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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더글라스 케네디 저/공경희 역 | 밝은세상 | 원서 : A Special Relationship (2003) | 564쪽 | 732g | 148*210mm | 2011년 05월 25일 | 정가 : 13,800원
[빅픽처]와 비슷한 낯익은 표지의 책을 봤다. 책 표지 만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새 책이 나온 것을 알았다. 다음에 나올 [모멘트]도 같은 표지로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놓칠 일을 없겠다 싶다.
토니 홉스는 샐리 굿차일드를 만난지 한시간 만에 목숨을 구해준다. 독립심이 강해 약혼자와 도쿄 특파원 자리를 두고 저울질 하기까지 했던 샐리는 같은 조건의 만남이라 생각했는지 토니에거 흠뻑 빠지고 만다. 「보스턴 포스트」지 카이로 특파원인 샐리에게 사랑과 함께 뱃속에 아기도 생겨난다.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남자, 나이 때문에라도 더 늦출 수 없는 임신, 토지의 안정된 직장, 우연히 발견한 멋진집. 더 이상 결혼을 미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미국인 샐리는 덜컥 런던 생활을 시작한다.
가벼운 삶을 살았던 여성에게 말은 통하지만 적응할 수 없는 낯선 세상과 생활의 급격한 변화는 임신으로 더욱 예민해진다. 날뛰는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샐리에게 서재만 꾸며놓고 소설을 쓰겠다며 들어가 앉아 있는 토니는 더이상 다정하고 완벽한 남자가 아니다. 샐리는 난산 끝에 제왕절개로 아들 잭을 낳지만, 긴 출산 기간과 탯줄이 목에 감기는 사고로 아들 잭이 뇌손상을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한다. 지독한 감정의 물결을 타고 샐리에게 찾아온 산후우울증은 샐리를 절망으로 빠트린다. 그때도 토니는 소설집필과 잦은 야근, 해외출장 등의 이유를 대며 한발 물러나 있기만 하다.
치명적인 위기 속에 아이를 위험에 빠트릴까 두려워 정신병원에 자진 입원하게 된, 샐리는 심신이 피폐해가는 와중에 자신의 정신을 바로 잡는다. 퇴원하게되고 생활에 안정을 하려던 중, 형부였던 사람의 죽음에 슬퍼할 언니를 위로하러 런던을 비운 사이 토니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시행한다.
책의 정확하게 반이 샐리의 결혼 위기였다. 결혼생활과 임신에 대해서 나와 같은 나이의 샐리가 겪는 일들은 내가 두려워하는 일들과 맞물려 있어서 실감하나 괴롭게 읽었다. 그 후로 책의 반은 샐리가 무력감을 털어내고 토니와 법적공방전을 벌이는 법정드라마로 바뀐다.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과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의 욕심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어떤 식으로 뒤집어 놓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런 욕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의 인생의 오점들은 샐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끊임없이 대결구도와 편먹기가 이어지고 영국인과 미국인의 비교가 반복된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통쾌한 결말이 있었으나 그렇게 시원하지 않았다. 전반부의 심각함이 후반부까지 이어기지 바랬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은인들이 나타나 샐리를 수렁에서 가뿐하게 끌어낸다. 전편의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한 소설은 잘 읽히고 재밌기는 하나 전편에 못미치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