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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 세상의 아이들이 투명하게 알려준 것들
오소희 지음, 김효은 그림 / 북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어른을 위한 동화,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제목이 마음에 들어 살아갈 용기, 어떻게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용기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 여성, 삶에 관한 글을 쓰는 오소희 작가님의 책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처음으로 읽어보네요. 현재는 여성들의 활동과 연대를 독려하는 <언니공동체.를 운영중이고, 회원들과 함께 극내외 소외된 청소년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엔 5가지의 동화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작가가 여행할 때 만났던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허구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책 속엔 삽화가 함께 하는데, 김효은님의 그림으로 내용과 함께 그림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부모를 일찍 여읜 아농과 통은 거지 소년으로 동냥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지 소년 아농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소녀 너이는 삼촌 몰래 밥을 주다 걸려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렸을까? 소녀 너이는 아농에게 편지를 써 전해주지만 글을 모르는 아농은 글까지 얻어 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배우겠다고 합니다.
저는 … 거지이지만 …
그래서 제가 무얼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지만 …
이건 저 혼자서만 보고 싶어요.
얻어먹고, 얻어 입고, 얻어 자지만,
얻어 읽고 싶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환경에서 배우고자 하는 마음,
이 마음은 용기가 없다면 직접 읽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이 벨기에가 르완다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두 부족이 전쟁을 일어켜 우간다로 건너가며 고아가 된 우간다의 열 살 소녀 바바라.
던의 부인 수잔이 에이즈로 얼마 살지 못할 걸 알면서 던은 수잔이 일어나서 아이를 돌볼 거라 생각하며 수잔의 병을 인정하지 않으며 바바라를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바바라에게 혹독하게 대한다.
하지만 부인 수잔이 죽은 뒤 던은 모든 사실을 인정하며 바바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 저도 그 기분 알아요.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해님이 아침을 밝히는 게 싫었어요.
달님이 밤을 만드는 것도 싫었고요.
자꾸 드러눕고만 싶었어요.
그런데도 해님은 계속 아침을 밝혔어요.
달님도 계속 밤을 만들었고요.
그리고 어느 날 던이 접시 가득 삶은 감자를 내밀었지요.
그 감자는 신기하게도 맛이 있었어요.
저는 다시 달님이 좋아졌어요.
아침도 좋아졌고요.
이제는 매일 세상이 새것이 된 것 같아요.
바바라는 열 살인 어린 소녀이지만, 힘을 내서 세상을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축제가 사흘 동안 계속되며 새 옷을 사고 선물을 준비하지만 엄마는 누르에게 새 옷도 특별한 음식도 준비할 수 없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 중 버스 테러로 갑자기 엄마를 잃은 이라크 소녀 달랄은 시장에서 혼자 있는 누르를 만나게 된다.
누르와 달랄은 행복한 저녁을 보내던 중 누르의 뺨을 거칠게 후려치는 사람은 네 시간 동안 시장에서 달랄을 찾고 있던 달랄의 아빠. 누르와 달랄이 서로 옷을 바꿔 입어 누르가 달랄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이라크의 친구들과 헤어지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검은색 차도르 옷만 입어야 하는 그동안의 외로움,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를 보살피는 것들을 달랄은 아빠에게 용기를 내어 말한다.
달랄이 용기 내어 달랄의 아빠에게도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은 용기가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뚜미는 아마존 원시 부족의 아이다.
마티스 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배우러 온 '얼굴 흰 남자'.
얼굴 흰 자들은 아마존에서 나무를 베어갔고 금을 캐어갔고, 총을 들여오고, 병도 들여왔다. 뚜미 엄마도 얼굴 흰 사람들의 병인 '감기'에 걸려 돌아가셔 뚜미는 '얼굴 흰 남자'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얼굴 흰 남자는 여자에게 선물하면 청혼이란 걸 모르고 한 실수,
뚜미는 얼굴 흰 남자에게 화살을 쏘는 실수를 한다.
알아. 정말 미안해. 내가 큰 실수를 했어.
나는 마티스 부족을 돕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어.
더 열심히 배워야만 해.
고맙다. 얼굴 흰 사람들이
다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꼭 보여줄게.
마티스 부족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해서,
너희가 얼마나 훌륭한 전통을 지녔는지
아마존 바깥 사람들에게 알릴게.
그들과 힘을 합쳐서
아마존의 자연과 사람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서로 다른 것에서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
마티스 부족이 살아가는 법, 흰 얼굴이 살아가는 법을 공존할 때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가난한 필리핀 어부의 여섯 아이들 중 한 명인 타이손.
오직 고래상어만 보러 오는 외국인들은 용무를 끝내고 떠나버리기에 타이손에게 재인은 첫 번째 외국인 친구가 되었고, 이곳에 또다시 오겠다며 하루하루 즐거운 추억을 만든다.
진짜 싫었던 건 이별이었다.
이별이 싫어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 지나쳤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몸을 둥글게 틀며
어두운 물속을 살펴보았다.
북쪽에서 무언가 희끄무레한 것이 움직였다.
타이손은 깊숙이 숨을 들이마신 뒤
온 힘을 다해 그리로 헤엄쳐갔다.
희끄무레한 것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깊은 바다의 두툼한 어둠분이었다.
타이손이 절망 속에서 한 번 더 숨을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왔을 대,
무언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뒤돌아보니, 아, 재인이었다!
타이손과 재인의 친구되는 법.
타이손의 순수한 마음, 서로 다르지만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정한 관계가 맺어질 것이다.
형제가 많다고 관계 맺음을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자매 없이 혼자라면 나만 알고 이기적이라는 선입견을 먼저 가지고 있지만, 혼자이더라도 관계 맺기를 잘 할 수 있다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말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삶이었다.
다섯 가지 이야기의 내용은 다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행복과 용기, 삶의 비밀은 같은 메시지로 전해준다.
나도 내 삶에 있어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의 작가의 말을 보니 행복 이전의 것, 행복보다 강한 것. 보다 근본적인 것. 그렇다. 행복이란 건 매일 살아가는 경이로운 힘이다. 이 경이로운 힘은 사랑과 감사일 것이다. 나 자신부터 사랑하여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매사에 감사하는 이것이 날마다 살아가는 경이로운 힘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간다 편에서 바바라 엄마는 '살아 있는 사람에겐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라고 말했듯 살아 있다면 겁이 나더라도 용기를 내 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