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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ㅣ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평점 :
이세 히데코 글,그림/김정화 역/백순덕 감수,추천 | 청어람미디어 | 56쪽 | 490g | 272*197mm | 2007년 09월 10일 | 정가 : 10,000원
종이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책을 엮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갔으나, 그 안에 넣을 이야기를 아직은 찾지 못해 일단 책 바인딩하는 수업부터 들었다. 바늘에 실을 꿰어 내지를 하나하나 엮어가는 작업은 얇아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숨어야 할 것 같은 실 매듭이 밖으로 노출되는 현대적인 노출 바인딩 작업들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관심은 몇가지 책으로 옮겨 갔으나,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들은 흥미를 잃게 만들만했다. 그 재미 없는 책 중 이 책이 소개된 부분을 발견하고 얼른 사서 읽게 되었다.
'를리외르'는 제본가라는 말이다. 손으로 하는 작업. 이 책은 아이가 자신의 망가진 책을 살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더 보여주는 책이지만, 나는 를리외르의 작업환경과 작업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에 더 눈길이 갔다. 제본을 설명하고 만들어내는 그 과정은 아름다웠고, 짧게 공부한 몇권의 책에서 본 그 기구들과 방법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보기 좋고 즐거웠다. 그리고 따뜻한 눈길로 그린 저자의 그림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을 엮는 행위 자체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엮는 행위가 꼭 창의적이어야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하고 꼭 예술적일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출판된 수 많은 책들 중에 누군가의 손에서 시간과 추억과 손때가 쌓이면 그 책 자체가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책 제본이 낡아 흩어진다고해도 절대로 그 책의 자리를 새로운 책에게 내어 줄 수가 없는 예술이 된 책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런데, 오래된 책을 살려 내야만 하는데 딱히 방법이 없었다. 혼자 돼지본드로 붙여도 보고 테이프도 동원해봐도 책 꼴만 험해져버리기만 하고 책은 여전이 살아나질 않았고, 결국 내 손을 떠났다. 만약에 그때 이 책의 주인공 꼬마 아이처럼 제본을 알게 되었다면 나의 [꽃들에게 희망을]도 아직 내 책장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몇번을 읽고 책장에 꽂아 두고 나니 허름한 책 한권 새로 예쁘게 제본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책 상태 좋다. 가로로 긴 판형이라 꽂아두면 책높이가 들쑥날쑥한 것이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