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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2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캐스린 스토킷 저/정연희 역 | 문학동네 | 원서 : The Help | 400쪽 | 448g | 140*210mm | 2011년 05월 27일 | 정가 : 12,000원
지금 한참 읽을 책이 많은 상태라 약간 주저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입소문이 뭔가 싶어 궁금증에 읽기 시작했다. 시작하고 살짝 후회했다. 생각보다 몰입 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면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없는 깊은 내용의 소설이었다.
1960년대 그러니까 남북전쟁이 끝나고 100년이 지난 시점의 미국 남부의 흑인 가정부의 이야기를 펼친다. 언젠가 노예해방은 이루어졌으나 피부색에서 자유로운 세상은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과 몇몇 미국영화에서 표현되던 웃기거나 바보 같거나 말도 안되게 비하해서 표현하는 흑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리고, 영화 [정글 피버]의 상황,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의 그 열광적인 분위기가 연달아 떠올랐다. 현재의 상황도 그러니 1960년대의 그것도 남부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울컥하는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인간을 색으로 구분했기에 그 다름에 대한 차별이 아무렇지도 않았던 시대, 그들이 해주는 음식을 먹고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 집에서 살면서도 더럽고 질병을 옮기는 존재로 생각하는 되어먹지 않는 상황들은 피와 가문으로 사람을 나눠서 구분하는 상황보다 표면적으로 드러났기에 보다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라 섬뜩했다.
미국 가정부라고 하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나온 스카라에게 헌신적인 흑인 가정부가 기억난다. 스카라가 망나니 처럼 행동하는데도 늘 따뜻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다. 역사적인 측면이나 인권적인 측면에서 그 영화를 본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나도 그런 유모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했었던 까닭에 이 소설은 처음 시작부터 마음이 참 찝찔하고 뜨끔하고 불편했었다.
이야기는 아이빌린, 미니, 미스 스키터가 서술자가 되어 진행된다. 각자의 성격과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부를 잘 하고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여자아이라면 대를 이어 가정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흑인 가정부 아이빌린과 미니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변하기를 바라는 미스 스키터는 그들의 주장이 아닌 삶을 그대로를 책으로 내기 위해 위험을 불사한다. 물론, 미스 스키터는 자신을 키워준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었다. 기자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기사 리스트를 만들고, 편집인의 조언에 따라 지역 신분에서 경력을 쌓는 와중에 생활정보 컬럼을 쓰게 되고 친한 친구의 가정부였던 아이빌린에게 도움을 청하게된다. 작은 부딛침들, 대화에서의 배려 문제들, 공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어울리는 것 조차 불경한 세상에서 가정부에게 의견을 묻고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은 묻는 사람에게나 대답하는 사람에게나 낯선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부딛침들이 아이빌린의 마음에서 물결을 일으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와중에 성격이 활발하지만 반항적인 면이 있는 미니는 백인 주인과의 문제로 궁지에 몰리지만, 일자리를 구해 안정해(?)가고 있었다. 그런 미니도 아이빌린의 설득으로 입을 열기 시작하고 다른 가정부들도 율 메이가 말도 안되는 형량으로 수감된 사건으로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슴 조이는 기다림 드디어 나온 책, 그리고 백인 주인들의 보복. 하지만 뭔가 긍정적인 에너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책의 성공으로 미스 스키터는 뉴욕의 취직자리가 생기고 이 상황들을 직접적으로 당할 아이빌린과 미니를 떠나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그녀들이 미스 스키터의 등을 민다. 결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여성이 직업을 찾아 도시로 나가는 쿨한 스토리와 더불어 미스 스키터는 본인이 쓰고 있던 지역신문 칼럼을 아이빌린에게 넘기면서 각자가 피부나 성별을 뛰어넘은 하나의 역할을 찾아간다. 흑인이 백인 신문에 기사를 기고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괄괄하지만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미니는 아이들과 독립한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끝이 나지 않는다.
차별 속에서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듯해서 이야기는 한없이 무거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는 따뜻했고 가슴의 조여드는 긴장감도 그녀들이 있기에 조금 씩 풀려간다. 그리고 아이빌린과 백인 아기 메이 모블리의 따뜻한 교감, 미스 스키터와 그녀를 키워준 가정부 콘스탄틴의 끈끈한 애정, 좀 묘하지만 미니와 어리숙한 미스 셀리아의 관계가 어울어지는 이야기는 어느 하나 놓칠 수가 없다. 그녀들의 책을 위해 인터뷰한 가정부들의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 고용인들과의 관계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에 다 이기적이지 않고, 전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세상 살만하다는 여지를 남겨주어 감사하다. 내가 어려운 나라 외국 아이들도 돕고 있고 한국 아이도 돕겠다고 이것저것 벌이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미스 힐리가 하는 짓이 영 거슬린다.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겠다고 바자회를 하지만, 정작 자신의 집에 있는 어려운 이웃은 외면 정도가 아니라 집요한 괴롭힘과 차별로 대한다. 마음이 없는 보이기 위한 봉사와 기부는 고마워도 역겹다. 파이만 먹여서 될일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든다.
두권 분량의 책이건만 읽기를 멈출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이 많으면서도 잠이 전혀 오지 않을만큼 집중도가 높은 소설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듯 하다. 읽고 재미없다며 읽고 멀찍이 밀어 놓았던 [호밀밭의 파수꾼]과 [앵무새 죽이기]가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