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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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책을 대출하러 도서관에 왔다 갔다 하며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을 때 신간 코너에 있던 걸 분명히 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땐, 읽어봐야겠다, 읽어야겠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요즘 내가 운동 삼아 걷기 시작한 지 겨우 한 달이 넘었고, 읽고 있던 - 꼭 읽어야 하는 책도 다 읽어갈 무렵, 갑자기 '아, 걷는 사람 하정우 그 책이 있었지, 나도 요즘 걷고 있으니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 내 머릿속에 순간 들었다.

아이 책을 대출하면서 이 책도 같이 대출했다.



하정우 님은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

이라고 쓰여 있다.

그동안 출연했던 영화 제목과 2010년부터 그림 개인전 소개도 있다.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는 배우 하정우 님의 걷기 이야기부터 먹는 것, 그림, 독서, 배우의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걷는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엄마가 더 이상 걷지 못하고, 누워있게 되었던 것 보면 걷지 못하는데서 점점 더 약해지고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 보면, 걷는다는 것은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정우 님도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오를 무대도 없던 시절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지 않고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쥐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살면서 유난히 힘든 날이 오면

우리는 갑자기 거창한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고,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 '사실 처음부터 다 잘못됐던 것이다'

라고 변명한다.

걷는 사람, 하정우 p79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말을 책에서 보다니.

나는 사실 '의미도 없는 것을 하고 있으면 뭐 하나' 할 때가 많았다.

의미를 찾으려고 했고, 의미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을 때

선배 언니가 의미를 부여하면 되고, 의미를 찾는 것보다

편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불과 지난주 통화 때

듣고 왜 나는 즐기지 못하고, 의미만 찾으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어쩌면 변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길과 행보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은 동서남북 어디로도 갈 수 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내 이름을 붙인 트레킹 코스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 말한 것처럼 '내가 가는 곳이 길이 된다'

걷는 사람, 하정우 p91




걷기의 매력 중 하나는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고, 내 몸을 더 아끼게 된다.

봄과 가을의 햇빛이 다르고 여름과 겨울의 나무에서 각기 다른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이 지구에 발 딛고 사는 즐거움이다.

걷는 사람, 하정우 p105




걸어본 사람만이 알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쉬지 않고 걷기를 계속한다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겠지.

하정우 님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사 먹는 것보다 직접 해 먹는다는.

장보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직접 만들고.

재료의 특성도 잘 알고 있고 음식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작년 여름까지 가지를 볶으면 가지는 기름을 정말 먹는다 하며 기름이 부족하며 들이부으며 볶아먹곤 했는데, 가지는 지나치게 기름을 흡수해 한 번 데쳐야 한다는 걸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나 주부 맞나?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걷는 사람, 하정우 p292




내게 걷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고, 두 다리가 멀쩡하다면 걷지 못할 , 걷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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