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 품격 있는 삶을 살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ㅣ 아날로그 아르고스 3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필립 프리먼 엮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3월
평점 :
보통 책 사이즈보다 조금 작아 손에 꼭 들어와 책을 들고 있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종이도 가벼운지 하드커버인데 가볍고, 두께도 보통 책들보다 두껍지 않아 읽기 부담 없는 느낌이 듭니다.
전에,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도 제목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입니다.
조금만 젊었더라도 이런 제목의 책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언제나 젊음을 누리는 게 아니기에 나이 들어가는 걸 느끼는지 이젠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 읽게 됩니다.
이 책은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에서 고대의 지혜 시리즈로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외에 다섯 권 더 있고, 더 출판될 예정인 듯합니다. 시리즈로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기회가 되면 구매해 읽어봐야겠습니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쓰고 필립 프리먼이 엮은 책입니다.
키케로는 처음 아내와 이혼하고 젊은 여인과 결혼하고 또 이혼하여 60대 초반에 독신이었다고 합니다.
로마 정계에서 영향력을 거의 잃게 된 키케로는 자신이 아무런 쓸모없는 노인이 되었다고 생각했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부, 윤리학, 교육, 종교, 우정, 도덕적 의무 등 수많은 논문을 쓰고 노년에 관하여는 카이사르가 암살되기 직전부터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키케로보다 먼저 그리스인들도 노년에 대한 글을 남겼고,
기원전 6세기의 시인 사포(Sappho) 또한 사라진 젊음을 슬퍼하는 시가 최근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매끈하던 내 피부, 지금은 주름졌네.
… 검던 내 머리카락, 하얗게 세었네/
심장은 느리고, 새끼 사슴처럼
경쾌하게 춤추던 내 무릎
나를 감당 못하네.
이를 슬퍼한 날이 무릇 얼마던가 - 허나
어찌하겠는가?
인간은 누구나 늙음을 피할 수 없으니.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7가지의 질문으로 노년의 시기, 삶, 죽음 등에 대해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나이 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고요.
어느 땐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아이가 아직 어린데 벌써 나이가 들다니, 합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해도 몸이 달라지는 것 보면 젊을 때와 다른 걸 느낍니다.
나처럼 나이 먹어 푸념하는 것도 성격 탓인가.
사리분별을 알고 친절하고 자비로운 노인들은 늙는 것도 잘 감당하고, 이기적이고 성마른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나 불행한 법이지. (32)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노년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1. 활동적인 삶에서 멀어진다.
2. 육체가 허약해진다.
3. 거의 모든 관능적 쾌락이 사라진다.
4.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Ⅱ. 노년이 되면 활동적인 삶에서 멀어지는가?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더라도 그 나이의 정신에 맞는 활동들이 있다고 합니다.
위대한 업적은 육체의 힘이나 속도, 민첩함이 아니라 지혜, 인격, 신중한 판단으로 이루어진다네. 노년에는 이런 것들이 부족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많아진다네.(52)
늙음은 짐이 아니라 즐거움이며 현명한 노인이라면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조금이라도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내가 정말 노인이 된 때라면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아이 친구 엄마들은 거의 젊은 엄마들이 많은데, 사실 나이차가 나다 보니 아이 친구니까 겉인사라고 해야 하나, 겉으로 보이는 말이나 행동만 하게 될 뿐, 정말 내 친구처럼 다가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더라고요. 하지만, 아이 통해 만난 엄마가 나하고 동갑이거나, 언니이면 젊은 엄마들보다는 가까이하게 됩니다.
현재는 이러한데, 과연 진짜 노인이 되었을 때에도 젊은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을지는 지내지 못한다면 제가 별로 현명치 못한 것이겠죠.^^
노년에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 좋네.
노인의 침착하고 우아한 목소리는 대개 사람들의 경청을 이끌어내곤 하지.(71)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게 좋다는 게 왠지 늙어 힘없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각자 자신이 가진 힘을 적절히 사용하고 또 잘 사용하려고 노력하면 되네.
이렇게만 한다면, 자신이 체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걸세.(78)
육체가 허약해 지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겠죠.
건강한 생활 계획을 따라, 적절하게 운동하고, 과하지 않게 몸을 회복할 정도로만 먹고 마셔야 하네. 몸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정신에는 훨씬 더 신경을 써야 하네.(84)
몸도 신경 써야 하지만, 정신에는 훨씬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무농약, 유기농으로 먹는다고 해도 스트레스 받고 정신적으로 편안하지 않다면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합니다.
관능적 쾌락에 대한 욕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노년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고 그것은 오히려 노년을 찬미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라네.(100)
관능적 쾌락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욕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괴롭고 짜증 나는 일이겠지만, 충분한 성생활을 해서 이미 모든 관능적 쾌락을 맛본 뒤라면, 그런 욕망이 잇는 것보다는 없는 편이 낫다네. 욕망이 없으면 잃을 일도 없네. 그것이 바로 내가 욕망의 부재를 매우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라네.(106)
분별 있고 교양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 세월이 갈수록 커져가는 열정 말일세.
정신의 쾌락보다 더 큰 쾌락은 있을 수 없다네.(110)
이 장에서는 기르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땅을 경작하는 기쁨은 은행 계좌와 같음을 비유하며 땅의 결실 뿐만 아니라 대지 자체의 힘과 본성의 기쁨을 이야기 합니다. (113)
노년의 농사일을 즐기는 것은 장애물이 아닌 오히려 즐거움을 부르고 더 크게 해 준다고 합니다.
주름이 지고 머리칼리 하얗게 세었다는 것만으로 갑자기 존경을 받게 되지는 않네.
젊은 시절을 잘 보낸 사람만이 노인이 되었을 때 멋지고 놀라운 결실을 수확하게 된다네.(133)
공감이 되는 거 같아요. 젊었을 때 잘 보내야만 노인이 되어서 그 결실을 맺는다는 것.
젊을 때 안그랬던 사람이 나이 먹었다고 어느날 갑자기 까탈스러워지는 게 아닐것입니다. 까탈스럽다니 저의 친정아버지가 생각나네요. 젊으셨을 때나 지금이나 까탈스러운 면은 가지고 계시니, 노인이 되어서의 이야기가 아닌 지난 과거부터 이어져오는 삶이기에 노인이 되었다고 그 순간만 평가하게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선 까탈스러움은 결코 미덕이 아니라고 하네요.
나 또한 친정아버지 닮은 면이 있기에 지금부터라도 까탈스럽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고도 죽음이 전혀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은 정말이지 불쌍한 사람이네.(143) 라고 말합니다.
이전에 누렸던 풍요로운 축복을 되돌아보는 즐거움은 노년에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죽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는 한 계속 살아가면 된다(151)고 말합니다. 그러면 노년은 젊음보다도 더 두려움 없고 활력 넘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노년에 누리는 즐거움도 이전 나이대의 즐거움들처럼 사라지면 그때가 바로 살 만큼 살았으니 떠나야 할 때.(157)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죽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키루스 대왕이 죽음을 앞두고 한 말,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너희들에게서 떠난다고
내가 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지금까지 함께 있을 때도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너희는 내 행동을 보고
내 영혼이 내 몸속에 있다는 것을 알지 않았는냐.
그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영혼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저자인 키케로는 노년에 있어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하며 노년의 시기를 오해하지 않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보내야 하는지 조언해 줍니다.
나도 앞으로는 노인이 되겠지만, 꼭 나이든 사람만이 아닌 어느 나이대이건 지혜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필가 몽테뉴,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존 애덤스, 벤저민 프랭클린이 이 책을 읽었다니 이 책은 또 몇 년이 지나서라도 다시한 번 꺼내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날로그 아르고스 시리즈로 계속 나올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