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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편의 건강에 대해 말할 수 없이 걱정하고 있었던 그런 때에, 내가 예상했던 일주일이 아니라 22일간이나 남편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것이다. 오, 그 시간 동안 내가 겪은 고통이란! 특히 남편의 편지로 볼 때 그가 집에 돌아오는 것은 점점 더 연기되고 있는 반면, 그에게 위험하기 그지없는 흥분과 불안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내가 겪었던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흥분이 꼭 이중 발작은 아니라 해도 발작으로 끝나게 될 것만 같았다. 더욱이 간질 발작을 일으킨 지가 오래되었으므로 조만간 발작이 일어날 것 같았다. 남편에게 발작이 일어나면 그는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나를 찾아 호텔을 헤매다닐 것이고,8 그곳에서는 그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여 그가 정신이 나갔다는 소문이 모스크바 전체에 퍼질 것이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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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생애의 마지막 해에 나는, 이 위대한 그림 앞에 서서 내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마음 깊이 감화되어 있던 그를 얼마나 자주 보았는지 모른다. 그럴 때면 나는 기도하는 그의 마음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방에서 물러나오곤 했다. 톨스타야 백작 부인의 선물로 인해 남편이 성모의 얼굴 앞에서 희열과 깊은 감동을 맛볼 수 있었으니, 그녀에 대해 내가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 초상화는 우리 가족의 유물로서 지금은 우리 아들이 보관하고 있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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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은 대체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지난해(1879년) 엠스에 다녀온 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의 건강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좋아졌고, 간질 발작도 현저히 드물어졌다. 아이들도 아주 건강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의심의 여지없는 성공을 거두었고, 그 소설의 몇몇 장들에 대해서는 자기 작품에 언제나 엄격하기 그지없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 무척 만족해했다. 우리가 구상했던 회사(서적 판매상)가 만들어졌고 우리의 출판물도 잘 팔리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모든 일이 그런 대로 잘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정황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남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즐겁고도 약간 들뜬 기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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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남편도 너무나 가여웠다. 누가 그를 사랑할 것이며, 누가 그를 염려하고 그의 고통과 슬픔을 나누어 가지겠는가? 나는 눈짓으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와 아이들을 가까이 오게 해서 입을 맞추고 신의 축복을 빌었다. 그리고 내가 죽을 경우 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남편에게 주는 글을 썼다. 그런데 고비를 맞기 전 마지막 이틀 동안 어떤 희미한 마음의 평정 같은 것이 찾아왔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 아이들도 불쌍하게 여겨지지 않았고, 마치 내가 벌써 이 세상을 떠난 것같이 느껴졌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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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그리고리예브나가 죽어가고 있답니다!” 울음 때문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면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가 말했다. “그녀 없이 제가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녀 없이 제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녀는 저의 전부란 말입니다!”

선량한 이 성직자의 아내는 그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울지 말아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절망하지 말아요. 주께선 자비로우세요. 당신과 아이들을 홀로 남겨두지 않으실 겁니다!” 그분의 진심 어린 염려와 설득이 남편에게 영향을 미쳐 그의 떨어진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그녀가 염려해 주던 것을 기억할 때마다 항상 그녀에게 감사했고 또 그녀를 무척 존경했다.

-알라딘 eBook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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