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데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이해가 않되는 책이다. 그나마 남자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가는 Blu 가, Rosso보단 더 현실적이고 인간냄새가 풍기는 화자가 등장해서 읽을 만했다. Rosso 의 화자인 아오이는 별달리 뾰족한 직업도 없이 (보석가게 점원일은 생계를 위한 직업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심심풀이 아르바이트 같았다) 돈 많고 이해심도 많은 남자친구의 근사한 아파트에 살면서 과거만을 붙들고 사는 여자이다. 옛 여자인 아오이가 스스로 만든 시간의 덫에 같힌 유령같은 존재인데 비해, 새 여자인 메미는 뼈와 살을 지니고 현재를 호흡하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덤비는 살아있는 인간이다. 과거를 복원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쥰세이가 과거의 유령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생계걱정 없는 중상류층 젊은이들이 이국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뜨겁게 사랑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오해로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고 엄청 극단적인 결심을 너무 선듯 해버리고, 그렇게 단호히 결심 했으면서도 수년간을 또 그 상대방을 생각하는데 써버리느라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 기회를 스스로 봉쇄해버리고, 그러고도 거짓말 같은 운명에 의해 다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작위적인 것도 이만 저만인 게 아니다. 무슨 억지부리는 트렌디 드라마 보는 것 같다.

장소가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 피렌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이야기 구성상 커다란 의미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이탈리아 현지인의 목소리나 시각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고상한 주인공들이 멋지게 연애 하기 위한 이국적 setting일 뿐이므로, 배경이피렌체가 아니라 파리건, 런던이건 전혀 문제 없는 것이다. 괜히 근사하게 들리는 서구 어느나라의 도시라면 상관 없으리라. 결국 책이 말하는 것은 유한계급의 젊은이들의 연애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비 현실적인 운명적 연애론을 싫어 하는 분들은 이 책을 피해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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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2-2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완벽한' 리뷰를 읽으니, 저는 또하나의 허접한 리뷰를 덧붙이기가 미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짤막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훌륭한'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