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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박범신 저 | 문학동네 | 408쪽 | 511g | 128*188mm| 2010년 04월 06일 | 정가 : 12,000원
최근에 '이런 책을 안 읽으면 교양인이 아니예요'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들이 몇권 있다. 다들 한마디씩 하고 글을 쓰고 의견을 내 놓는다. 다들 그렇게 관심 갖는 책에 흥미가 가면 좋으련만,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라면 괜히 저만치 밀어두게 된다. 박범신이라는 작가도 이름은 알고 얼굴도 아는데 작품을 모르는 유명 작가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리뷰를 읽고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영화 포스터의 전정적인 문구도 마음에 들지 않고 책 표지의 살랑살랑한 그림도 거슬리지만, 마냥 가볍게 생각했던 이 책의 이야기가 무겁게 내려앉으면서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이 책을 갈망과 상실로 읽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문제의 핵심이었던 은교는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두 남자의 갈망과 상실은 이 책의 구비구비의 박혀 있었다. 가장 아프게 다가왔던 것이 '이적요'의 갈망이었다. 늙는다는 것을 아직 구체적으로 체험하지는 못한 나이에 이적요의 입으로 듣는 늙음에 관한 이야기는 생생한 체험처럼 들렸다. 지난 여름 디스크로 누워 내 스스로 화장실도 가지 못했던 경험과 그 후로 현저하게 떨어져버린 체력에 대한 생각이 '이적요'가 말하는 늙음과 겹치면서, 몸은 늙었으나 정신은 늙지 않는 비극에 대한 강렬할 설명을 온몸으로 듣는 것 처럼 느꼈다. 비극을 껴 안고 있기에 '이적요'의 사랑노래가 더욱 서글펐는지도 모르겠다.
밤에 썼으니 밤에 읽으라고 했던가? 참으로 밤에 혼자 읽어야 좋겠다 싶은 소설이었다. 나는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읽으며 민망한 페이지를 용기 있게 읽곤 했는데, 민망한 페이지 때문이 아니라도 이왕 읽겠다면 밤에 혼자서 책읽기 좋은 조명만 두고 집중해서 읽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책 상태는 그냥 소설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