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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본의 아니게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올해 들어서 3권이나 읽게 되었다.
사실 그의 책이 갖고 있는 명성에 비한다면, 그의 책들이 내게 꽤 많이 재미나 큰 가르침을 준 것은 솔직히 아니다.
책들이 나름의 의미가 있고, 덤으로 남들이 다 읽은 책을 나도 읽게 되었다는 정도이다.
아무튼 그는 우리가 다 알고 있을 법한 익숙한 아이디어들을 잘 조합하여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드는데 능하고, 성의 있는 예시로 읽는 재미를 주는 저자인 것 같다.
아무튼 세 권의 책 중에 올해 새로 출판된 <아웃라이어>가 그 중에는 가장 읽기에도 좋았고, 논리적으로도 정리가 잘되어서 좋았다.
덤으로 이 책은 경제경영에 분류되어있지만, 차라리 교육학정도로 분류되면 어떨까 싶다.
아웃라이어란?
책을 시작하기 전에 사전을 찾아보고는 그 뜻이 “집 밖에서 자는 사람”이라고 나와있어서 당황했었다.
주의를 기울이고 보면 책의 속표지에 여기서의 뜻이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라고 나와있다.
그냥 한마디로 “굉장히 성공한 사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아웃라이어가 되려면??
이 책의 중요한 내용은 ‘아웃라이어는 어떤 조건에서 탄생하는가?’ 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웃라이어가 만들어지는 조건은 어떤 것인지 간략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아웃라이어 = 타고난 능력+ 자신의 노력(1만 시간)+ 노력을 기울일만한 여건
핵심은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타고난 머리나 타고난 운동신경 같은 요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에 각고의 노력이 더해져야 하는데 저자는 여러 사례를 둘러보고 1만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여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1만시간이란 매일 3시간씩 약 10년을 해야 하는 긴 시간 이기 때문에, 재능이 있는데다가 성실하기까지 하더라도 실제는 1만 시간을 할 만한 여건이 되는 경우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
1만 시간을 투자하는 동안 먹고 살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고 프로그래머라면 컴퓨터에 접할 수 있는 환경과 같은 사회적인 여건도 주어져야 한다.
여기에 그 사람이 속한 사회의 언어나 문화와 같은 것도 그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
이상과 같이 이 책의 내용은 짧게 정리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별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실제로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1. 맹모삼천지교: 사회적인 환경의 중요성
2. 진인사 대천명: 인간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경적(행운 포함) 요인
3. 군대가면 다 바보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이등병때는 다 어리버리 하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주냐가 그의 능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4.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다(에디슨): 천부적인 능력보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
5. 내가 더 멀리 보아왔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뉴턴): 시대적, 사회적 환경 강조
하지만 뻔한 이야기고 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서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성공하는 비법? 성공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한국에서는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 정도로 포장이 되고 있다.
한국어 판의 부제는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이며, 내가 잘 다니는 인터넷 서점에서의 카피는 ‘우리가 성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틀렸다’ 이다.
적절한 기회를 발견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성공의 비법서인 듯 포장되어있지만 이는 책의 내용과는 맞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타고난 능력에서부터 아웃라이어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반면 영어판의 부제는 “the story of success”이다.
성공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번역될 만한 이 부제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So what?
그러면 성공의 비법도 아니고 그냥 성공에 대한 이야기일 뿐인 이 책을 읽고 나서 독자들은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최소한 흉내라도 내기 위해서 자녀를 가진 사람은 학군 좋은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뭐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1만 시간 동안 지속해봐야 하는 것일까?
아무튼 각자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른바 성공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라는 말인가?
사실 이 책에 제시된 정답은 없다.
그보다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머리 속을 사로 잡은 것은 간단한 변화와 센스 있는 정책으로 어느 정도는 세상에 기회의 균등을 안겨다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이는 내겐 중요한 문제이므로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1. 캐나다 아이스하키선수 중에는 1월 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는 어린 시절부터 1월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므로 동급생보다 최대 12개월의 성장기간을 더 갖게 되어 초반부터 많은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1만시간의 법칙), 1월 기준, 7월 기준으로 나누어서 학생리그를 운영한다면 어린 학생들의 기회 불평등을 줄여줄 수 있다.
2.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KIPP아카데미라는 곳의 실험은 성공적이어서 간단한 방법으로 상류층 아이들의 성적을 따라잡았다.
그 방법이란 일찍 등교시키고, 늦게 하교시키며, 미국식의 3개월 이상 되는 긴 방학을 주지 않는 것으로 큰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주로 방학과 같은 긴 기간 동안 빈민층 아이들은 가정의 돌봄 없이 방치되어 학업성취도가 낮아진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한국식으로 보이는 교육 방침이 좋은 것인지 여부는 논외로 하자. 아무튼 성의 있는 고민으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한국식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천재도 아니고, 탁월한 운동신경을 안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더더군다나, 인터넷의 초창기에 태어나 거대한 인터넷 벤처를 설립한 한국의 1967~68년에 태어나는 것도 선택할 수 없었으며, 미국에서 1953~56년에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을 창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조건들은 사실상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일한 항목은 1만시간을 투자하라는 것이지만, 어디에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문화적 배경은 역시나 우리의 의지 밖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사장이나 상사라면 우리의 직원들에게 제공할 수는 있다. 그것도 의외로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다.
우리는 비틀즈가 될 수는 없어도 비틀즈에게 1만시간의 연주 기회를 제공한 함부르크의 클럽사장은 될 수 있고, 빌게이츠가 될 수는 없어도 그에게 컴퓨터 사용환경을 제공해준 테이크사이드의 어머니회원은 될 수 있다.
인생에서는 아웃라이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아웃라이어가 될 기회를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 일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