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 - 개정판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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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여 전 남궁 인 작가의 『지독한 하루』를 읽으며 '안수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참의사였나보다'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저자가 '안수현'이라 되어 있어 보니 작년에 읽었던 그 책 속의 내용에 있던 그 사람이 맞는 듯 했다. 그래서 이 책도 주문한 책들 가운데 한 권이다.


'안수현' 분은 고려대 의학과 91학번으로 33세에 생을 마감한 청년의사의 삶과 사랑을 기록한 책으로 이 책을 기획하기 위해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을 인터뷰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닌, 좋은 책을 만들어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책을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작가 이기섭님이 엮어 각 장을 여는 글은 이기섭 작가의 글이라고 합니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년은 뼈만 남은 환자의 앙상한 손을 다정하게 잡고 

아주 조그마한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그 청년 바보의사 p16



기도뿐 아니라 청년의사는 자기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필요하다면 자기 시간을 내주었고, 누군가 필요하다면 찬양 테이프와 신앙서적을 선뜻 선물해 그가 메고 다니던 검은 가방 속에서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책과 음반이 쏟아져 나와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2000년 의사들의 파업이 있을 때, 레지던트 2년 차였던 청년 의사는 드러내놓고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는 일을 사람들의 평가를 무서워하지 않았고, 조직사회에서 받게 될 불이익도 걱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 논리에 밀려 위로받지 못하고 충분히 돌봄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합니다. 누구보다도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 병원에서 도움이 될 길과 하나님 앞에서 자유할 수 있는 길을 위해 기도하면서 병원에 남는 길을 택했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고려대학교 병원 내과 R2 스티그마 안수현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던 글이라고 합니다.



학과 성적이 뛰어난 의대생은 아니었지만, 인턴이 되어 본격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그에게는 '빛'이 났다고 그의 의대 선배가 말했다고 합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환자가 전인격적인 존재임을 애써 부인하며, 

그네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기를 기피하는 불완전한 치유자에 너무 일찍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육신의 불편함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신음하는 우리 이웃들, 환자들,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개입이 때로는 모든 장벽과 불신의 벽을 허무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그 청년 바보의사 p86



병원 응급실 한국석에서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 이란 QT 책을 읽고 있는 의사를 만난다면 그 환자는 행운이다. 그 의사는 환자를 인간으로 대해주고 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도 고쳐주는 크리스천 의사일 테니까. 안수현은 바로 그런 의사였다고 한다. (96)



청년은 책과 음악 CD, 커피, 그리고 음악회 티켓을 좋아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과 나누었습니다.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 식당 아줌마, 선후배, 교회의 지체들, 국방장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환자들은 평생 처음 의사로부터 책과 음반을 선물받고 감격했습니다.

그 청년은 생일 선물을 직접 전하지 못하는 경우엔 밤중에라도 우편함에 선물을 넣어주었습니다. (99)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오슬러는 "훌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위대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청년, 안수현 의사가 내리는 처방은 누가 봐도 환자를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었다(100)고 합니다. 이 청년 의사가 내리는 처방은 누가 봐도 환자를 치료하는 최고의 명약이었다고 합니다.

청년은 연인보다 양들을 돌보는 일에 더 마음을 쏟았다고 합니다.

성경공부 리더를 하고, 대학부 교사를 하고, 찬양으로 예배를 드리는 '예흔'팀을 이끌고, 책과 음반 DVD 리뷰를 쓰고, 전 더하던 분을 위해 다른 교회에 가서 일 년을 같이 예배드리고, 환자들을 개인적으로 돌보는 데는 아낌없이 시간을 썼지만, 교제하는 자매에게는 항상 그만큼의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습니다. (171)



초등학교 때나 사춘기로 방황하기 쉬운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대입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예배를 소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대에 들어가서도 공부가 밀리고, 시험이 닥치고, 유급을 당해도 여전히 주일엔 교회에 나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능력이 많다고 했지만, 그는 다른 것을 희생하고 오직 주님을 우선순위에 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고 합니다.

인턴과 레지던트, 군의관이 되었어도 그는 항상 똑같았다고 합니다.



스티그마 안수현

한국 누가회 학사사역부

영락교회 대학부 교사, 의료선교부

제28보병사단 사단의무대 군의관


어딜 가나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당당하게 드러냈다고 합니다.



혈압 60, 맥박 수는 분당 180,

산소마스크를 하고 말초혈 산소포화도 93%,

온몸에 출혈 반점들과 주사를 찌른 자국들.

유행성출혈열에 감염된 그의 몸이 무섭게 부어오른 2005년 12월 18일 주일 밤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선후배들은 잠깐 앓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벌떡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잠시 좋아지는 듯하더니 새해가 되고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한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마음이 단순히 병을 고치자 하는 것이 아닌 이 청년 의사는 병보다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 같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요즘에 환자의 마음에 신경 쓰는 의사가 있을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에게 치료받는다는 건 행운이 아닐까 한다.

33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이 청년의사의 헌신, 열정, 사랑은 그 주변 사람들에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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