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는 가수가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내었고 그 내용으로 시끄럽습니다. 가사를 읽다가 왜 이런 가사를 만들었을까 싶어서 궁금해하는 와중에 산이에게 책을 권하는 글을 하나 발견했고, 그 포스팅에서 권한 책이 이 책이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차곡차곡 읽어가는 와중에 예스24에서는 이 책의 홍보 메일에 '한남'이라는 단어를 써서 난리가 한번 났고(한국 남자를 줄여 말하는 게 그렇게 큰 욕인지 몰랐습니다. ㅡㅡ;). 그 후로 탈퇴 인증과 책을 읽지 않고 쓴 리뷰가 올라오더군요.
이 책이 화제가 되었을 때 기대했던 것은 기가 막히게 논리적인 반박 리뷰였는데, 읽지 않았다는 인증과 탈퇴한다고 쓴 후기만 올라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어 같은 가수가 <웅엥응>이라는 노래를 내어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해명도 했고, 논쟁은 이어지고 소속사는 어떤 행사에서 해당 가수가 한 젠더 혐오 발언에 대해 사과한데 이어 해당 가수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기사를 보았고, 새로운 랩과 그 랩을 평하는 말들로 논쟁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회를 배워가고 겪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킵니다. 처음에는 이 논쟁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살면서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활발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기에 이 상황이 반갑기도 했거든요. 양쪽 일부의 과격함은 우려되기도 헸습니다만, 논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편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차별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논의하고 바꾸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듯 보이고, 어쩌면 이들의 혐오는 나의 인지보다 훨씬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아직은 너무 뜨거워 비아냥이 섞인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의 근대와 현대사와 정치 상황, 경제적 변화 위에서 한국의 남자들이 겪었던 각종 문제들에 관하여 논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들은 남성만을 타깃으로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경제 위기가 왔다고 남성만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로 몰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펼친 여성 혐오의 연대기와 그 혐오의 바탕이 어떤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 있다 생각되며, 혐오를 걷어내고 타인의 상황을 직시하고 잘 살아보자는 메시지가 몹시 마음에 듭니다.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_278쪽
책 상태는,
르네 마그리트의 "The Great War(1964)"를 연상시키는 표지에 사과 자리에 책 제목을 넣었습니다.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신사는 어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요? 꽤나 상징적인 표지라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각 페이지에 각주를 넣어 참고해 볼 수 있도록 하였으나, 참고문헌은 따로 표시해두고 있지 않아 각주를 보면서 관심 있는 책은 미리 적어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