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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 저/이영미 역 | 문학동네 | 488쪽 | 642g | 153*224mm | 2012년 02월 15일 | 정가 : 13,800원
영화 [화차]를 먼저 보았다. 약혼자를 잃어버린 문호의 애절한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는 영화를 보고, 궁금해 읽게된 소설 [화차]는 애절한 약혼자 문호의 역할이 사라지고 부탁받은 친척 형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영화보다는 냉정해졌다. 그런 구성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소비 구조와 경제에 관한 큰 그림이 훨씬 구체적으로 그리는데 훨씬 유리한 서술이었다. 만약 영화에서 카드 사용과 개인파산 같은 어려운 이야기를 배우의 입으로 듣게했다면 설교 같아서 듣기 싫어졌을 것 같다. 영화 [쉬리]였던가?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최민식 대사 같은 그런 지리한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보고서야 영화가 얼마나 영리하게 잘 만들어져 있는지 알게되었다. 변영주 감독에게 박수를!
영화와 소설은 뼈대는 같으나, 다른 작품이었다. 약혼자가 사라졌고 약혼자를 잃은 남자는 형사인 먼 친척을 찾아와 약혼자를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부탁받은 형사는 아주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을 시작하게되고 시작과 함께 사라진 약혼자 '세키네 쇼코'의 존재가 이상하다는 점을 눈치 챈다. 그 사실을 약혼자를 잃은 남자에게 통지하자 그 남자는 사실을 부정하고, 도망치 듯이 돈을 비용이라며 돈을 던지고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약혼자 케릭터는 영화의 '문호'처럼 따뜻하게 눈물나는 케릭터가 아니라 현실감 있는 케릭터라 오히려 좋았다! 읽으면서 가볍게 '에라이 이놈아, 빨리 가라'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카드 사용, 개인 파산, 사채 사용과 나쁜 채권자들의 행태, 채권 상속과 같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한 사라진 약혼녀 '쇼코'의 행적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와지지만 그와 함께 슬퍼진다. 사라진 약혼자 '쇼코'가 힘겨움 끝에 자신의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며 중얼거리는-영화에서는 마루 끝에 앉아 하나님께 아버지를 죽여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최고!- 장면은 끔찍하지만 너무 슬픈 장면이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사라진 약혼자 '쇼코'의 몸부림은 분명 나쁨에도 미워할 수 없었고, 잡아 넣고 싶다기보다 만나서 좀 안아 줬으면 싶은 마음이 들만큼 애처로왔다. 물론 피해자를 생각하면 벌받아야 겠지만 말이다.
[모방범] 이후로 작가의 소설은 두번째 이지만, [화차]가 마음 깊게 남는다. 누구하나 미워할 수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끔찍해서 일수도있으며, 무엇보다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입력있는 스토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책 상태 불만없다. 두꺼운것과 상관없이 책장은 금방 넘어간다.
P.310-311
"언젠가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혼마보다 먼저 타모츠가 대답했다.
"성장하기 위해서죠."
후미에는 웃었다.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도 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후미에는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 봐요". 다리가 있는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고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의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는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 버렸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저는 그저 행복해 지고 싶었을 뿐인데.
세키네 쇼코는 미조구치 변호사한테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