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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나 큰 기대를 하고 만난걸까?
쫓기듯 읽어버린 마음의 부산스러움이 몰입을 방해한 일차적 원인!
그가 갈망했던 그 곳, 시칠리아란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호기심에 발동이 걸리지 않은 것!
세세한 기행의 흔적보다는 작가 김영하의 뭔가 깊은 철학을 원하고 있었던 점!..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램이기에 김영하를 탓할 수도 없다. 그저 그냥.. 나의 독서후기의 단면이
이렇다는 거다. 거의 중간의 이태리 여행의 소소함의 정보에 대해선 그가 찍은 사진을 눈으로
만 속기하듯 느끼고..
어쩌면 내가 원하던 것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완전히 응축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 갈망의 표출이 대리자를 통해 그 몇장의 공간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던 것!
아직 늙어갈 시간이 많음에도 벌써 늙은이 흉내를 내고 있는 나의 썩어가는 영혼에 직격탄이
날아 왔다.
다분히 계획적인 일상에 은근한 만족과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의외성이라는 세상이 존재
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편안함과 안정된 일상속을 가꾸어 감과 동시에 인간이 잃어버린 수많은 본질과 능력들은
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영하는 자신이 직접 정리하고 버리고 떠남으로 독자들에게 권고
하고 있다. 그냥 멋지다. 그 사실만으로,,, 그 용기만으로도,,, 그러면서도 은근 자괴감이 드는건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잠시 자극받고 이대로 또다시 익숙함과 악수하고 친해지는 건
아닐까?
나에겐 현재 바꿔야 할 삶의 방식이 있다. 이젠 더이상 미뤄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지금까지 미루고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쓰던 안정된 일상에 어쩜 김영하라는 작가의 더 크고
강한 압박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그래서 뭔가 약간은 더 깊은 작가의 사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던 만족감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김영하라는 작가의 맛은 느껴진 여행기다.
역시 여행이란 건... 다시금 나를 되볼아 보는 중요한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