의 원고를 거절함으로써, 카린 콜러가 있는 출판사로 원고를 돌렸을 때 카린의 상황은 정직원이었다가 회사 경비 절감등의 이유로 프리렌서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다비드의 원고를 출간하고 그 성공을 함께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다비드의 메니저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꿈을 꿔볼만한 상황이었다.
덧붙여, 젊은 시절 소설의 주인공 '페터 바이란트'를 알고 있는 70대 노숙자 야키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노숙자의 집에 살고 있는 현재 상황과 젊었을 때의 삶을 되새김질 하며, 자신에게 온 마지막 기회를 불살라 꿈 같은 삶을 살아보려는 욕심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알지도 못하는 출판계에 발을 들이고 '표절' 스타를 내세워 다음 작품에 대해서 계약금까지 받아 챙기는 그의 욕심은 끝 없어 보이지만 금방 끝이 나버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사람으로 죽는다.
이런 얽힌 이야기 속에서 다비드는 출판시장으로 던져진다. 책이 나온 후, 다비드의 바램처럼 책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렸으면 하고 바랬겠지만, 저명한 비평가의 극찬의 글이 신문에 오르면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된다. 그 후로 이어지는 낭독회, 사인회, 출판사 사장, 메니저, 다음 소설에 대한 기대들이 점점 커지면서 다비드를 몰아가지만, '표절'로 스타가 되고, 사랑받은 남자 다비드는 곧 시들시들 시선 밖으로 밀려 나간다. 애초부터 다비드의 몫이 아니었던, 명예도 돈도 사랑도 다 흘러가고 다비드는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다비드의 새 글이 주목받을지는 알 수 없다. "부디, 이 이야기가 슬프게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