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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평점 :
김태권 저 | 비아북 | 235쪽 | 396g | 175*210mm | 2011년 07월 08일 | 정가 : 12,500원
오래 기다렸다. 그런데 출판사도 바뀌고 제목에 저자의 이름을 넣은 것 까지는 그렇다고 치고,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표지도 다른 책처럼 바뀌어 1, 2권을 다시 낸 것도 그렇다고 친다. 그런데, 그림이 바뀐 듯한 느낌은 당혹스럽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그림체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왠지 동글동글해지고 커진 그림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사인본이라 약간은 위로가 된다.
십자군에 대해서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아는게 없으니 마땅히 풀어낼 이야기도 없고 다시 요약에 들어간다. 책은 이브라힘(아브라함)과 두 아들 이스하끄(이삭)와 이스마일(이스마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스마엘은 아랍민족의 기원이고 이삭은 유대교의 조상이니 아랍민족과 유대 민족은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이야기다.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역사를 중시하고 종교의 입장에서 옛사실을 중요시하는 유대인이 지금 하는 일은 과연 뭘까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어쨌든 아주 긴 역사를 짧게 정리하며 도대체 알 수 없었던 이슬람 세계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순니와 시아가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 그렇게 훌륭하고 평등했던 이슬람교리가 왜 지금은 이렇게 변해만 가는지, 결국 종교가 권력일 경우 어떻게 미쳐가는지, 왜 1차 십자군 원정에 그렇게 어이없이 당하기만 했는지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설명한다. 많은 이야기가 아주 짧게 정리된다.
1차 십자군 침공의 결과, 에뎃사 백작령과 트리폴리 백작령, 안티오키아 공국의 보에몽 공작, 예루살렘 왕국에 고드푸루아가 통치하는 국가가 생겼다. 이를 십자군 국가라고 한단다. 무슬림은 새로운 이웃들을 환영하지 않았고 슬슬 무슬림 병사의 반격과 십자군 후예들의 무장 순례가 이어진다. 그 사이 욕심부리던 보에몽은 사망하고 예루살렘의 왕은 고드프루아에서 보두앵으로 그리고 보두앵 2세로 넘어간다. 물론 1차의 영웅 들도 다들 사망한다. 기독교인이 예루살림에 뿌리를 박고 왕국을 세우며, 그 곳에서 기독교인들의 아이가 태어나 라게 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얼굴만 바꾼 그들의 후손들은 원정을 떠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자리잡은 투프크인들의 땅에서 자기네들끼리 땅따먹기, 자리먹기, 권력쥐기 등의 게임을 여전히 치른다. 보두앵 2세는 자신의 두 딸을 정략 결혼 시킨다. 그 중 둘째 공주 알릭스와 결혼시킨 것이 보에몽과 똑 닮은 그의 아들이다. 각자의 욕심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향하여 십자군이 십자군과 싸우느라, 십자군을 등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보두엥 2세의 가족사와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가족간에도 권력의 방향을 따라 손잡고 등지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에몽과 결혼한 알릭스는 보에몽의 어이없는 죽음 뒤에 자신과 딸을 위해 반란을 시작한다. 그것도 기독교인이 투르크의 용사 장기와 손을 잡는 것이다. 상황이 참으로 묘해진다. 이 십자군들의 행동이 원래부터 좀 이상했지만, 적도 없고 아군도 없고 욕심만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한명한명을 들여다보면 정말 종교적 신념으로 전쟁을 한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세계도 평온하고 단결하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십자군 침략자들을 제대로 밀어낼 힘도 없었다.
그러나 그때 등장한 살라딘의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장기의 등장은 등장은 다시한번 뭔가 일어날 듯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풀크는 서방에서 레몽을 불러들여 안티오키아의 딸 콩스탕트와 결혼시켜 알릭스를 견제한다. 그러나 동로마 황제가 안티오키아의 땅의 반환을 요구하자 레몽과 풀크는 반환은 하되 다른 땅을 빼앗아 달라고 요청하고 황제 요안니스는 전쟁을 벌였으나 소득없는 원정으로 끝난다. 장기는 무슬림의 영웅이 된다. 그러다 풀크는 어이없이 죽고 멜리장드는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나, 극복 불가능한 원한과 증오였다.
얼마 후 방기는 에뎃사 백작령을 정복하고 유럽에서는 반 이슬람 세력이 활개를 친다. 1147년 드디어 모여드는 2차 십자군들 그 중에는 프랑스 왕 루이 7와 그 왕비 엘레오노르가 있었다. 그냥 조용히 지내면 좋으련만 알렉스의 나이많은 사위 레몽은 왕비와 바람이 나버린다. 그리고 만화는 한창 재밌어 질 순간에 4권을 기약하며 끝나버린다. 6권까지 있다는 암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인가 생각해 봤다.
이 책에서의 불만은 그림체 말고도 또 있다. 신조어가 불쑥불쑥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이 "ㅎㄷㄷ"이나 "현피"같은 뜻도 모를 단어(?)들의 등장은 당혹스러웠다. 이런 단어를 쓰려면 최소한 아래 신조어 풀이 정도는 넣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년 읽히다 말겠다는 생각이면 모르겠으나, 이건 좀 아니다. 되도록 사용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램도 있다. 책을 처음 들었을 때는 1, 2권을 새로 사서 꽂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책값이 비싸졌고 생각보다 책이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그 생각은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