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분명하게 의식한 것이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끝없는 행복으로 가득했던 나 자신의 삶이 그가 죽는 순간 끝났다는 것, 내 마음은 영원히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렇게 뜨겁게,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내 남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를 사랑했다. 나는 드물디드문 이 고귀한 도덕적 품성의 소유자가 우정으로 나를 대하고, 나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에 크나큰 자긍심을 가졌다. 그를 잃은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었다. 진정 끔찍했던 이별의 그 순간, 나는 남편의 죽음을 견뎌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심장이 터지거나(그만큼 내 가슴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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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30분에 남편은 숨을 거두었다. 체레프닌 의사는 남편의 심장이 멎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최후의 순간이 오자 나와 아이들은 절망에 목 놓아 울었다. 아직 채 식지 않은, 우리가 사랑했던 망인의 얼굴과 손에 입을 맞추며 무슨 말인가를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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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한 아내에게 남편으로서는 좀처럼 하기 드문 말을 내게 했다. “기억해 줘, 아냐. 내가 당신을 언제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걸. 그리고 꿈에서라도 당신을 배반한 일이 없다는 걸 말이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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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유형에 처했던 4년 내내 이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후에 그 성경은 언제나 그의 책상 위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그는 어떤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회의가 들 때면 종종 이 성경을 손에 잡히는 대로 펴서 펼쳐진 부분의 첫 쪽에 나와 있는 글을 통독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지금 자신의 의심을 성경을 통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는 직접 성경을 펼친 다음 내게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펼쳐진 곳은 마태복음 3장 14절이었다. “요한이 제지하며 가로되 ‘제가 당신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어찌 당신께서 제게로 오십니까?’ 그러나 예수께서 그에게 답하여 가라사대 ‘막지 말라,3 우리가 이렇게 하여 위대한 정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한지라.’”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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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 12월 초에는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단행본으로 3,000부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출판은 금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발행 부수의 절반이 며칠만에 다 팔렸다. 물론 그의 새 소설이 불러일으킨 관심을 확인한 것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에게 소중한 일이었다. 이것은 온갖 불행으로 얼룩진 그의 생의 마지막 기쁨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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