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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제는 참교육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8년 10월
평점 :
책을 읽으며, 각 종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더군요.
최대한 유하게 썼으나 평소의 문장이 그리 고운 편이라 아닌지라
다소 거친 언사와 불쾌한 표현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만,
일부분 퍽 시원할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20대 초에 이런 칭찬을 들은 적이 있죠. "같이 여관에 들어가서 옷을 다 벗고 있다가도 지가 싫으면 뛰쳐나올 사람"이라는 말을 술자리에서 들었는데, 자기 주장이 강하고 강단있다는 칭찬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죠?
30대 초에는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헤프다'는 평가를 받았었죠. 어떤 모임의 총무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삥'을 뜯고 있었거든요. 너무 헤퍼서 저런 여자와는 사귈 수 없다는 평을 하는 걸 듣고 보니 할 말이 없더군요. 나는 그 자식이 '남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이들은 내가 존재하는 그 순간 '여자'로 구분하여 훑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가막히더군요. 그리고 이 모지리('머저리' 방언이나, 머저리 중에 머저리 같은 느낌으로 사용)는 낯선 여성에서 친절을 처음 받아봐서 친절이 뭔지도 모르는 무뢰한이기도 했고요. 그걸 듣고 주억거리고 있는 무뢰배가 어이 없으나, 그런 모임에서 그 무뢰배에게 삥뜯어 다른 무뢰배에게 업그레이드 된 안주를 사 먹였으니 잘 한 짓은 아니었네요. 거참.
마흔이 넘은 지금도 조건(?) 좋은 준비된 신부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신부가 되기 위에 삶을 살고 있지는 않으나, 그 칭찬 감사하다고 충분히 비아냥 거리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못알아들었고, 상대가 못알아 들은 까닭에 내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일로 만났으나 그 사람이 나를 묶어 놓은 카테고리가 누군가의 아내인 것도 이상하고, 그들 입장에서는 아직 재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겠죠.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취급을 받는 판이니,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타는 대중 교통에서 엉덩이에 유난히 딱딱한 이물이 아주 의도적으로 닿는 일이나, 좌석버스에서 잠들면 가방과 허벅지 사이로 손이 들어오는 일, 몸에 손을 대는 일 등은 비일 비재하죠. 밤늦게 공부하고 좌석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옆에서 자위하는 놈도 봤으니.. 뭐.
한때는 궁금했습니다. 왜 이들에게 나는 '여자'로 보여야만 하는가. 나는 왜 이 무뢰배 속에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상대의 무뢰를 참을 생각이 없었던 터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참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항의 했고, 성추행범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욕을 했고(최근 그 상황에 같이 있었던 친구의 증언을 들으니 새롭더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욕을 하더랍니다. ㅡㅡ;), 신문지로 엉덩이를 친 상사에게는 다음 날 '일어서 공손하게 사과' 할 때까지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죠.
화를 내고 강한 주장을 한 까닭에 누구에게는 조금 무서운 '여자'으로, 옛 남자친구들의 친구들이 헤어지라고 강권하는 '여친'으로, 사회에서 만난 남자 지인들에게는 따지는 '여자'로 살아 왔습니다만, 아직까지 겪었던 경험해 비해 충분히 화를 내지 못해서 아직 분합니다. 그런데 참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화를 어찌할까요?
(위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 요기서 부터 리뷰... ㅋㅋㅋㅋ)
이 책은 참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저자에게 제목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왜 "제가" 여야하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왜 참아야 하냐"가 더 좋을 듯 하지만, 독자에게 하는 말이라면 인정해야죠.
책 상태는,
이 책 표지에서 '반사'를 보게 될줄이야. 이 '반사'가 이리 반가운 말인지 책을 받아보고 알았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연스럽게 욕이 묻어나는 문장도 좋더군요.
리뷰 다 썼는데, 문득 최근의 지인과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즐겁게 술 마시다가 최근의 이슈들에 화가 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소개팅에서 술을 너무 잘 마시고 안취하는 바람에 상대방 남자가 불쾌(?!)해 했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지리들이 말하는 본전 생각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런 상황이겠죠? 취하면 뭔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권하는 술을 마셔서 멀쩡하게 집에가면, 멀쩡하게 집에 갔다고 난리. 권하는거 거절하다가 마셨는데도 취해서 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취할 만큼 마셨다고 난리. "이 새끼들아! 춤 춰 줄 생각은 없지만, 가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좀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진짜 화난다!"
생각나는게 또 있네요.
힘겹게 돈 벌어서 야간대학 다니는데, 야간 대학 다니는 나에게 친척 무뢰한이 내 직장에 찾아와서 사주는 점심 처 먹으면서 '야간대 다니는 여자애들은 업소 나간다던데'라고 씨부리던게 생각나네요. 최근 '미스 함무라비'라는 드라마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왔었죠. 당당하면 참지 못하고 깎아내리려고 몸부림 치는 것은 좋으나, 나도 사람인데,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고, 야간 업소까지 나가면 나는 뭐.. 초능력자냐? 이 모지리들아! 생각을 하고 좀 씨부려라!
아.. 생각하다가 보니 잔잔한 기억의 수면 아래서 같잖은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그만 써야겠어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