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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즈 예게른 -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1915-1916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파올로 코시 지음, 이현경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파올로 코시 글,그림/이현경 역| 미메시스| 144쪽| 378g| 175*238mm| 2011년 04월 25일| 정가 : 9,800원
나는 애들 밥 굶기는 것과 전쟁이 싫다. 지킬 것이 있어서 싸우는 것이겠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여러 세대에 걸친 유태인 학살, 고라즈데 인종 학살, 유태인이 저지르는 팔레스타인 탄압, 우리나라에서도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전쟁과 또 다른 학살이 전선이 아래 위로 움직일 때 마다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현재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관계로 학살이라는 표를 붙이지 않았지만 현재도 세계에는 보복적인 다양한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 또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지 알 수가 없는게 세상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혀 다른 생각을 갖은 사람이 더 큰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공포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권력이라는 독도 모르는 바 아니다. 신을 믿으면 행복하고 평화로와야 하거늘 꼭 전쟁에 종교가 끼어 있는 것도 뭐, 선동하는데는 최고니까 그렇다는 것도 알겠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빰을 내 주라던 신을 믿는 종교 지도자도 선동에 앞장을 서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상대를 조금만 믿어보면 이런 끔찍한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좀 덜먹고 덜 싸면 될 것을 참.
우리는 자랑스럽다고 외치는 단일민족이다. 그리고, 국토 특성 상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내전이 일어나고 남의 나라 군인들이 몰려와 선을 그어 놓은 그 교류도 안되는 선을 국경선으로 60년 가까이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 민족끼리도 싸우고서 60년이나 등돌리고 있는데 다른 민족이라면 오죽할까 싶다. 최근에 보고 있는 책들에 보이는 나라들은 대부분 단일민족도 아니고, 종교가 섞여있고, 국경선도 모호하다. 불 붙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웃으로 살고 절친한 친구이고, 심지어는 가족이고, 어떤 아이들은 다른 민족의 결합으로 만들어지기도 할 터이다. 그런 곳에 불씨를 던진다. 전쟁이 끝난 후, '우리가 남이가'가 될 수 없는 정말 '남'인 이들의 화해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래서 아직까지 터키에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은 언급하는 안되는 사건으로 남아있단다.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안전지대 고라즈데]에서 이웃에게 총을 겨눈 사람들을 보고난 후라 그런가 두 사건이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만 든다.
1894년 힌차크당 주도 하에 폭동이 일어났고 터키인들은 이를 진압한다며 1985년까지 약 3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했다. 그리고 탄압은 이어져 1914년까지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아르메니아인들 중 일부는 터키군에 소속되어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일부는 러시아로 들어가 합류했다. 이 만화는 터키군이 군대 중에 아르메니아인 군인들을 추려 학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살 와중에 살아남은 주인공이 겪게되는 일과 학살과 추방으로 자신이 살 자리는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덤덤하고 큰 설명없이 펼쳐진다. 그 이야기 속에 150만 명이나 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희생되었다. 학살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터키인이면서 아르메니안 편에 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들이 아르메니아인의 대학살을 막을 수는 없었다. 메즈 예게른(Meds Yeghern)은 아르메니아어로 대재앙이라는 의미다. 터키는 이 사건의 가해자로 아직까지 학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단다.
단순한 흑백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그림은 충분한 느낌을 준다. 이 끔찍하고 강렬한 상황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그림체라서 좋았다. 만약 더욱 거친 그림체로 이 만화를 보게되었다면 다 읽기도 전에, 이 사건의 의미를 알려고 하기 전에 끔찍하여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상태는 좋다. 가볍고 들고다니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