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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평점 :
『엄마의 말뚝』을 읽고 박완서선생님의 책들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된 걸 보고 사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대출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박완서선생님이 쓰신 여러 에세이 중에 선정하여 모은 책이다.
박완서선생님이 살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솔직하게 담아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글이 어떻다고 뭐라 말할 자격은 안되지만, 박완서선생님 글은 편안하게 술술 잘 읽힌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도 말짱 헛것인 게,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인색하다.
넉넉하다는 게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이라면,
요새 부자는 늘어나는지 몰라도
넉넉한 사람은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다.
광에서 인심 나는 게 넉넉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 같다.
남의 좋은 점만 보기 시작하면 자기에게도 이로운 것이,
그 좋은 점이 확대되어 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변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교양 있는 부모님들에 의해 잘 다스려지는 가정일수록
입김이 희박해지는 게 아쉽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랑이 없는 곳에
평화가 있다는 건 억지밖에 안 되리라.
숨결이 없는 곳에 생명이 있다면 억지인 것처럼.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