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연상호 지음 / 세미콜론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인간의 바닥을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 할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전각장인의 인터뷰 중, 전각장인의 아들은 오래전 집을 나간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발견 된 것은 어머니의 백골과 오래되어 사진을 알아 볼 수 없는 주민등록증이 었죠. 도망을 간 줄 알았던 어머니가 30년 전에 사망해 산에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경찰은 살해 당해 산에 매장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죠. 30년이 지나 상을 치르게 되고 상을 치르는 와중에 외가쪽 식구들이 방문하여, 자신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나눌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전하고 이야기 중에 아들 '동환'은 어머니 '영희'의 외모가 몹시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어머니의 사진이 없던 아들 '동환'은 30년이 지나서야 '영희'의 외모에 대해 듣게 되는 것이죠, 그 후로 아들이라 밝히지 않은 인터뷰에서 '영희'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와중에 보이지 않는 자의 오해는 자신의 팔자에서 모멸감을 스스로 밀어냄으로써 크기를 더 키워갑니다.  괴물, 똥걸레라 불리우고 못생긴 외모에 대한 비아냥은 정의롭고 선한 자의 가치를 깎아 내립니다. 읽는 독자도 스스로 얼마나 못생겼기에라는 의문을 끝까지 가져가게 되죠.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을 때, 

'동환'이 만나게 된 '영희'는 자신과 똑 닮은 어머니의 얼굴이었죠. 

누군가가 상대를 평가하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나는 과연 읽는 내내 '영희'의 얼굴을 어떻게 그리고 있었을까요?

나 또한 보이지 않는 자였죠.

스포일러입니다. 드래그해서 보세요.


책 상태는, 

두꺼운 양장에 코팅된 종이에 올컬러 인쇄 되어 있습니다. 밝은 이야기가 아니기에 전체적으로 어두운 감의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나,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책이 화사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제는 참교육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며, 각 종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군요.

최대한 유하게 썼으나 평소의 문장이 그리 고운 편이라 아닌지라

다소 거친 언사와 불쾌한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만,

일부분 퍽 시원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20대 초에 이런 칭찬을 들은 적이 있죠. "같이 여관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있다가도 지가 싫으면 뛰쳐나올 사람"이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자기 주장이 강하고 강단있다는 칭찬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죠?

 

30대 초에는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헤프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어떤 모임의 총무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삥'을 뜯고 있었거든요. 너무 헤퍼서 저런 여자와는 사귈 수 없다는 평을 하는 걸 듣고 보니 할 말이 없더군요. 나는 그 자식이 '남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들은 내가 존재하는 그 순간 '여자'로 구분하여 훑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가막히더군요. 그리고 이 모지리('머저리' 방언이나, 머저리 중에 머저리 같은 느낌으로 사용)는 낯선 여성에서 친절을 처음 받아봐서 친절이 뭔지도 모르는 무뢰한이기도 했고요. 그걸 듣고 주억거리고 있는 무뢰배가 어이 없으나, 그런 모임에서 그 무뢰배에게 삥뜯어 다른 무뢰배에게 업그레이드 된 안주를 사 먹였으니 잘 한 짓은 아니었네요. 거참.

 

마흔이 넘은 지금도 조건(?) 좋은 준비된 신부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신부가 되기 위에 삶을 살고 있지는 않으나, 그 칭찬 감사하다고 충분히 비아냥 거리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못알아들었고, 상대가 못알아 들은 까닭에 내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일로 만났으나 그 사람이 나를 묶어 놓은 카테고리가 누군가의 아내인 것도 이상하고, 그들 입장에서는 아직 재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겠죠.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취급을 받는 판이니,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타는 대중 교통에서 엉덩이에 유난히 딱딱한 이물이 아주 의도적으로 닿는 일이나, 좌석버스에서 잠들면 가방과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오는 일, 몸에 손을 대는 일 등은 비일 비재하죠. 밤늦게 공부하고 좌석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옆에서 자위하는 놈도 봤으니.. 뭐.

 

한때는 궁금했습니다. 왜 이들에게 나는 '여자'로 보여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 무뢰배 속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상대의 무뢰를 참을 생각이 없었던 터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참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항의 했고, 성추행범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욕을 했고(최근 그 상황에 같이 있었던 친구의 증언을 들으니 새롭더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욕을 하더랍니다. ㅡㅡ;), 신문지로 엉덩이를 친 상사에게는 다음 날 '일어서 공손하게 사과' 할 때까지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죠.

화를 내고 강한 주장을 한 까닭에 누구에게는 조금 무서운 '여자'으로, 옛 남자친구들의 친구들이 헤어지라고 강권하는 '여친'으로, 사회에서 만난 남자 지인들에게는 따지는 '여자'로 살아 왔습니다만, 아직까지 겪었던 경험해 비해 충분히 화를 내지 못해서 아직 분합니다. 그런데 참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화를 어찌할까요?

 

(위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 요기서 부터 리뷰... ㅋㅋㅋㅋ)

이 책은 참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저자에게 제목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제가" 여야하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왜 참아야 하냐"가 더 좋을 듯 하지만, 독자에게 하는 말이라면 인정해야죠.

 

책 상태는,

이 책 표지에서 '반사'를 보게 될줄이야. 이 '반사'가 이리 반가운 말인지 책을 받아보고 알았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욕이 묻어나는 문장도 좋더군요.

 


 

리뷰 다 썼는데, 문득 최근의 지인과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즐겁게 술 마시다가 최근의 이슈들에 화가 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소개팅에서 술을 너무 잘 마시고 안취하는 바람에 상대방 남자가 불쾌(?!)해 했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지리들이 말하는 본전 생각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이겠죠? 취하면 뭔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권하는 술을 마셔서 멀쩡하게 집에가면, 멀쩡하게 집에 갔다고 난리. 권하는거 거절하다가 마셨는데도 취해서 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취할 만큼 마셨다고 난리. "이 새끼들아! 춤 춰 줄 생각은 없지만, 가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진짜 화난다!"


생각나는게 또 있네요.

힘겹게 돈 벌어서 야간대학 다니는데, 야간 대학 다니는 나에게 친척 무뢰한이 내 직장에 찾아와서 사주는 점심 처 먹으면서 '야간대 다니는 여자애들은 업소 나간다던데'라고 씨부리던게 생각나네요. 최근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왔었죠. 당당하면 참지 못하고 깎아내리려고 몸부림 치는 것은 좋으나, 나도 사람인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고, 야간 업소까지 나가면 나는 뭐.. 초능력자냐? 이 모지리들아! 생각을 하고 좀 씨부려라!


아.. 생각하다가 보니 잔잔한 기억의 수면 아래서 같잖은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그만 써야겠어요. ㅡ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도끼다]나 [청춘의 독서] 같은 책을 더 찾아 읽고 싶지만, 그런 책을 읽고 나면 늘어가는 독서 목록

도 부담스러워 주저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출근길에는 라디오 뉴스를 듣고 퇴근길에 책을 읽고 있는 터라, 제목 보고 퇴근 길에 카프카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시작은 『체호프 단편선』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체호프의 단편집은 읽기 시작하다가 포기 했는데, 이 만화를 읽고 나니 포기의 이유를 알 듯도 하여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오셀로』를 무대에서 만나고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네요. 독서 욕심이 생깁니다. 다시 만난 『죄와 벌』도 반가웠고, 너무 유명하여 새삼스럽게 만나기 이상한 느낌을 표현한 부분에 뜨끔했습니다. 말만 듣고 아직 읽지 못한  『페스트』도 읽어봐야겠고, 다시 카프카도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했으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는 꼭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첵 상태는

테두리가 없이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는 그림이고,  책의 이야기 끝에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연관 있는 인물과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 부분은 꽤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 남자 - 귀남이부터 군무새까지 그 곤란함의 사회사
최태섭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이'라는 가수가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내었고 그 내용으로 시끄럽습니다. 가사를 읽다가 왜 이런 가사를 만들었을까 싶어서 궁금해하는 와중에 산이에게 책을 권하는 글을 하나 발견했고, 그 포스팅에서 권한 책이 이 책이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차곡차곡 읽어가는 와중에 예스24에서는 이 책의 홍보 메일에 '한남'이라는 단어를 써서 난리가 한번 났고(한국 남자를 줄여 말하는 게 그렇게 큰 욕인지 몰랐습니다. ㅡㅡ;).  그 후로 탈퇴 인증과 책을 읽지 않고 쓴 리뷰가 올라오더군요.  
이 책이 화제가 되었을 때 기대했던 것은 기가 막히게 논리적인 반박 리뷰였는데, 읽지 않았다는 인증과 탈퇴한다고 쓴 후기만 올라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어 같은 가수가 <웅엥응>이라는 노래를 내어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해명도 했고, 논쟁은 이어지고  소속사는 어떤 행사에서 해당 가수가 한 젠더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한데 이어 해당 가수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기사를 보았고, 새로운 랩과 그 랩을 평하는 말들로 논쟁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회를 배워가고 겪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킵니다. 처음에는 이 논쟁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살면서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활발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기에 이 상황이 반갑기도 했거든요.  양쪽 일부의 과격함은 우려되기도 헸습니다만,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차별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논의하고 바꾸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듯 보이고, 어쩌면 이들의 혐오는 나의 인지보다 훨씬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아직은 너무 뜨거워 비아냥이 섞인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근대와 현대사와 정치 상황, 경제적 변화 위에서 한국의 남자들이 겪었던 각종 문제들에 관하여 논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들은 남성만을 타깃으로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경제 위기가 왔다고 남성만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로 몰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펼친 여성 혐오의 연대기와 그 혐오의 바탕이 어떤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 있다 생각되며, 혐오를 걷어내고 타인의 상황을 직시하고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몹시 마음에 듭니다.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_278쪽

책 상태는, 
르네 마그리트의  "The Great War(1964)"를 연상시키는 표지에 사과 자리에 책 제목을 넣었습니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신사는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요? 꽤나 상징적인 표지라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각 페이지에 각주를 넣어 참고해 볼 수 있도록 하였으나, 참고문헌은 따로 표시해두고 있지 않아 각주를 보면서 관심 있는 책은 미리 적어 두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 혐오에서 연대로
오세라비 지음 / 좁쌀한알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3년에 [행복한 페미니즘]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욕처럼 들어야 할 때였죠.  그때의 상황을 [한국, 남자]를 읽으면서 다시 기억해 내었죠. 그리고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교양 수업의 여성학을 듣고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는 되었으나,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세상의 핍박받는 사람을 다 구하라는 것인가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저런 영향으로 세상은 못 구할지언정 주변에 굶은 사람은 없도록 하자고 기부활동과 봉사활동 등으로 친구들에게 즐거운 괴로움을 안기기도 하였지요. 휴머니스트로서 그런 활동을 함에 있어 도움을 받는 자의 선함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늙고 가난하고 외로운데, 정의롭고 선하기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의 일부 주장이 페미니스트를 주장하려면 누리지 말고, 약자이며 피해자여야 한다고 자격을 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제가 오독했기를 바랍니다.

'혐오에서 연대로'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었기에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책보다는 틀렸다고 주장하려면,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여야 하기에 양쪽의 주장을 한꺼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과격하고 불편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싸우는 극단의 페미니즘이 몹시 불편하기도 하였고요. 그래서,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는 페미니즘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기대했으나, 전혀 동조할 수가 없더군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프롤로그부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끝까지 읽어는 보았습니다만, 도대체 뭘 주장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성 혐오를 한 바가지 뒤집어쓴 느낌이 듭니다. 부제인 '혐오에서 연대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이런 생각으로 과연 연대가 가능할까요?

저자는 배울 만큼 배우고, 벌 만큼 번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단체를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며 페미니즘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들을 절망한 '헬조선'에 사는 희망 없는 젊은이들을 대비 시키고 있습니다. 왜 대비의 대상이 이리 한정적이죠? 더군다나 '자동으로 얻은 참정권'이라는 말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런 까닭에 한국의 페미니즘과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와 엄청난 차이를 안고 있으며, 사회운동으로서의 역사성과 자체 이론적 기반이 없어, 남성을 적으로 남성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동력을 찾았다니(p.56). 더불어 남성 페미니스트의 분류는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난감합니다. 어쩌다가 엘리트 여성만이 수혜자가 되는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인지? 페미니스트는 고급 진 음식, 해외여행, 남편이 만든 간단한 먹거리 사진을 자랑하면 안 되는 것인지(P.70). 누릴 거 다 두리면서 약자와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투쟁을 선동한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먹고살 만하면 불평등한 것을 참아야 한다는 논리인지. 더군다나 남성도 피해자 많고 여성 가해자도 많다는 주장은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가해자는 나쁜 것이라는 주장이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성이 상품화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직업군이 사라지는 문제, 아티스트의 자기주장에 대한 문제, 코르셋을 입을지 말지의 문제, 성 평등교육과 강사의 수준 문제, 결혼, 징병제, 빈곤, 미혼모, 노숙인 등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페미니즘과 엮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까지 열거되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합니다. 다 읽고 저자가 궁금하여 검색해 보다가 [앵무새 죽이기]와 미투 운동을 묶은 칼럼을 읽고, 몇가지 영상이 있기에 보았습니다.  옛날 사람인 할머니가 더 잘하는 나 보다 남자인 내 사촌동생을 더 예뻐라하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 괴롭힐 때 하는 논리 같기도 하여 이 책을 괜히 읽었구나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의 주장을 가지고도 각 사람의 실천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는 온건파이고, 누구는 급진파이고 누구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저자의 시선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는 반대하고 있었으나, 이 책의 주장을 읽고 만약 저자를 포함한 일부 남성들이 이 책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쩌면 그들이 나에게는 잠재적 범죄자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이 책은 뭘 위해 쓴 책인지 헷깔립니다.

책 상태는,
문장이 너무 안 예쁩니다. 화내면서 쓴 글 같아 읽기에 피로감이 있습니다. 미주에 참고 서적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 책들의 주장이 저자의 주장과 같은지 알아보고 싶지만, 일단 너무 피곤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