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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판 어류도감 ㅣ 사가판 도감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 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8월
평점 :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그림/김동욱 역 | 세미콜론 | 원서 : 私家版 魚類圖譜 | 264쪽 | 378g | 145*210mm | 2010년 08월 11일 | 정가 : 9,500원
미용실을 가는 것이 싫다. 같은 자세로 몇시간씩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수시로 머리를 만져대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황도 싫다. 더군다나, 드라마나 유행, 여성잡지에 나온 스캔들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나로써는 스탭들이 민망할때마다 던지는 대화도 쉽지 않다. 그래서 2년간 들르지 않았던 미용실을 산발이 된 머리를 참을 수가 없어서 방문했다. 그때 들고간 책이 이 책과 [사가판 조류도감]이다.
내가 미용실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나름의 목표 때문이었는데, 그 목표라는 것이 인어공주 머리였다. 긴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내려와 상체를 가리는 그런 길이까지 길러보자는 거였건만, 얇은 곱슬머리에 숱도 없는 나는 아무리 길러봐야 머리 숱만 빠지고 지저분 할 뿐이었다. 그런 내가 미용실에 앉아서 '얼마나 잘라 드릴까요'를 들으며, 인어공주를 맞이하고 있자니 씁쓸했지만, 재밌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만화는 단편이었다. 심해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는데, 느닷없이 중국 배가 침몰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놀랐다. 단편인지 모르고 보면 꼭 이렇게 이야기를 연결하다가 깜짝 놀라게 되곤 한다. 시작부터 등장한 심해 인어 공주는 사람이 되긴 하지만, 물거품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인어의 눈물은 정말 쓰렸고,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나타난 기계 물고기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물고기를 꿈꾸는 남자에서는 현대인의 모호하고 지친 삶이 느껴졌다. 내가 물고긴지 사람인지 헤깔리는 직장인의 그 기분 모르는 바 아니다. 읽으며, 작가의 묘한 상상력에 살짝 감탄하게 되었다.
눈이 나쁜 내가 안경을 벗은 상태로 이 만화를 보다보니, 파마약 바를 때 책 속으로 들어가다 머리가 당기기도 하고, 열처리 할때 머리를 세우고 있어야 함에도 자꾸 숙여서 뭐가 잘 안되기도 하고, 중화 할때 중화액이 줄줄 흐르는 험난함 속에서도 집중해서 재밌게 볼 수있는 만화였다.
1.
모로호시 다이지로 선생을 알게된 것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히데야키의 부인인 안노 모요코의 만화 [감독 不적격]에서 였다. 그때의 느낌은 이 대단한 작가의 만화를 언젠가는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고, 그래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가, 얼떨결에 경매에 나온 이 만화를 구입한 후 읽었으나 그 작가가 이 작가인지는 모르고 있다가 책 정보를 검색해보고서야 알게되었다.
2.
책을 다 읽은 후에 사가판이라는 말이 뭘까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만든 어류도감이라는 제목이었음을 알고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이제서야 했다. 아직도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