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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땀 - 여섯 살 소년의 인생 스케치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스몰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월
평점 :
데이비드 스몰 글,그림/이예원 역| 미메시스| 원작 :Stitches. A Memoir| 328쪽| 852g| 180*235mm| 2012년 01월 30일| 정가:16,800원
이 만화를 추천하는 광고 메일을 하나 받았다. 출판사도 좋고 표지에 나온 꼬마 얼굴도 악동인 것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받고 나니 양장에 묵직한 만화책이었다. 생각보다 거했다.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이야긴가 감도 못잡았다. 가족은 따로 놀고 주인공 꼬마는 겉돈다. 불행을 겪으면서도 무감한 가족들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 이런 가족사는 세상에 불행이 흔해지고 흔해지다보니 흔한이야기가 되어있어서 특별하지 않다. 쌀쌀맞은 가족이 어디 주인공네 가족 뿐이겠는가. 하지만, 그 주인공이 특정인물이라면 달라진다. 만화가 끝날 즈음 가족사진이 나오고 이 이야기가 만화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매정한 부모, 따뜻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형과 함께한 유년기의 기록들은 삭막했다. 여섯살 데이비드에게 지나치게 차가운 가족 풍경이 흑백 드로잉으로 펼쳐진다. 신경질적이고 돈문제로 자주 화를 내는 엄마와 지나치게 냉담한 아버지의 모습, 형제애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형과의 관계들이 펼쳐진다. 바늘땀-이 만화의 제목인 바늘땀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데, 밖으로 나온 땀처럼 밖으로 드러낸 이야기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띄엄띄엄이지만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 같은 느낌-를 넘어서 열한살이 되던해 가족이 아닌 다른 이가 발견해준 목의 종양은 엄마의 돈타령에 치료가 뒤로 미뤄진다. 아버지의 승진으로 집에 더 많은 돈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종양은 제거되지 못하고 심지어는 잊혀지는 듯 했다. 집에 신형 가전제품만이 늘어간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 혹 제거 수술을 하지만 수술은 한번에 끝나지 않는다. 재수술을 하게되고 데이비드는 그 혹이 그냥 혹이 아니었다는 것을 수술 후 집에서 요양을 하다가 알게 된다. 암덩어리였던 그 혹을 제거하면서 데이비드는 목에 흉칙한 상처를 얻고 목소리를 잃는다.
누군가 깊은 사과를 하거나 바닥을 드러내 보이게 되면 관계나 나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의 비밀을 목격한 사건이나 데이비드에게 엑스선을 자주 쐬 주었던 어릴 적 일을 말하면서 그 일이 데이비드에게 암을 주었을꺼라는 아버지의 고백이 어쩌면 화해로 가는 길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이야기는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가족 간의 오해와 엇가림은 쉽게 풀릴 듯 하면서도 그렇게 쉽게 풀려나가지 않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데이비드네 가족이야기도 시종일관 잔잔했지만 그 잔잔한 표면 아래 감춰진 마음은 잔물결로 너덜너덜해지는 법이다.
양장으로 된 만화책이다. 제법 두꺼워서 800g이 넘는다. 한손으로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무겁다. 침대 옆에 두고 잠들기 전에 읽고 잠들어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드로잉은 무척이나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