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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당신에게
남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남인숙 저 | 자음과모음(이룸) | 312쪽 | 344g | 137*195mm | 2011년 12월 26일 | 정가 : 12,500원
집에 들른 지인이 두 권을 갖고 있다며, 하나 두고 간다고 했다. 두고 간 지인이 아무거나 두고 갈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지를 보아하니 그저그런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법한 그런 표지다. 어짜피 남자랑 같이 살 생각이면 한번 읽어보라는 것일까? 별 생각 없이 잘 보이는데 놓아두고 있다가 펼쳐본 목차에 깜짝 놀라 잡은 그대로 읽어버렸다.
나는 평소에 아버지가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밖에 나가서 하는 일상적이지 않은 일은 깜짝 놀랄만큼 잘 하면서 집안에만 들어오면 한 없이 무능력하고, 가족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줄 모르며, 거짓말을 일삼고, 세상 물정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에는 한 의견을 하나, 가족들의 문제에는 뭔가 나몰라라하는 경향이 짙고 대화를 회피하기도 한다. 제대로 노는 방법도 몰라 멍하니 TV 앞에만 앉아 있곤 한다. 밖에서 큰 일을 치뤄내던 아버지는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었건만, 우리집 문은 남자가 통과하면 무능력해지는 무슨 마법의 투명막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이 다 밝혀진다. 이 책에 나오는 그 남자가 내 아버지 인거다. 지금까지 남자(아버지, 친구, 애인, 직장동료)와 함께하면서 겪었던 사소했던 컸던 간에 불쾌하고 불편했던 모든 진실이 이 책에 있다. 어떤 일은 놀라워서 불쾌해 죽을 지경이 되었건만, 어쩔 수 없이 진실은 진실이고 바꿀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스스로 현명해져서 남자들 머리에 조종 작대기라도 꽂아 놓고 어르고 달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이 책에 가장 중요한 점은 제목에 들어간 '어쨌거나'다. 시원하게가 아니고 '어쨌거나'.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긴 한데, 남자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한번 읽어봐야할만한 책임에는 확실하다.
책 상태 불만 없다. 단, 상황 설명을 등장인물을 만들어 설명한 것은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주인공의 옛남자가 나름대로의 해결사로 등장해 이어지는 대화식의 진행은 즐겁지 않았다.
Thanks. 위미
땡스 한것은 한것이고, 남자랑 살라고 준건지 남자랑 살지 말라고 준 것인지 밝혀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