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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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저 | 휴머니스트 | 174쪽 | 296g | 128*188mm | 2003년 05월 26일 | 정가 : 8,000원


[십자군 이야기 1]을 읽고 책에 소개 된 이 책을 발견했다. 진중권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어보았기에 궁금증이 동하기도 했다. 제목의 무게감에 비해 책은 가볍게 읽혔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에서 베오그라드에서 송출되던 독일군 방송의 시그널 뮤직인 <릴리 마를렌>을 떠올리다가 그 노래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제곡'이라 불리며 모든 병사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것을 알아냈다는 이야기에 덧붙여 그 노래가 적군과 아군의 경계를 넘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의 마음을 달랬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군경험은 병사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쟁을 겪지 않아도 전쟁을 준비하는 병사들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병원 근무이야기는 죽음이 코앞이라서도 그렇지만, 죽음이 일생이 되는 삶이라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를 살짝 엿보여주는 것 같아 섬짓했다. 어짜피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처참하게 죽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축배를 든다. 이런 이야기 임에도 이때까지 이 얇은 책은 그나마 편안(?)하게 읽혔다.

내가 어렸을 때 알았던 전쟁의 적은 무조건 빨갱이였고, 빨갱이는 나쁘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고 했다. 빨갱이가 사라져야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니, 그 빨갱이는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멀리 있어 표어나 포스터 그리기 대회 아니면 접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다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총상을 입은 사실과 그 상처를 본 후부터 전쟁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총을 겨눴을 것이고 누군가의 총에 총상을 입었을 것이다. 어쩌면 전쟁은 아주 근거리에 있고 그 진혼곡은 내가 불러야 할 노래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이 책은 2003년에 나왔던 책인지라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나라 파병 문제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를 해방하겠다던 전쟁은 늘 그랬듯이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또 다시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정한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결정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짚어나가며 칼같은 말들을 던진다. 구절구절 맞는 말이나, 떠난 사람이 있기에 마음이 쓰리다. 더불어 꽤나 몰입해서 읽었던 [비명을 찾아서]의 저자 복거일씨의 망언과 텔런트 김수미씨의 파병 군사를 위한 김치담그기는 되새김질 할 수록 잘못 담근 김치 맛처럼 씁쓸하다. 전쟁의 이유가 과연 뭘까? 무엇 때문에 남의 일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남의 집 싸움을 해결해 준다고 들어갔다가 그 집에 눌러앉고 그러는 것일까?  왜! 종교와 애국의 강요 또는 세뇌로 자살테러를 감행하게 하는 것일까? 신의 뜻이 정녕 이 잔인한 전쟁일까? 그리고 미국인과 이라크의 인의 목숨은 다른가?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다 끝난것일까?  피폐해진 땅에서의 생활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폭 피해자나 고엽제 피해자 등 끊이지 않는 후유증과 불발탄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사고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인 전쟁에 왜 멀쩡한 사람들이 동원되야만 하는가?

원거리에서 본다고 해도 전쟁이 미학이 될 수는 없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니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거나 지금 껄끄러운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험악해지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2003년 이 책이 쓰여진 이후로도 세계는 아직까지 전쟁 중이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고, 누군가를 죽이는 전쟁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보낸 상태다.

책 상태는 양장이나 작고 얇고 가볍다. 두께만 보면 순식간에 다 읽을 듯 하나 아주 작은 글씨가 아니건만 수시로 심각해지고 화가 나는 바람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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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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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안드레아스 글,그림/평화네트워크 역 | 창해(새우와 고래) | 원서 : Addicted To War | 82쪽 | 322g | 2003년 02월 28 | 정가 : 6,500원


[십자군 이야기 1]을 읽고 책에 소개 된 이 책을 발견했다. 미국이 전쟁중독인 것은 모르는 바도 아니고 얇은데다가 만화 책인지라 가벼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 사실을 다시 읽어내는 것은 차이가 컸다. 어렸을 때부터 선진국의 대표주자 이며 최고의 물품을 만들어 내는 미국에 대해서, '역시 미제야'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역시 전쟁도 미제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미국의 전쟁 역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1776년 조지왕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인 것 까지는 좋았으나 1세기 동안 원주민을 대량학살하고, 1984년까지 전쟁으로 멕시코 영토의 반을 빼앗았다. 쿠바, 필리핀 등 스페인 식민지를 빼앗기 위해 선전포고하고 1898년 필리핀, 프에르토리코, 괌은 미국 식민지가 되었다. 같은 시기 하와이의 여왕 릴리우오칼리니 왕조를 무터트리고 파인애플 통조림 회사인 Dole와 Del Monte의 플랜테이션-일제 시대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팔려가고, 사진신부들이 대거 이주 한게 느닷없이 생각남-으로 바꿔버렸다. 그후, 1989년부터 1934년 사이에 미국 해병대는 쿠바 4번, 나카라과 5번, 온드라스 7번, 도미니카공화국 4번, 아이티 2번, 과테말라 1번, 파나마 2번, 멕시코 3번, 콜롬비아 4번 침략했다. "침략"하고 "주둔"이라는 이름으로 깔고 앉아 미국에 우호적인 독재자를 앉혀놓고 점령한다. 깡패가 따로 없다. 전리품을 제대로 할당받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자국 군인 130,274명을 전쟁터에서 죽였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폭투하를 하여 20만명이 넘는 사람을 폭사시키고 그 후유증으로 수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어가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그 힘으로 '세계 경찰'을 자처한다. 아이고 끔찍하다 끝났을까? 한반도에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치러진 한국전쟁으로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들었다. 전국토의 70%가 초토화 되었고 45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사망하고 그 중 네명 중의 세명이 민간인이었다. 그리고 3만 2천명의 미국 병사가 사망했다. 그럼에도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고지전]같은 그지같은 상황을 만들어 내었고 아직도 분단 상태이며 아직도 빨갱이로 몰면 끝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1965년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또 공격하여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부를 단호히 지켜내던 중 3천명의 사람들을 노상에서 사살했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10년에 걸처 베트남을 공격하여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을 존속시키려 하였다. 베트남에 700만톤의 폭탄을 투하하여 베트남 사람 한명당 0.25톤의 폭탄을 사용하는 무식한 짓을 감행하고 토지를 초토화 시켜 사람이고 땅이고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베트남 민간인이 대부분의 사망자였지만 미군도 6만명이 전사해 총 30만명이 전사하였다. 1979년에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CIA는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 게릴라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재정원조와 군사훈련을 시켜준다. 10년의 전쟁 끝에 소련을 몰아냈지만, 문제가 남는다. CIA에 협력했던 인물 중 오사마 빈 라덴이 있다. 왜 지원하고 왜 등진걸까? 1982년부터 1983년 레바논 내전에서 이스아엘과 우익팔랑헤 반군을 지원하여 2천명의 팔레스타인 인들을 학살하고 241명의 미국 해병대원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쉬지 않고 1983년 그러나다에 미국이 선호하는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1986년에는 리비아의 카다피가 친미 이드리드 국왕의 왕좌를 배앗자, 독일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미군 희생자 2명에 대한 책임을 카다피 정권에 돌려 수도 트리폴리에 폭격을 한다. 수백명의 리비아 국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목숨을 잃었다. 친미 정권이라면 민중이든 정부이든 반군이든 상관하지 않고 지원하는 미국이다. 끝났을까?  안끝났다. 1989년에는 파나마에 2만 5천명의 병사를 보낸다. 마약밀매인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서란다. 1991년 자유와 정의를 위하여 이라크를 침공한다. 걸프전을 입안한 것이 1979년이라니 오랜 숙원이었던 전쟁이다. 걸프전으로 15만명의 이라크 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리고 미군이 파괴한 전기, 수도, 하수 처리 시설을 파괴하고 10년 넘게 혹독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유니세프는 그 10년동안 50만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한 것을 추정한다-이 부분에서 생각하면 미국 것이라면 뭐라도 부수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1999년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 주민과 유고슬라비아 정부의 충돌에 알바니아계를 지원한다. 마약거래와 인종차별주의를 제창하며 잔혹한 행위를 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미국방부에 대한 테러 공격이 일어나자 전쟁광인 미국정부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학살을 시행한다. 정확한 사망수가 판명된 적은 없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망자는 세계무역센타빌딩의 사망자 보다 몇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이 책에 언급된 미국이 참여한 전쟁을 짧게(!) 요약해 보았다. 도대체 이런 끔찍하고 돈 많이 드는 일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 책은 정치와 상인과 미디어가 짝짝꿍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와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며, [식코]와 같이 자기 다리를 자기가 꼬매고 있는 상황이 어째서 일어나는지 말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전쟁중독이 미국 국민과 전세계 사람들을 도대체 어떤 지경에 빠트리고 있는가? 도대체 그 비용은 또 얼마인가?  전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책은 이런 끔찍하고 복잡하고 많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쉽게 잘 만들어져 잘 읽힌다. 얇고 적당하게 큰 책으로 읽기도 편하다. 컬러가 아닌 점과 착한 가격도 마음에 든다. 책 내용 중 원안에 있는 숫자들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책 끝에 그 번호에 해당하는 참고 문헌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사진과 그림의 출처와 작가도 밝혀 놓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하나 든다. 미국의 많은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 책을 우리나라 교과서로 사용할 수 있으려나라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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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탄생 - 만화로 보는 패션 디자이너 히스토리
강민지 지음 / 루비박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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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글,그림 | 루비박스 | 416쪽 | 845g | 165*225mm | 2011년 05월 01일 | 정가 : 18,900원


패션의 문맹이면서도 이 책을 탐낸 이유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패션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엄청난 돈을 주고 사는 물건들의 디자이너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케이블 방송에서하는 프로젝트 런어웨이에서 언급되는 유명 디자이너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여러 디자이너 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가 전기를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짧은 시간에 다양한 디자이너를 만나고 싶은 욕심에 집어 든 이 책은 읽기도 좋았고 즐겁기도 했다.

시대 순으로 정렬되어 있는 디자이너의 이야기는 티에리 에르메스로부터 시작된다. 책 시작부터 버킨 백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든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수선까지 책임지고 가방과 같은 해에 나온 가죽으로 수선이 되는 멋진 사후처리를 보며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정성들인 물건은 갖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기도 한다. 물론, 그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낼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디자이너들은 앞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그에 알맞는 명성을 누리게 된다.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가는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노력보다 타고난 본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느낌도 강했다. 유명한 명품들이 새로운 디자이너를 만나고 경영 상의 이유로 그룹에 묶이는 과정들 속에서도 이름에 맞는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몇몇의 디자이너는 처음 들어보기도 하고 아고 있는 상표와 디자이너가 연결되는 것도 재미있게 봤다.
 
표지의 그림과 내지의 그림은 다르다. 표지그림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형식으로 그려진 만화는 초반기에는 잘 읽히나, 반복되다 보니 각 인물의 성격도 비슷비슷한 느낌을 준다. 아무리 달리 그리고 말을 달리 달아도 비슷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야하는 상황에서 한가지 형식을 택한 것은 분명히 훌륭한 방법이었겠지만, 모나고 특별한 디자이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니 방금 읽은 것 아니었나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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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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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저 | 비아북 | 235쪽 | 396g | 175*210mm | 2011년 07월 08일 | 정가 : 12,500원


오래 기다렸다. 그런데 출판사도 바뀌고 제목에 저자의 이름을 넣은 것 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표지도 다른 책처럼 바뀌어 1, 2권을 다시 낸 것도 그렇다고 친다. 그런데, 그림이 바뀐 듯한 느낌은 당혹스럽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그림체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왠지 동글동글해지고 커진 그림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사인본이라 약간은 위로가 된다.

 

십자군에 대해서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아는게 없으니 마땅히 풀어낼 이야기도 없고 다시 요약에 들어간다. 책은 이브라힘(아브라함)과 두 아들 이스하끄(이삭)와 이스마일(이스마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스마엘은 아랍민족의 기원이고 이삭은 유대교의 조상이니 아랍민족과 유대 민족은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이야기다.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역사를 중시하고 종교의 입장에서 옛사실을 중요시하는 유대인이 지금 하는 일은 과연 뭘까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어쨌든 아주 긴 역사를 짧게 정리하며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이슬람 세계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순니와 시아가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 그렇게 훌륭하고 평등했던 이슬람교리가 왜 지금은 이렇게 변해만 가는지, 결국 종교가 권력일 경우 어떻게 미쳐가는지, 왜 1차 십자군 원정에 그렇게 어이없이 당하기만 했는지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한다. 많은 이야기가 아주 짧게 정리된다.

1차 십자군 침공의 결과, 에뎃사 백작령과 트리폴리 백작령, 안티오키아 공국의 보에몽 공작, 예루살렘 왕국에 고드푸루아가 통치하는 국가가 생겼다. 이를 십자군 국가라고 한단다. 무슬림은 새로운 이웃들을 환영하지 않았고 슬슬 무슬림 병사의 반격과 십자군 후예들의 무장 순례가 이어진다. 그 사이 욕심부리던 보에몽은 사망하고 예루살렘의 왕은 고드프루아에서 보두앵으로 그리고 보두앵 2세로 넘어간다. 물론 1차의 영웅 들도 다들 사망한다.  기독교인이 예루살림에 뿌리를 박고 왕국을 세우며, 그 곳에서 기독교인들의 아이가 태어나 라게 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얼굴만 바꾼 그들의 후손들은 원정을 떠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자리잡은 투프크인들의 땅에서 자기네들끼리 땅따먹기, 자리먹기, 권력쥐기 등의 게임을 여전히 치른다. 보두앵 2세는 자신의 두 딸을 정략 결혼 시킨다. 그 중 둘째 공주 알릭스와 결혼시킨 것이 보에몽과 똑 닮은 그의 아들이다. 각자의 욕심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향하여 십자군이 십자군과 싸우느라, 십자군을 등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보두엥 2세의 가족사와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가족간에도 권력의 방향을 따라 손잡고 등지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에몽과 결혼한 알릭스는 보에몽의 어이없는 죽음 뒤에 자신과 딸을 위해 반란을 시작한다. 그것도 기독교인이 투르크의 용사 장기와 손을 잡는 것이다. 상황이 참으로 묘해진다. 이 십자군들의 행동이 원래부터 좀 이상했지만, 적도 없고 아군도 없고 욕심만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한명한명을 들여다보면 정말 종교적 신념으로 전쟁을 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세계도 평온하고 단결하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십자군 침략자들을 제대로 밀어낼 힘도 없었다.
그러나 그때 등장한 살라딘의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장기의 등장은 등장은 다시한번 뭔가 일어날 듯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풀크는 서방에서 레몽을 불러들여 안티오키아의 딸 콩스탕트와 결혼시켜 알릭스를 견제한다. 그러나 동로마 황제가 안티오키아의 땅의 반환을 요구하자 레몽과 풀크는 반환은 하되 다른 땅을 빼앗아 달라고 요청하고 황제 요안니스는 전쟁을 벌였으나 소득없는 원정으로 끝난다. 장기는 무슬림의 영웅이 된다. 그러다 풀크는 어이없이 죽고 멜리장드는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나, 극복 불가능한 원한과 증오였다.
얼마 후 방기는 에뎃사 백작령을 정복하고 유럽에서는 반 이슬람 세력이 활개를 친다.  1147년 드디어 모여드는 2차 십자군들 그 중에는 프랑스 왕 루이 7와 그 왕비 엘레오노르가 있었다. 그냥 조용히 지내면 좋으련만 알렉스의 나이많은 사위 레몽은 왕비와 바람이 나버린다. 그리고 만화는 한창 재밌어 질 순간에 4권을 기약하며 끝나버린다. 6권까지 있다는 암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인가 생각해 봤다.


이 책에서의 불만은 그림체 말고도 또 있다.  신조어가 불쑥불쑥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이 "ㅎㄷㄷ"이나 "현피"같은 뜻도 모를 단어(?)들의 등장은 당혹스러웠다. 이런 단어를 쓰려면 최소한 아래 신조어 풀이 정도는 넣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년 읽히다 말겠다는 생각이면 모르겠으나, 이건 좀 아니다. 되도록 사용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램도 있다. 책을 처음 들었을 때는 1, 2권을 새로 사서 꽂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책값이 비싸졌고 생각보다 책이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그 생각은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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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리오스 폴립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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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마추켈리 글,그림/박중서 역 | 미메시스 | 344쪽 | 1170g | 210*267mm | 2010년 12월 15일 | 정가 : 26,800원


책을 보자마자 두께에 깜짝 놀랐다. 단단해 보이나 일부러 마감을 하지 않은 하드 커버의 앞 뒷면에는 서로 다른 아스테리오스 폴립의 모습이 음각으로 찍혀있다. 두께에 질릴 뻔 하다가 잘 넘어가는 책장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번개가 쳤다. 삶을 포기한 듯한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이제는 켜지지도 않는 라이터를 들고, 이제는 함께하지 않는 이와의 일상이 찍힌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그 요란하게 치던 번개는 옆집에 불을 내고,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겨우 신발을 챙겨신고 켜지지 않는 라이터, 시계, 그리고 주머니칼을 하나 들고 입은 옷 그대로 집을 나선다. 모든 것이 타버린다. 직선과 곡선의 공간과 모든 날의 기록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불타는 것을 바라본다. 그것도 50번째 생일날.

성공한 교수인 아스테리오스는 건축과 교수인데 건축가 이면서도 자신이 디자인한 건물을 갖지 못한 설계자다. 똑똑했고, 지적 허영을 즐겼으며, 쌍둥이 중 하나로 태어나지만, 태어나면서 죽은 형제를 갖게된 인물이었다. 자신이 디자인한 건물도 없고, 이제는 가족도 집도 없다. 인생이 쌓아 올린 것이 없는 듯 모든 것을 잃은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묵묵히 돌아서 지하철로 향한다. 메트로 카드는 잔액이 부족해 몰래 지하철을 타고, 새(?)가 이끄는 지하철에 보이지 않는 분신은 그 자리에 남는다. 오롯이 혼자 된 순간이다. 아스테리오스 폴립은 주머니에 남아 있는 돈으로 가장 멀리 가는 버스표를 산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이제는 켜지지 않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옆좌석 남자에게 선물한다. 이제는 밥 넘기기도 힘든 아버지의 한창때를 함께했던 라이터였다. 일도 없는 카센타에 자동차 일을 해본적도 없으면서 취직하고 방도 얻게된다. 전이라면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지 않았을 행동들을 하며 새로운 삶을 살게된다.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완벽하고 단호하고 빈틈없는 아스테리오스 폴립의 성격과 완전히 다른 '하나'를 사랑했던 이야기가 펼쳐지고, 함께하고 헤어지는 이야기가 삽입된다. 집에서 들고나온 시계도 카센터 사장 아들에게 선물하고 난생 처음으로 나무 위의 작은 집도 지었다.

삶을 되새김질하려 한 것도 아닌데,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그 순간 떠올라버린 '하나'에 대한 흔적들은 읽는 사람도 벅찰 정도로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사소한 것이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그런 것들은 둘의 삶이 주름 한점 없이 깔끔하게 착 접혀졌다고 생각한 것이 틀리면서도 딱 맞다는 것을 증명한다. 새롭게 태어난 차를 타고 '하나'에게 돌아가 자신과 상대의 변화를 접한다. 그들의 고양이 '노구치'는 죽었지만, 그 따뜻함의 흔적을 추억하며 이미 타버린 집에서 들나온 주머니 칼로 와인을 딴다. 삶의 겹치는 기억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잔잔한 장면으로 책은 끝난다.

첫번째 읽고, 다시 읽으면서 색다른 되새김질을 하였다. 삶이 온전한가? 오해하고 있지 않나? 따뜻한가? 행복한가? 그리고 지금의 만족이 진짜 만족감인가? 책을 덮으며 다시 표지를 봤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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