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 CJK - 죽은자를 위한 미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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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저 | 휴머니스트 | 174쪽 | 296g | 128*188mm | 2003년 05월 26일 | 정가 : 8,000원


[십자군 이야기 1]을 읽고 책에 소개 된 이 책을 발견했다. 진중권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의 책은 한 권도 안 읽어보았기에 궁금증이 동하기도 했다. 제목의 무게감에 비해 책은 가볍게 읽혔다.  [언더그라운드]라는 영화에서 베오그라드에서 송출되던 독일군 방송의 시그널 뮤직인 <릴리 마를렌>을 떠올리다가 그 노래가 '제2차 세계대전의 주제곡'이라 불리며 모든 병사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것을 알아냈다는 이야기에 덧붙여 그 노래가 적군과 아군의 경계를 넘어 얼마나 많은 병사들의 마음을 달랬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군경험은 병사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쟁을 겪지 않아도 전쟁을 준비하는 병사들의 죽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병원 근무이야기는 죽음이 코앞이라서도 그렇지만, 죽음이 일생이 되는 삶이라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를 살짝 엿보여주는 것 같아 섬짓했다. 어짜피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처참하게 죽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는 축배를 든다. 이런 이야기 임에도 이때까지 이 얇은 책은 그나마 편안(?)하게 읽혔다.

내가 어렸을 때 알았던 전쟁의 적은 무조건 빨갱이였고, 빨갱이는 나쁘기 때문에 죽여도 된다고 했다. 빨갱이가 사라져야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니, 그 빨갱이는 반드시 없어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멀리 있어 표어나 포스터 그리기 대회 아니면 접하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다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총상을 입은 사실과 그 상처를 본 후부터 전쟁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총을 겨눴을 것이고 누군가의 총에 총상을 입었을 것이다. 어쩌면 전쟁은 아주 근거리에 있고 그 진혼곡은 내가 불러야 할 노래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이 책은 2003년에 나왔던 책인지라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우리나라 파병 문제 대한 비판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독재자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를 해방하겠다던 전쟁은 늘 그랬듯이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또 다시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정한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결정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짚어나가며 칼같은 말들을 던진다. 구절구절 맞는 말이나, 떠난 사람이 있기에 마음이 쓰리다. 더불어 꽤나 몰입해서 읽었던 [비명을 찾아서]의 저자 복거일씨의 망언과 텔런트 김수미씨의 파병 군사를 위한 김치담그기는 되새김질 할 수록 잘못 담근 김치 맛처럼 씁쓸하다. 전쟁의 이유가 과연 뭘까? 무엇 때문에 남의 일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남의 집 싸움을 해결해 준다고 들어갔다가 그 집에 눌러앉고 그러는 것일까?  왜! 종교와 애국의 강요 또는 세뇌로 자살테러를 감행하게 하는 것일까? 신의 뜻이 정녕 이 잔인한 전쟁일까? 그리고 미국인과 이라크의 인의 목숨은 다른가?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다 끝난것일까?  피폐해진 땅에서의 생활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원폭 피해자나 고엽제 피해자 등 끊이지 않는 후유증과 불발탄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사고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인 전쟁에 왜 멀쩡한 사람들이 동원되야만 하는가?

원거리에서 본다고 해도 전쟁이 미학이 될 수는 없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니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거나 지금 껄끄러운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험악해지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2003년 이 책이 쓰여진 이후로도 세계는 아직까지 전쟁 중이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고, 누군가를 죽이는 전쟁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보낸 상태다.

책 상태는 양장이나 작고 얇고 가볍다. 두께만 보면 순식간에 다 읽을 듯 하나 아주 작은 글씨가 아니건만 수시로 심각해지고 화가 나는 바람에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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