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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
허혁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신랑이 차 사고로 신랑 차를 폐차하고 내가 타던 차(車)로 출퇴근을 하게 되어 내가 차가 없다 보니 나는 어딘가 나가려면 걷기 아니면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차를 이용하다가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는 생각에 신랑은 자꾸 차를 한 대 더 늘리겠다고 하는 걸 뜯어말렸다. 나는 차가 있을 때에도 멀리 나가지 않는 이상 곧잘 걸어 다니고 자전거도 타곤 해서인지 그리 불편한 게 없다. 요즘엔 운동 다니는 센터가 우리 동네를 벗어난 곳이라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시내버스를 이용하는데 시내버스 이용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내가 운전을 안 하고 시내버스 타러 가기까지 걸으면서 운동도 되는 이점이 있다.
요 근래는 시내버스를 이렇게 자주 이용해서인지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저자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 시내버스 기사로 시내버스를 몬다는 건 자기 자신을 찾아다니는 일이 되었다고 한다. 전주는 잘 알고 있기에 시내버스의 노선 이야기를 들을 땐 많이 반가웠다.
이 책을 읽으니 버스기사님의 생활을 잠시나마 알게 되었다. 나도 버스 타면서 누군가 통화를 하면서 타는 걸 보면 "여기는 공공장소에요."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기사님 또한 통화 소리가 매우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한다. 통화 소리가 크면 라디오 볼륨으로 크기를 조절한다니 라디오 소리가 크다면 버스기사님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
한 번은 시내버스 정류장이 광역버스 정류장과 같은 위치이다 보니 뒤에 오던 내가 탈 버스가 그냥 지나쳐 갈 때도 있고, 핸드폰 보다 잠시 한눈팔아 놓친 적도 있다. 언젠가는 신호에 걸려 있어 문을 열어달라고 노크를 했는데 현재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열어주지 않는다. 나의 고향 익산이나 전에 살던 아산에서는 열어주던데 이곳은 수도권이라 안 열어주나 인정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버스기사님도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면 열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에서 격하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인 버스기사님은 기사 생활 2년 만에 시내버스 최고의 덕목은 닥치고 빨리 달리는 것이고 승객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는 친절한 언행이 아니라 과감한 신호위반이라고! 이 부분을 공감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버스를 탔지만 빨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버스를 승차하고 하차할 때 또한 승객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설명서가 있다. 버스를 타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된다.
버스가 왜 이리 늦게 오는지,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해주고, 급좌회전 해서 몸이 쏠리고 왜 흔들리게 만드는지, 두드려도 문을 왜 안 열어주는지, 왜 앉기 전에 출발하는지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으면서 버스기사 아저씨의 삶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의 내밀한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버스를 탈 때마다 인사하면 인사는 왜안받냐 투덜대곤 했는데 이젠 인사를 받든 안 받든 그냥 인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