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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의 하늘 ㅣ 루브르 만화 컬렉션 4
베르나르 이슬레르 외 지음, 정연복 옮김 / 열화당 / 2010년 9월
평점 :
베르나르 이슬레르,장-클로드 카리에르 공저/정연복 역 | 열화당 | 80쪽 | 2010년 09월 20일 | 정가 : 20,000원
[어느 박물관의 지하]를 읽고 '루브르 만화 컬렉션'이라는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시리즈 중 가장 먼저 구해 읽은 것이 이 책이다. 붉은 배경에 상반신을 노출한 남성이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한껏 젖히고 있다. 이 묘한 표지는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살짝 부끄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그 묘한 느낌이 책을 덮는 그 순간에는 완전하게 다른 느낌으로 바뀌어버린다.
프랑스 혁명 후, 혁명은 유럽 왕실의 공격 속에 곤경에 처했고, 여러 곳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민중은 배고프고, 공안위원회는 반혁명 혐의자의 명단을 공표한다. 그리고 '마라'는 암살당했다. 화가 다비드는 애국적인 충정에서 마라의 사후 초상화를 제안하고 그린다. 국민공회에는 암살당한 르 플르티에와 마라의 사후 초상화가 걸린 그 사이로 공문과 연설이 이어진다.
프랑스 혁명과 그 후의 정황에 아는 것이 없다. 그러니, 매 꼭지 앞에 간단하게 설명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짧은 문장은 보더라도 고개만 주억거리는 정도였다. 이 짧은 이야기로 그 당시의 시대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정치와 선동 그리고 예술, 관계 등이 얽히고 뭐하나 혁명의 달콤하고 정신 없었던 짧은 시절이 공포 정치로 넘어간 그 시점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림출처] 마라의 죽음 [Death of Marat ] | 네이버 백과사전
단두대에 보내진 그 청년을 그렸다는 그림이 <조제프 바라의 죽음>이다. 이 그림은 표지 그림과 연관되는데, 책의 안밖의 그림을 비교해보면 마음이 참으로 답답해진다.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 그 느낌을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다. 결국 민중의 우상 자리는 시민이 아닌 나폴레옹이이 차지하고 드디어 영웅을 발견한 다비드는 단 십오 분 동안만 포즈를 취한 나폴레옹을 보고 <보나파르트 장군>을 그려낸다.
화가 다비드에 대해서는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위의 <마라의 죽음>과 예술과 정치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변절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혁명과 그 당시의 상황들의 조각을 다 맞추면 다시한번 되짚어 보고 싶은 주제였다.
책은 27cm x 28cm의 크기로 이 머리를 휘날리며 느끼는 청년의 그림의 표지는 여러가지로 들고 다니기는 참민망하다. 내용의 그림들은 끔찍한 내용에 비해서는 눈이 큰 등장인물들 때문인지 귀엽다는 느낌과 더불어 순정만화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펜으로만 그린 거친 그림과 세피아 톤의 그림들이 맞물려 묘한 느낌을 낸다. 만화책 한권으로도 작품집을 갖게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두껍지 않은 만화책이나 빨리 읽어낼 수는 없었다.
트뤼덴 부인,
"내일도 여전히 당신이 날 그릴 수 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과연 머리가 무사한 채로 올 수 있을지 누가 알까요?"
다비드,
"그래요, 누군들 알겠어요"
트뤼덴 부인,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당신들 모두 다....."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