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깊은 숨을 내쉬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번 책읽기는 그다지 녹록하지 않았다. 제목만 봐서는 만만한 듯 보였다. 딱 내 취향에 맞는 ,,, 레이먼드 카퍼의 대성당 처럼 좀 가볍게 그렇지만 나긋한 감동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책일 줄 알았다. 두~둥! 하지만,,, 나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진 그 자체였다.
동네 찜질방에서 한 바가지의 땀을 쏟아내고 뒤둥굴 거리며 달달한 식혜를 옆에 끼고 마냥 느긋하고 달콤하게 초반부는 달려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반으로 달려 작중화자가 독일땅을 밟으며 꼬여 가는 몰입은.........................
일단 시대 배경이 뒤섞여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안간힘을 써서 나의 세계사 지식을 국사 지식과 결합시켜 겨우겨우 그 시대를 반추해야 만 했고! 또한,,지나온 역사의 어처구니 없던 폭력과 그로 인해 뭉개지는 인간들의 생존력에 경이감 보다는 거부감이! 노동, 민주화, 공화국, 투쟁, 안기부,,,등등의 정치적 단어들과 그안에서 민족의,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켜 나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요즘의 극한 감각의 제국! 이기,개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와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소재와 주제로 다가왔다. 뭔가 계속 입안에 남아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 내지 못한 껄끄러움을 지닌채 책을 읽어가야만 하나 하는 생각! 수많은 사람들의 각자의 이야기가 방대하게 전개 되면서 더더욱 어려움에 처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기! 그 자체였다.
따로 또 인듯한 이야기들은 어느새 입체 누드사진 한장으로 모여있었으며, 히로뽕으로 연결된 관계들이었다.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니, 책을 읽는 독자로선 어리둥절,, 앞장으로 가서 다시한번 읽어내려간 그길을 다시한번 들쳐 봐야 했고, 그러다 나타난 또다른 인간관계 앞에선 날을 세우고 지나갈 그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후반부! 작가가 왜 이리 난잡하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얽힌 실타래 처럼 풀어 놓았는지 점점 의도 파악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래... 그렇게 어렵게 읽히면서도 쉽게 내던져 지지 않는 끌어당김의 이유를 알았다. 욕을 하면서도 계속 읽혀지던 이유! 너무나 좋은 글귀들을 사정없이 밑줄그어 놓으면서 아! 이러다 책 전체가 색연필 자국이겠구나 싶어 더이상 밑줄긋기를 포기한 이유!... 왜 이길용이가 강시우가 되어버린 것인지.. 등등의 수많은 이유들이 막판에 다 이해 되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작가 김연수를 좀 좋아 하게 된듯 하다. 다소 현학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뭐,, 다른 곳에서 발췌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로움을 덜어 주니 고맙기도 하고,,,
사람으로 산다는건, 참 외롭고도 허무한 불공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진다는것! 일만의 희망 조각을 따내기 위해 그래도 버틸 수 있고 버텨 진다는 것! 얽힌 남의 이야기 같은 일들이 결국엔 나의 일이 되고, 지나온 추악하고 멋져부린 과거의 역사들이 결국에 지금을 사는 현재이자 미래가 된다는것! 모두가 연결된 우주속 별들처럼 인간 모두는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누구든, 언제든 결국엔 같을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임을,,,
이렇게 힘든 책읽기가 결국엔 좀더 인간냄새 깊게 맡아 덜 외로울 수 있게 되었다는걸, 김연수 작가가 의도 했다면 적어도 한명의 독자는 얻어낸 셈이다. 가볍게 가볍게를 모토로 단순한 일상만 찬양하던 그동안의 문화 편력에 가끔은 이런 묵직한 주제에도 당황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받아 들여 줘야 겠다는... (허긴! 한땐 지나치게 무거웠던걸 즐겼던 시절도 있었지..)역시 세상도 돌고, 나도 돌고, 결국엔 또 만나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 처럼~
( 표지와 제목! 그리고 부제들이 정말 멋진 어울림으로 언젠가 찬찬히 다시 읽게 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