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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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내용은 모두 제목에 농축되어있다. 이 엑기스를 살짝 풀어보면 이렇다.

‘인류의 역사를 들추어 보면 민주주의라는 것은 굉장히 힘들게 얻어지는 귀한 것인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많이(!) 쉽게 얻었다. 그래서 뒤늦게 나마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막상 대가를 지불하려니 왜 하필이면 억울할 수도 있으나 이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민주주의와 역사의 발전에 자체에 대해서 실망을 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감당하자’

이 책이 헌법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지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너무 멀어서 공허하게 들리는 그 조항들이 바로 우리가 큰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민주주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이겠지만, 이러한 가치들이 원론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이 말하고 있는 늦게 나마 지불 해야 하는 대가란 무엇인가?
우리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였을 때 민주주의를 위해서 시간을 덜 들였고, 피를 덜 흘렸다. 그건 좋은 일이지만 그 덕분에 민주주의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 따라서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의 추가적인 ‘개고생’이다.

이 민주주의와 지불개념은 참으로 매력적이고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정가대로 많은 세월과 피를 결국에는 다 지불 해야 하는 것일까?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보다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좀더 빨리 깨닫게 될 수 있다면, 조금은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지불을 후대로 넘겨버린다면 할증까지 잔뜩 붙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즉 저자는 이명박 정부 수립 이후에 민주주의 가치가 후퇴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이 역사의 역행을 최대한 막거나 완화 시킬 수 있는 보루로 헌법의 가치를 끌어온 것이다. 사채 이자를 쓰더라도 연 49% 이상의 제한을 두듯이 역사가 퇴행해도 일정 이상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들도 헌법을 송두리째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이 책이 출간된 지 100일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국내의 정치환경은 이 책을 지은 유시민이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지불’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고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아마도 지은이는 그런 문제들로 잠 못 드는 나날을 보낼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좀더 열심히 하고 좀더 영리하게 노력하면 그 대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만은 변함이 없다.

지은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와 같으며 이 취지에 십분 공감을 하게 된다.
전체적인 주제와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으나, 참여정부에서 일을 할 때의 경험과 최근의 사건들에 대한 의견을 함께 묶어 두었다. 그로 인하여 지난번에 읽었던 ‘여보, 나 좀 도와줘’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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