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에서의 택시잡기 민음의 시 16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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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를 읽는다. 왠일인지 몰입도 재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 읽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워두고 외도의 눈길로 책장을 살펴 본다. 음.. 가까운 곳에 장정일의 얇은 시집 두권이 야리한 유혹을 건네온다. 으음... 그래.. 좀 쉽게 가볍게 즐기자! 하는 마음으로 얼른 나의 두 손에 그 것들을 보듬어 안아 후루룩 쓰다듬어 준다. 

재밌다. 쉽다. 웃기다가 역겹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곤 또 웃다가 속이 쓰리고 조금 미간이 찌푸려지다가 또다시 재밌다. 계속 이런식이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들이 각각의 시점으로 말들을 한다. 꼬집고 비틀고,,, 좀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다.각각의 욕망들이 너무나 적나라해서리... 아슬아슬하다. 그게 장정일 시에 빠져드는 매력이다. 아슬아슬.. 그러다 한방에 빵! 그것도 아주 쉽고도 간단하게.. 누구 눈치보지 않고 그저 내 맘대로 빵! 

장정일을 두고 금기의 경계선에서 사회의 통념과 상식과 싸우며 한국문학의 경계를 해체해 왔다. 라고 쓴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그의 시는 아름답지 않다. 이쁜 단어들로 언어를 순화시키 않는다. 딱딱 장단 맞춰지는 운율같은 건 애시당초 없다. 그래서 조금은 황당하고 그래서 더더 매력적이고 재밌다. 시는 이래야 한다는 정답이 느껴지지 않는 것. 장정일의 삶도 제도권의 그것과는 완전 다른 날것 그대로의 것이었으니 어쩜 당연한거다 싶다.  

아름답게 포장된 이상적인 글들의 공허에서 권태감을 느낄때 또다시 나는 장정일의 진짜 글들과 외도 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다지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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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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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랫만에 하루키의 글을 만나 정말 맛있게 먹어치웠다. 광고를 지나치게 때려주셔 은근 거부감을 가진게 사실이다. 소문많은 잔치 먹을거 없다고,,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지 못한 그때 그시절의 기억이 오롯이 떠오르면서.. 

허나,,, 실로 간만에 만난 하루키는 그때의 억울했던 기억들을 말끔이 그것도 완벽하게 삭제케 해주었으며 다시금 해변의 카프카를 곱씹어 읽어 볼 수 있게 자극까지 부여해주는 기회를 갖게해 주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앞 뒤 조율을 잘 하던 작가였던가? 다시한번 감탄했다. 

1984년의 현재와 1Q84의 또다른 현재가 아오마에와 덴고의 이중주 연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진다. 하루키가 만들어 내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독특하다. 상처와 고통으로 적당히 뒤틀려 있어서 자기방어가 강하지만, 뭔가 전문적인 독특한 자신만의 능력들이 천재적으로 특출나서 은근 그들의 삶이 부럽기 까지 하다면 변태스러울까? 그들이 지닌 고독과 상처들은 어쩌면 그 천재성을 위해 희생된 제물이 아닐런지,, 지나치게 평범한 나의 삶에 그들의 독특한 삶의 배경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한 상상력의 자극을 느끼게 한다.

하루키 소설을 읽을때마다 습관처럼 나는 그 주인공들을 그림으로 묘사한다. 하루키가 나에게 주는 이 작은 선물은 또다른 감사함이다. 디테일하게 묘사된 그의 글은 충분한 시각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이끌어 주기에 가능한 욕구다. 어쩜 당연한 욕구... 그림쟁이로써. 

우리들이 믿고 있는 이 절대적인 현실세계가 과연 진실일까? 라는 하루키의 물음이 책을 맛보는 내내 뒤숭숭하게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게 한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궁금해서 미칠 지경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면 내 머리위를 비추고 있는 달이 과연 두개가 되어있는건 아닌지,, 중간중간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내가 놓치고 버려둔 또다른 세상을 헤집어 보게 된다.  

계속되는 이분법적인 가치관들이 자극되어진다. 선과 악, 옳고 그름, 너와 나, 진실과 거짓, 현실과 비현실,,, 그가 만들어내는 소설은 극히 동화적이고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럽다. 허구의 이야기를 광장히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구도를 잡아 현실과 버무려 놓은 구성은 이번 작품이 최고였다라고 감히 단정지어 본다.. 1권에 뿌려놓았던 수많은 상징들이(리틀피플, 공기번데기,선구..) 2권들어 명백하게 정체를 드러내주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작가는 충분히 노력한듯 보였거니와 그가 엮어낸 씨실과 날실의 조화는 지극히 정교했다. 더불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많은 사건들과 인물들의 뒷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 질지.. (하루키가 이 다음 이야기도 만들어 낸다 했으니 기대가 됨)  

한바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1Q84년의로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뭔가 많은 물음들과 궁금증을 한아름 끌어 안고 돌아오긴 했지만,, 어렴풋하게 찾아떠날 나만의 두개의 달을 향해 내달릴 수 있는 희망은 생긴것 같다. 인간이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하루키는 늘 그렇게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선물로 준다.. 그래서 늘 명쾌하진 않아 찝찝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이 있으니 다음 책! 너무 기다려 진다.

맛있는 책읽기.. 책값이 만만치 않지만 아깝지 않았고,, 간만에 책과 신나게 몰입하고 놀수 있어서 흐믓한 시간들! 그러나 책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똑같은 오타는 (그게 오타가 아닐수도 있나? 오죽하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려 했으나.. )신경을 무지하게 자극하는데 큰 오점을 남겼다.를 제외하면 별 4개는 무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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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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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글로 풀어낸 듯한 최고의 예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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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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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큰 기대를 하고 만난걸까? 

쫓기듯 읽어버린 마음의 부산스러움이 몰입을 방해한 일차적 원인! 

그가 갈망했던 그 곳, 시칠리아란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호기심에 발동이 걸리지 않은 것! 

세세한 기행의 흔적보다는 작가 김영하의 뭔가 깊은 철학을 원하고 있었던 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이기에 김영하를 탓할 수도 없다. 그저 그냥.. 나의 독서후기의 단면이 

이렇다는 거다. 거의 중간의 이태리 여행의 소소함의 정보에 대해선 그가 찍은 사진을 눈으로 

만  속기하듯 느끼고.. 

어쩌면 내가 원하던 것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완전히 응축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갈망의 표출이 대리자를 통해 그 몇장의 공간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던 것! 

아직 늙어갈 시간이 많음에도 벌써 늙은이 흉내를 내고 있는 나의 썩어가는 영혼에 직격탄이  

날아 왔다.  

다분히 계획적인 일상에 은근한 만족과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의외성이라는 세상이 존재 

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편안함과 안정된 일상속을 가꾸어 감과 동시에 인간이 잃어버린 수많은 본질과 능력들은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영하는 자신이 직접 정리하고 버리고 떠남으로 독자들에게 권고 

하고 있다. 그냥 멋지다. 그 사실만으로,,, 그 용기만으로도,,, 그러면서도 은근 자괴감이 드는건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잠시 자극받고 이대로 또다시 익숙함과 악수하고 친해지는 건 

아닐까?  

나에겐 현재 바꿔야 할 삶의 방식이 있다. 이젠 더이상 미뤄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지금까지 미루고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쓰던 안정된 일상에 어쩜 김영하라는 작가의 더 크고 

강한 압박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그래서 뭔가 약간은 더 깊은 작가의 사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던 만족감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김영하라는 작가의 맛은 느껴진 여행기다.

역시 여행이란 건... 다시금 나를 되볼아 보는 중요한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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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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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동안 떠나지 못했다. 안락함에 길이 들어져 먼길 떠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늘 기억속에 갈무리한 추억만을 곱씹으며 이젠 그만 떠나도 만족스러울 것만 같았다. 나이가 드니 세상에 그다지 호기심과 관심도 사라져 가려니 하고선...

어쩜 낯선 여행길의 수고로움과 번거로움이 싫었던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관계 맺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꽁꽁 방어하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던 내 맘에 이 작고 단정한 책이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곤 알아낸 현재의 내 맘 상태였다. 

이병률 시인은 습관처럼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나또한 그 시기가 오면 스멀스멀 세포속에 각인된 방랑의 기질이 어디론가 내몰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그 모든게 귀찮고ㅡ 싫증이 났더랬다. 잠시간의 강한 열망도 적당히 만족스럽고 포근한 지금의 장소로 덮어씌울 수 있었다. 물론 편했다. 그러나 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이려는 나.. 변화가 싫은 나.. 세상과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편해 하고 있는 이기적인 쪽방 자아를 발견했다.  

수많은 세상을 누비며 수많은 세상의 사람과 풍경을 만나면서 비로소 심연의 깊이는 깊어지는 것일까... 내 두발이 아니어도 이 작은 끌림의 책을 통해 묻혀있던 나를 발견하는 일! 고마웠다. 얼만큼 세상과 소통하려 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해준 이 책에게.. 이병률이라는 맘 깊은 시인에게.. 

끌리는 것들이 부족했던건 철저히 내 탓이었다. 세상이 날 심드렁하게 바라본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도통 관심을 좁히고 편하다 자위하고 있었음을,, 제목 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했다.  산문집이라기 보다는 장문의 시를 읽은듯.. 차분하고 맑고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때론 남자의 감성이 이렇게 예민하다니,, 조금 까칠한거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지만,, 이내 포용이 되어 버린다. 

글도 사진도 참 이쁘다. 여행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면서 인생을 만난다.  

인생을 알아간다는게 너무나 버겁고 힘들어서 닫아둔 벽이 조금은 부서지려 한다. 세상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뛰쳐 나가고 싶다. 조금은 용기가 생긴다. 낯설다는 것을 다시금 즐길수 있을 것 같다. 잊고 싶었던 상처들과 그저 평온하기만 바랬던 나의 일상과 미래에 작은 끌림들이 자극을 준다.  

떠난다는건 그만큼 버릴것이 있다는 동시에 채울것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정체된 나의 영혼과 몸에 조금이라도 꿈틀할 수 있는 기운을 내게 해준 이 책이 난 너무나 사랑스럽고 고맙다.  

세상에 끌린다는 것은...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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