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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평점 :
입안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 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이걸 빨리 먹어 치울까 아님 천천히 음미하면서 온 몸으로 흡수 시킬까를 잠시 고민한다. 고민은 짧다. 나의 왕성한 식욕 앞에선 우아한 음미란 존재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첫장을 읽으면서도 똑같았다. 정말이지 천천히 읽고 싶었다. 아껴가면서 맘에 새기고 내 삶을 반추하면서 읽고 싶었다. 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맛있는 글이었다. 멸치 다시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소면을 말아 놓은..고명의 맛이 아닌 진짜 국물과 면빨의 맛이 일품인 국수를 입안으로 후루룩~빨아 넣듯이.. 연신 후루룩 후루룩~ 문장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두껍게 왼쪽 손으로 옮겨진 많은 페이지들이 헤벌쭉! 배가 부르다고 흐뭇해 한다. 정말 하나도 버릴게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여행기를 객관적인 독자들과 찰떡으로 궁합을 맞추었다.
인간이 여행을 떠날때는 여러 요인들이 기인하겠지만 낯설움이 주는 미묘한 삶의 또다른 깨달음(?)이 분명 예민하게 존재 할것이다. 그 예민함을 이 여자는 매우 잘 통찰해 놓았다. 그것도 단순한 여행지에 대한 감상과 기록 정도가 아닌, 자신이 알고 있는 영화, 책, 음악, 문화 전반을 왔다 갔다 하면서 유머러스한 글들로 정말이지 감칠맛 있게 여행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가보지 못한 곳을 남이 대신해준 단순한 사진나열의 여행기로 공감하기란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이 번역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작가님은 그 황당한 느낌을 분명히 알고 계신 모양이다. 그렇게 이기적인 사진 정보와 소소한 감상기는 충분히 알차게 줄여 주시는 센스를 보여 주셨다. 대신,,, 작가가 생각하던 인생의 단상을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충분히 소통시켜 주었다. 당연히 그림이나 사진 보단 글이 많다. 그 많은 글들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감정에만 호소하지 않는다. 그러니 국수가 입안으로 빨려들듯 그렇게 감기는 게지.. 중간중간 그녀가 읽은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열망이 생기는 것도 이 책의 큰 장점중 하나고, 읽었고 보았지만 놓쳤던 수많은 기억의 단상을 덕분에 다시 떠올려 볼 수 있게 된것 또한 득탬이다.
번역가라던데,, 이 여자. 분명 번역 능력도 뛰어날 것이다. 이런 글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런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인생 또한 제법 즐길줄 아는 사람일 꺼라고,, 대강 눈치 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