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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그 동안 시집은 윤동주의 시 만 읽은 것 같다. 윤동주의 시를 읽으니 다른 작가의 시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달 전 정지용, 한용운의 시집과 도종환의 시화집을 사 두고 도종환의 시화집을 이제 읽었다.
나처럼 시를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도종환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는 다 알 것이다. 그래서 나도 서점에서 '시' 책 코너를 보다가 이 책을 내게 들였다.
이 시화집은 많은 시들 중 아끼고 좋아하는 시 61편을 골라 송필용 화백의 그림 50점과 함께 엮은 것이라고 한다.
1부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3부 꽃이 피고 저 홀로 지는 일
4부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5부 함께 먼길 가자던 그리운 사람
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시는 나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
우리가 사는 쉬운 삶은 없다. 꼭 성공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련 없이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없기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시구가 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힘들더라도 지금 이렇게 힘들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잘 될거라고 위로가 되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 외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도 좋았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전문
한 때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대에 내가 택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다면 나의 삶은 어땠을까.
이 길을 갈까, 다른 길을 갈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그 택한 길을 나는 후회(?)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이렇게 될 바엔 차라리 그 길을 택할 걸 했지만, 그 길을 택했다면 후회하는 그 길을 가보지 않은 거에 또 미련이 남아있었을거다.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해 지금도 목마름이 남아있지만 또 다른 길을 찾아 내가 원하는 삶으로 살려 한다.
이 두 시 외에도 '개울' '산맥과 파도' 등 내 마음에 닿는 시들이 있었다.
도종환 시인의 삶, 사랑, 희망, 행복이 들어있는 시를 깊어가는 가을날에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