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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18
한승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시대물을 무지무지 좋아하는나에게 '프린세스'는 일단 재미있다. 죽어도 당신뿐인듯한 순정파 - 으으 지겨운 - 커플부터 시작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모든 역경과 고난을 겪고서 사랑을 쟁취하는 커플, 그리고 사실은 좋아하는데 재수 없을 정도로 서로 오해만 하고 상처만 주는 커플까지, 순정만화에서 볼수 있는 커플들은 거의 다 등장한다. 이제 야오이 식 꽃미남 커플만 등장하다면 커플 집대성은 끝나리라. 한승원님은 80년대 부터 활동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옛날 만화에서 자주 볼수 있는 신파가 자주 등장한다. 비이은 그런 80년대 신파의 집대성같이 보인다. 예전에 김동화님 (한승원님의 부군)의 만화에서 보았던 그런 신파라니!!
도데체 비이라는 캐릭터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냥 예쁘고 (게다가) 착하기 까지 하니까 멋진 왕자님이 그녀를 사랑하는건 필연적인 것인가? 한술더떠 예쁘고 착하고 순진무구한 그녀를 위해, 국민들이야 죽던지 살던지 말던지 국고가 바닥이 나던지 말던지 아랑곳 없이, 결혼에 반대하는 나라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통배짱 왕 ! 작가님이 절대왕정 시기의 왕들의 전기를 읽고 비욘의 캐릭터를 따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비이와 비욘은 좋아할 수 없는 캐릭터다. 거기에 비하면 에스힐드와 레오의 관계는 훨씬 설득력 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다시 전장의 동지로써 두 사람의 사랑은 비이와 비욘에 비해서 몇배나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또 다른 막강 커플, 스카데이와 라라. 제발 이제 서로의 진심을 알아채기를 바란다. 엇갈리는 것도 하루 이틀 이지 정말 너무 한다. 한가지 집고 넘어 가야할것은, 만화에서 스카데이가 라라에게 휘두르는 폭력이 '그가 그녀를 너무 사랑하는데 부드럽게 표현할줄 몰라서' 그런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만약 남편이 잠자리를 거부하는 부인과 억지로 관계를 갖는다면 당장에 성폭력 위반법에 걸릴 수 있다. 비단 '프린세스' 뿐만 아니라 수 많은 순정만화에서 스카데이 와 비슷한 힘으로써 여성의 몸과 마음을 차지하는 캐릭터를 볼 수있는 데, 이게 실제로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절대 유쾌하지 않다. 물론 '프린세스'는 지혜안님의 '에스할름 이야기' 식으로 막가는 rape fantasy를 묘사하진 않지만, 어쨋든 떨떠름 하다. 게다가 스카데이는 이 만화에서 에스힐드와 더불어 가장 인간적이고 -인간성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인간적 강점과 약점이 풍부하단 말- 생동감있는 캐릭터라서 빨리 스카데이와 라라가 잘되서 스카데이가 행복해지는 것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