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 혐오에서 연대로
오세라비 지음 / 좁쌀한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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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행복한 페미니즘]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욕처럼 들어야 할 때였죠.  그때의 상황을 [한국, 남자]를 읽으면서 다시 기억해 내었죠. 그리고 이 책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교양 수업의 여성학을 듣고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는 되었으나,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세상의 핍박받는 사람을 다 구하라는 것인가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저런 영향으로 세상은 못 구할지언정 주변에 굶은 사람은 없도록 하자고 기부활동과 봉사활동 등으로 친구들에게 즐거운 괴로움을 안기기도 하였지요. 휴머니스트로서 그런 활동을 함에 있어 도움을 받는 자의 선함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늙고 가난하고 외로운데, 정의롭고 선하기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의 일부 주장이 페미니스트를 주장하려면 누리지 말고, 약자이며 피해자여야 한다고 자격을 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제가 오독했기를 바랍니다.

'혐오에서 연대로'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었기에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책보다는 틀렸다고 주장하려면,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여야 하기에 양쪽의 주장을 한꺼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과격하고 불편한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싸우는 극단의 페미니즘이 몹시 불편하기도 하였고요. 그래서, 이 세상에 발을 디디고 있는 페미니즘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기대했으나, 전혀 동조할 수가 없더군요.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프롤로그부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끝까지 읽어는 보았습니다만, 도대체 뭘 주장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성 혐오를 한 바가지 뒤집어쓴 느낌이 듭니다. 부제인 '혐오에서 연대로'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이런 생각으로 과연 연대가 가능할까요?

저자는 배울 만큼 배우고, 벌 만큼 번 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단체를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며 페미니즘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들을 절망한 '헬조선'에 사는 희망 없는 젊은이들을 대비 시키고 있습니다. 왜 대비의 대상이 이리 한정적이죠? 더군다나 '자동으로 얻은 참정권'이라는 말을 만나게 될 줄이야. 그런 까닭에 한국의 페미니즘과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와 엄청난 차이를 안고 있으며, 사회운동으로서의 역사성과 자체 이론적 기반이 없어, 남성을 적으로 남성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동력을 찾았다니(p.56). 더불어 남성 페미니스트의 분류는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난감합니다. 어쩌다가 엘리트 여성만이 수혜자가 되는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인지? 페미니스트는 고급 진 음식, 해외여행, 남편이 만든 간단한 먹거리 사진을 자랑하면 안 되는 것인지(P.70). 누릴 거 다 두리면서 약자와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투쟁을 선동한다는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먹고살 만하면 불평등한 것을 참아야 한다는 논리인지. 더군다나 남성도 피해자 많고 여성 가해자도 많다는 주장은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가해자는 나쁜 것이라는 주장이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성이 상품화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직업군이 사라지는 문제, 아티스트의 자기주장에 대한 문제, 코르셋을 입을지 말지의 문제, 성 평등교육과 강사의 수준 문제, 결혼, 징병제, 빈곤, 미혼모, 노숙인 등의 세상의 모든 문제를 페미니즘과 엮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까지 열거되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합니다. 다 읽고 저자가 궁금하여 검색해 보다가 [앵무새 죽이기]와 미투 운동을 묶은 칼럼을 읽고, 몇가지 영상이 있기에 보았습니다.  옛날 사람인 할머니가 더 잘하는 나 보다 남자인 내 사촌동생을 더 예뻐라하는 말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어머니가 며느리 괴롭힐 때 하는 논리 같기도 하여 이 책을 괜히 읽었구나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의 주장을 가지고도 각 사람의 실천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는 온건파이고, 누구는 급진파이고 누구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저자의 시선은 도대체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는 반대하고 있었으나, 이 책의 주장을 읽고 만약 저자를 포함한 일부 남성들이 이 책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쩌면 그들이 나에게는 잠재적 범죄자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이 책은 뭘 위해 쓴 책인지 헷깔립니다.

책 상태는,
문장이 너무 안 예쁩니다. 화내면서 쓴 글 같아 읽기에 피로감이 있습니다. 미주에 참고 서적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 책들의 주장이 저자의 주장과 같은지 알아보고 싶지만, 일단 너무 피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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