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런트
토요다 테츠야 지음,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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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다 테츠야 글,그림 | 미우(대원) | 원서 : アンダ-カレント | 420g | 148*210mm | 2010년 07월 15일 | 정가 : 8,500원


문득, 책을 산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마구마구 장바구니에 담았다. 누가 읽어보고 좋았다고 하기에 [커피시간]과 이 만화를 고민없이 구입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남편의 사정이 너무 궁금해서였다.

 

갑자기 카나에의 남편이 사라졌고 그 원인은 알 수가 없다. 씩씩하게 살아야하겠지만 순간 멈춰버린 듯한 삶은 동력을 잃은 듯 했다. 부모께 물려받아 남편과 함께 했던 목욕탕의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지만, 그렇다고 뭔가 나아지진 않았다. 남편의 자리에 임시직으로 호리가 들어오고 삶은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듯 싶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남편의 실종은 방금 일어난 일과 같아서 설명하는 그 순간 마음에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골 깊은 파문이 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참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수수깨끼 같은 호리와의 가까운 듯 하면서도 먼관계가 카나에를 일상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듯 하지만, 동네 아이의 실종으로 카나에의 기억 깊은 곳에 있던 상처가 수면으로 떠오른다. 아주 어린 나이에 누군가를 잃었던 사실, 4년간 곁에 있던 남편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 참으로 아픈 일이다.

그리고 남편의 흔적을 찾으려고 탐정을 고용하고 그 탐정이 가져온 이야기들과 알게된 사실들은, 개운하진 않지만 바닥에서 끌어 당기 듯 연결된 끈이 '탁'하고 끊어져 수면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좋지는 않아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참으로 심각한 듯 하기도 한데, 그렇다고 만화가 한없이 처지는 것도 아니다. 한 없이 처질 것 같은 스토리는 주변 등장인물들이 주인공들이 적당히만 가라앉도록 이야기를 띄워준다. 마음을 뒤집어 들여다보게도 하는 만화이지만, 인간의 속성 같은 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시끄럽게 만드는 만화인지라 별 하나는 뺐다.  

책 상태, 좋다. 불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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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간
토요다 테츠야 글 그림, 한나리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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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다 테츠야 글,그림| 미우(대원)| 원서 : コ-ヒ-時間| 298g| 148*210mm| 2010년 08월 15일| 정가:7,500원


몇일 친구 문병 가는 길에 만화책을 가져다 주려고 책장을 보다가, 내 책장에는 임산부에게 읽힐 만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좀비가 나오거나 전쟁 중이거나, 총질과 칼질을 남발하거나, 분쟁지역으로 빵 한조각이 아쉽거나, 여러사람 둘러보느라 머리아프거나, 너무 아깝거나 하는 바람에 선뜻 뽑아서 줄만한 만화책이 없었다. 도대체 무난한하게 읽을 만화책이라고는 없었는데, 이 만화책을 읽고나니 '그런 상황에 쓸 만한 만화 여기있소'하는 것 같았다. 책이 성향을 드러낸다고는 하지만 나의 책장은 좀 편협한 면이 없지 않았다.

 

[언더커런트]와 함께 구입했다. 같은 작가의 만화인지라 좀 우울하고 칙칙하려니 싶은 마음은 단편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사라졌다. 물론, 좀 깊이 들여다보거나 느껴보려고 한다면 뜨끔할 수도 있는 만화가 몇편 있기는 하다. 일상적이거나 지독하게 아프거나, 느닷없이 SF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참으로 맛깔났다. 그 중 '기린'에서 운전하던 그 남자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가가 가장 궁금하다. 과연 살아서 까페에 도착했을까?

 

마지막 단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모인다. 누군가 낯익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인물은 알고보면 앞에서 만난 인물이고 그 인물들을 다시 따라가 보면 그들과 함께 커피가 있다. 만화를 보고 커피한잔을 마시면서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책 상태, 불만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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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되고 싶은 책, 책이 되고 싶은 나무
강진숙 지음 / 글을읽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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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숙 저 | 글을읽다 | 2010년 10월 25일 | 정가 : 17,000원


강진숙 작가의 [책 만드는 책]을 읽고, 이어서 읽은 강진숙 작가의 북 아트에 관한 이야기다. 실용 서적이 아닌 에세이로 북 아트를 어떻게 하게되었는지,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를 아주 잔잔하게 풀어가며 자신의 작업을 이야기 한다.

 

유학시절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북 아트를 알게되고 그 작업을 하게된 일 그리고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선생님들과의 인연,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작업할 수 없었을 때의 마음들을 읽으며, 창작을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뭔가 다른게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북 아트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책으로 그 컨텐츠까지 작가가 만들어 내는 예술 작품이다. 그저 종이를 모아 묶어 내는 것만이 아니라, 책 자체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민음사 특별판(구운몽,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동물농장,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보았을 때의 이것이 예술적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은 더 깊게 들어간, 그러니까 대량 생산이 아닌 작가가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작품으로써의 의미를 접하고, 겉 보기에는 하나도 책 같지 않은 북 아트 작품들을 보며,  책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내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했다. 작가의 북 아트 작업과 그 작업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니 뭔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근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관심 조차 안가기도 하고 그런다.

 

잔잔한 북 아트 이야기를 읽으며, 작품을 보며,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소장을 넘엇서 만드는 작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있지만, 뭔가 그려내고 만들어 낼 자신이 없어서 더욱 자신이 없어지기도 한다.

 

책 상태는 불만없다. 적당한 사진과 큼직한 글씨로 읽기도 보기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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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 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는 평화유배자들
이주빈 글, 노순택 사진 / 오마이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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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글/노순택 사진| 오마이북| 280쪽| 464g| 145*200mm| 2011년 10월 25일| 정가:14,000원


어렸을 때, 시골에서 서울 상계동 친척집에 올라올때마다 흉흉한 소식들을 들었다. 상계동은 한창 재개발 지역이었고 그 인근은 판자촌이거나 벽돌 공장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이었다. 겨우 지하철이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시골느낌이 물신 풍기는 상계동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살던 사람을 쫓아 내고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분에 못이겨 옷을 다 벗고 날뛰었다고 했고, 누구는 목을 맸다고 했다. 살던 곳을 벗어나야하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은 나쁜 물이 들었다는 말로 묻혔다. 그때는 몰랐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무서운 일말인지.

 

시대가 변했다고 그런 일이 안생기는 것도 아니다. 대추리가 그랬고, 매향리가 그랬고, 뉴타운들이 그렇고, 용산이 그랬다. 공익과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자신이 터 잡은 땅에서 물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붉은 물이 들었다던가 집단 이기주의라며 몰아 세운다. 그런데, 그 공익이 또는 그 안보가 명확하게 어떤 것인지, 평온하게 이어져오던 공동체가 순순히 떠나야할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다. 그냥 공문 몇장에 터를 떠나란다. 가만히 방에 앉아 내가 갖은 것과 내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이 조그만 것들을 갖고도 당장 떠나라면 숨쉬기가 힘들어 질 것 같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거나 집에서 나가라고 한마디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몸에 솜털이 다 설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는게 사람이다. 그런데, 생업과 연관된 터를 정확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떠나라니. 그리고 이유를 물어보면, 경찰을 동원하는 이 일은 뭘까?  이렇게 반복되는데, 왜 자신이 그 상황이 되기까지 모두 반대편에서 서서 공익을 무시한 집단 이기주의라며 손가락질 하게되는 것일까?

 

4.3사건에서 '육지것들'이 몰려가서 한 짓을 되풀이하며, 어떤 정신 없는 사람은 4.3사건이 공산폭동이었다며 떠들기도 한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한 신을 믿는 어떤 사람이, 같은 신을 믿는 사람들이 강정을 지키는 것을 보고 '빨갱이'라며 제주로 찾아 신께 기도드린 사건을 봤다. 나도 그 신을 믿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참 이상하다. 그 종교의 성격이라면, 전쟁을 반대하고 신이 만든 생명을 지켜야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다르다고 사탄으로 몰면, 사탄이 되지 않고 살아 남을 사람이 몇사람이나 될까?

 

이 책을 사 놓고 생각이 많아 바로 읽지는 못했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육지것인 내가 이걸 읽으면 또 마음이 얼마나 달음질 할지, 또 뭘 하자고 사람들에게 부탁하게 될까봐. 도와야 할 사람도 많고, 신경써야 할 일도 많다. 그리고 몇년째 친구들 주머니 털어 이런 저런 일 벌이는 것도 미안해서, 강정상단에서 뭘 사먹으라고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산 것만으로도 되었어. 눈 딱 감고 안읽어야지' 했건만, 시사in뉴스타파를 읽고 보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문정현 신부의 피가 맺힐 듯한 트윗들을 읽으며, 지금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유죄가 되는 것 같아 슬픔과 욕을 꾹꾹 참으며 끝까지 읽어냈다.

 

책은 치열하기 보다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사서 읽었으면 좋겠건만, 사건이 워낙 묵직하다보니 아름다움이 슬픔으로 느껴진다.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 링크들을 살펴보고 돕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을 사서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은 강정마을 대책위에 기부된다고 하고, 더 돕고싶다면 강정마을(클릭)로 찾아가면 뭘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나와있으니 뜻 있는 분들이 많은 참여하셨으면 좋겠다.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한 정보 안내.

1. 방송
추적60분(2011.9.7): 해군기지 문제갈등의 원인 http://j.mp/qJVK3H
뉴스타파(2012.3.3): 강정마을의 고통스런 현재 http://j.mp/zJjjaf
뉴스타파(2012.3.10): 구럼비 발파 이후 강정은 http://bit.ly/xCNj64
알자지라(2011.11): 무기에 대항한 강정의 투쟁 http://j.mp/wIHSCf
*현장 생방송: 아프리카TV http://www.afreeca.com/ '강정' 검색

2. 도서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http://j.mp/AiiPR4
울지마 구럼비, 지키자 강정 http://j.mp/w8Qn0Y

3. 인터넷
강정마을 www.gangjeong.com
다음카페 http://cafe.gangje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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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어류도감 사가판 도감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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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호시 다이지로 글,그림/김동욱 역 | 세미콜론 | 원서 : 私家版 魚類圖譜 | 264쪽 | 378g | 145*210mm | 2010년 08월 11일 | 정가 : 9,500원

 


 

미용실을 가는 것이 싫다. 같은 자세로 몇시간씩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수시로 머리를 만져대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황도 싫다. 더군다나, 드라마나 유행, 여성잡지에 나온 스캔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나로써는 스탭들이 민망할때마다 던지는 대화도 쉽지 않다. 그래서 2년간 들르지 않았던 미용실을 산발이 된 머리를 참을 수가 없어서 방문했다. 그때 들고간 책이 이 책과 [사가판 조류도감]이다.

내가 미용실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나름의 목표 때문이었는데, 그 목표라는 것이 인어공주 머리였다. 긴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내려와 상체를 가리는 그런 길이까지 길러보자는 거였건만, 얇은 곱슬머리에 숱도 없는 나는 아무리 길러봐야 머리 숱만 빠지고 지저분 할 뿐이었다. 그런 내가 미용실에 앉아서 '얼마나 잘라 드릴까요'를 들으며, 인어공주를 맞이하고 있자니 씁쓸했지만, 재밌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만화는 단편이었다. 심해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는데, 느닷없이 중국 배가 침몰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놀랐다. 단편인지 모르고 보면 꼭 이렇게 이야기를 연결하다가 깜짝 놀라게 되곤 한다. 시작부터 등장한 심해 인어 공주는 사람이 되긴 하지만, 물거품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인어의 눈물은 정말 쓰렸고,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나타난 기계 물고기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물고기를 꿈꾸는 남자에서는 현대인의 모호하고 지친 삶이 느껴졌다. 내가 물고긴지 사람인지 헤깔리는 직장인의 그 기분 모르는 바 아니다. 읽으며, 작가의 묘한 상상력에 살짝 감탄하게 되었다.

 

눈이 나쁜 내가 안경을 벗은 상태로 이 만화를 보다보니, 파마약 바를 때 책 속으로 들어가다 머리가 당기기도 하고, 열처리 할때 머리를 세우고 있어야 함에도 자꾸 숙여서 뭐가 잘 안되기도 하고, 중화 할때 중화액이 줄줄 흐르는 험난함 속에서도 집중해서 재밌게 볼 수있는 만화였다.

 

 


1.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을 알게된 것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히데야키의 부인인 안노 모요코의  만화 [감독 不적격]에서 였다. 그때의 느낌은 이 대단한 작가의 만화를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고, 그래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경매에 나온 이 만화를 구입한 후 읽었으나 그 작가가 이 작가인지는 모르고 있다가 책 정보를 검색해보고서야 알게되었다.

 

2.

책을 다 읽은 후에 사가판이라는 말이 뭘까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만든 어류도감이라는 제목이었음을 알고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했다. 아직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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