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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관계 9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요리만화라기 보다는 등장인물들간의 인간관계에 촛점이 맞춰진 순정만화로 보는게 옳은 듯하다. 맛있는 음식과 그것이 창조되고 소비되는 장소가 등장하지만, 그것은 등장인물을 엮어 주고 줄거리를 이어주는 배경에 가깝다. 그러면에서, '서양골동양과자점' - 맛있는 케이크와 제과점이 등장하지만 그것 자체가 작가의 관심거리인 것이 아닌 - 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맛있는 관계'의 작가님은 식당에서 일해본 사람은 아닌 듯하다. 여러가지 어려운 요식업계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아마도 프랑스 요리책을 여러 권 보고 인용한 듯하다. 결국 실제 업계사람이 아닌 outsider 인 작가가 쓴 요리만화이기에, 요리 그 자체의 매력과 열정보다는, 외부인이 느끼는 고급 프랑스 요리에 대한 fantasy를 바탕으로, 있을법한 chef, waitress, food director를 등장시켜 그들의 꿈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고급 서양요리에 대한 환상은, 만화 첫 부분에도 나오 듯이, 일본의 버블 경제붐 속에서 여가선용이 해외여행과 해외요리붐으로 이어진것을 반영하는 것 같다. 주인공인 모모에 자신이 버블 경제의 붕괴에 의해 순식간에 거리로 내몰린 중/상류층의 모습을 대변한다. 경제사정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취미/여가 생활이 생계와 인생 그 자체의 의미로 변한 것이다.
표면적으로 무척 상반된 오다와 모모에 이지만 실제 그들이 겪는 상황은 유사하다. 곱게 자란 상류계급 아가씨 모모에가 요리를 통해 인생을 다시 배워가는데 그 과정을 돕는 인물인 오다 사부 자신도 안정된 중류생활의 어린 시절이 경제붕괴로 인해 졸지에 고아가 되어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다. 오다는 또한 연인인 카나코와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9권 까지 읽었지만, 그를둘러싼 두 여성, 모모에와 카나코,와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오다의 성격이나 성장과정은 미스테리로 싸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기분, 감정은 거의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의 라이벌이라 할 타카하시의 감정은 갈수록 세밀히 묘사되어 지는데..... (따라서 타카하시에게 오다보다 더 인간적으로 정이 가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다식의 미스테리 흑발남은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이 으례 가져온 전형적 모습이고, 보통 이런 남자들이 착한 여주인공을 차지하는데, '맛있는 관계'에선 어떻해 될려나? 해적판으론 16권으로 완결이 되었다던데,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진솔한 감정을 지닌 타카하시가 좋아서 모모에와 잘 됬으면 하는데 실망하게 될것 같다. (아님 아예 남자 없이도 혼자서 잘살아요!식으로 매듭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