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
김성수 지음 / 보누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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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낱말도 접미사나 접두사의 어원을 알면 그 의미로 다른 단어에 또 붙이면 왜 그런 뜻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면서 잘 잊어버리지 않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어원을 아는 것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원소의 어원도 알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읽고 싶었다.


 이 책을 쓰신 김성수 님은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최우수 졸업했다고 하신다.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 전공에 최우수 졸업까지, 대단하신 분이다. 현재 한국과학기술 연구원 전북 복합소재 기술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한다고 하신다.


 학창 시절 화학 원소를 정말 열심히 외웠던 적이 있다. 왜 그런지 이해보다 그땐 모든 걸 다 암기하느라 바빴던 생각이 난다. 열심히 외우다 보니 '○소'로 끝나는 말들이 많아 왜 '소'로 끝날까, 왜 이런 이름들이 붙었는지 궁금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일들을 이제서야 궁금증을 푸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사에서 우리가 봐왔던 청동기 시대의 비파형 동검, 세형동검은 원료가 구리, 주석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구리와 철의 사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리나 철 같은 것들은 2000년도 훨씬 지난 옛날부터 유럽 사람이든 중국 사람이든 알고 있는 원소였다니 신기하다.

 '구리'는 '굴'에서 파생된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에 대응하는 '구리 동'의 쓰임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원소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깡통 안에 음식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서는 왜 주석을 사용해야 하는지, '금'은 사치스러운 장식품에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항공 우주 분야에 널리 쓰이고, 우리가 매일 쓰는 전자 기기의 부품과 회로에 금이 들어가 우리 생활 전반에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연예인의 모습이 담긴 거대한 사진을 우리는 브로마이드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브로마이도라고 부르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데 브로마이드라고 불린 건 사진이 빛에 반응하는 감광제로 '브로민화 은'을 사용한 종이 위해 현상되어서 '실버 브로마이드'를 일본인들이 줄여서 '푸로마이도' 라고 부르다가 브로마이도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일화들을 읽으며 원소 어원 역사에 빠져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화학자에 대한 소개가 있다.

 '우다가와 요안'은 서양의 책들을 번역하여 다양한 화학 용어들을 한자로 번역하여 책을 썼는데, 우다가와 요안은 한자어로 잘 번역하여 한자 문화권에 속했던 화학자들이 훗날 서양 문물을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화학 분야뿐 아니라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도 우다가와 요안이 만들어냈다니 많은 분야를 넘나들며 서양 지식을 들여오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하는데 학문에 조예가 깊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화학자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화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긴 앙투안 라부아지에, 아산화질소의 마취 효과를 발견한 험프리 데이비와 영원한 맞수인 조제프 게이뤼삭 등 짧게나마 화학자들의 생애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소 이름에 대해서이다. 대한 화학회 설립 시엔 일본 학계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나 이후 일본보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고 우리나라가 세계 각국과 직접 소통하면서 국내에서 사용해 온 원소 이름이 구시대적으로 보여 한국어 원소 22가지를 영어식 이름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래 사진 참고)

 바뀐 이름들을 보니 나는 소듐보다는 나트륨, 칼륨, 크롬, 망간, 게르마늄 이런 쪽이 훨씬 익숙하다.


 원소로 과학과 역사, 문화의 이야기까지 많이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었다고 원소에 대해 완전히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원소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넓혀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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