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004년 뉴욕, 뉴욕 ②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내가 서울서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여름방학 때 거기서 살던 아버지하고 잠깐 있었지요. 혹시 나 몰라요? 오정화라고."
 정화가 자기 명찰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런 사람 몰라요."
 그러면서 설희는 눈길을 다른 데로 돌렸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워낙 충격적인 일을 겪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얘기를 꺼낸 걸 후회했지만 어차피 마무리는 해야 했다.
 "어머, 임설희 씨가 당시 초등학생 때였다고 기억하는데 피짜집에서 피짜도 사주고 그랬잖아요."
 "그런 일 없고, 난 댁을 모릅니다."
 설희가 잘라 말했다.
 "기억에 없다면 할 수 없군요. 친구 이름이 뭐죠?"
 정화는 섭섭함을 달래며 민원사항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설희의 직업을 묻자 보스톤에 있는 매사추세츠 주립대를 다닌다고 대답했다. 정화는 새삼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어릴 때 큰 풍파를 겪은 아이가 이렇게 훌륭히 자라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유학생 비자로 들어와 유흥가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여성들이 많기에 조사를 해볼 사항이다.
 친구의 이름은 조미란이라고 했다. 컴퓨터로 조회를 해보니 LA유흥가에서 뉴욕 저명인사 골프파티에 원정을 온 호스테스였다. 이틀 전에 알몸으로 파티를 하다 주민 신고로 남자들과 여자 20여 명이 붙잡혀 한인타운을 관할하고 있는 109경찰서에서 한창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정화가 이미 보도를 접하고 뉴욕경찰국에 정보협조 요청을 해놓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용의자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혹시 얘도? 정화는 설희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조미란 그룹은 아마 곧 정식 재판을 받게 되리라. 알선책일 경우 구속이 되지만 단순 가담은 벌금형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불법체류자라면 무조건 추방이다.

  이를 설명해주자 설희는 면회할 수 있도록 영사관에서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화가 영사를 찾아갔으나 그는 개입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래서 직접 설희를 데리고 109경찰서를 찾았다. 조미란 수사는 마침 제이시 설리반이라고 하는 흑인 여성경찰관이 맡고 있었는데 범죄 현장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정화의 부탁에 제이시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뒤 면회를 마치고 나온 설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미친 것, 왜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 난리야."
 설희가 푸념을 했다. 그러면서도 정화에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곤 경찰서 밖으로 황급히 사라졌다.  


 영사관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제이시가 잠깐 이야기하자며 자기 사무실로 정화를 불렀다. 풍만한 제이시의 체구완 달리 방은 아담했다. 하지만 시원했고 집기와 서류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제이시가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건네며 물었다.
 "주디를 잘 알아?"
 "아니. 오늘 처음 만났어. 왜?" 정화가 되물었다.
 "그래? 난 또 아는 사이라고." 제이시가 자기 잔을 홀짝거렸다.
 "당신은 그녀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눈치인데?"
 "맞았어. 좀 의심이 가는 여자지."
 제이시의 말에 정화는 주스를 마시다가 주춤, 했다.
 "어떤 점에서?"
 "그걸 얘기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안 서는군."
 "내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리 나쁠 것 같진 않은데? 우린 친구잖아."
 그 말에 제이시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파일함으로 걸어갔다.
 "그래 한인은 한인이 잘 아니까. 그리고 정화에게 주의하라는 의미에서 내 친절을 베풀지."
 함을 뒤지는 그녀의 산만한 엉덩이가 장관이었다. 잠시 뒤 파일철 하나를 들고 와 그 속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 정화에게 건넸다. 철의 제목을 흘끔 보니 <범죄 관심대상자 요약>이었다.

 "읽어 봐." 
  정화는 흥미로운 마음에 찬찬히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주디 림, 즉 임설희가 뉴욕에 온 건 9.11이 일어나기 직전인 2001년 7월이었다. 그 전 6개월 동안 L.A.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이후 뉴욕에서 랭귀지스쿨을 졸업하고 2002년 가을에 매사추세츠주립대학 국제금융 학사과정에 등록했다. 거처는 보스톤 케임브리지 2번가다. 그녀의 후견인은 L.A.에 사는 삼촌 데이빗 로드, 한국명 임판규라고 나와 있었다. 로드는 90년 대 말에 L.A. 유흥가에서 주류도매상으로 성공해 바와 클럽을 몇 개 소유하고 있다. 폭력 전과와 마약중개로 복역한 전력이 있고 현재는 탈세로 구속 중이었다. 후견인이 그렇다 보니 설희가 관심대상에 오른 듯했다.
 "삼촌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조카까지 문제가 있다는 건 좀 그런데?" 정화가 잠시 서류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다음 페이지를 읽어 봐." 제이시가 말했다. 그녀는 어느 새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 주디 림에 관한 브리핑

 

 림은 보스톤에 거주하면서도 뉴욕 퀸즈의 한인타운 유흥가를 정기적으로 출입하고 있다. 목적은 분명치 않다. 만나는 인물이 범죄 전과가 있거나 위험한 인물은 아니지만 불법 매매춘과 관련되어 있다는 정황 몇 개가 포착됐다. 테스트 결과 림에게 마약 복용 흔적은 없다. 직접 매춘에 뛰어든 정황도 없다. 그러나 마약 범죄전과가 있는 멕시코계 인물과 불법체류 한인 여성 몇 명을 만난 적이 있다.  

 림은 또, 분기에 한 번씩 미국내 여행을 한다. 최근 3년 동안 캘리포니아와 애틀란타에 각각 3번, 텍사스 오스틴 2번, 애리조나 투산 2번, 등이다. 캘리포니아 여행 목적은 교도소에 있는 삼촌 데이빗 로드 면회지만 주로 L.A. 한인밀집지역 유흥가에서 지낸다. 다른 지역의 여행목적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단순여행이다. 그런데 만난 자들의 행적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 거의 불법매춘, 마약, 또는 불법이민과 관련된 인물들이다. 여행지에서 휴대폰 신호가 자주 끊기는 것에 의심이 간다. 조사를 했지만 범죄관련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학생 신분으로 별다른 직업이 없으면서도 고급승용차를 몰고다니고 있는 것 때문에 매매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심해 계좌를 수색했다. 그 자금은 모두 데이빗 로드가 송금한 것이었다.
 한국엔 6개월에 한 번 꼴로 방문한다. 출국기록에 따르면 여행 목적이 병상에 있는 아주머니 방문이다. 그런데 한국 경찰 첩보에 따르면 김창호라는 조직폭력범을 몇 번 만났다고 한다. 그는 폭력과 살인청부 혐의로 한국에서 체포된 전력이 있는 조직폭력범으로 모두 단순 상해로 밝혀져 경미한 처분을 받았다. 그는 1년 6개월 형을 받고 2003년 12월에 만기 출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림의 아주머니 림지현이 과거 김창호에게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림이 가장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3년 12월로, 출소한 김창호를 만났다는 기록이 있다. 림과 김창호가 연인관계인지는 분명치 않다. 공교롭게도 김창호는 2002년 2월에 L.A.를 방문, 림과 함께 데이빗 로드를 만나기도 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이상에서 보듯, 림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한국 조직범죄자들, 또는 데이빗 로드와 관련된 불법 커넥션에 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범죄예비단계일 것이다.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2004. 4. 13. 리 J. 잭슨, 프로파일러 NY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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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열광시킨 아름다운 사랑' 영화라고?

 세계, 열광이라는 낱말이 안 들어가면 영화든, 영화평이든. 저널리즘이든, 도대체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다.

 좋은 영화다. 그러나 도리어 그 호들갑이 영화가 주는 감동을 반감시킨다.
 난 그런 평과는 상관 없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관계의 내밀한 단면에 주목한다.
 영화는 여인의 치매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 그림자 속엔 '가까운 인간관계가 주는 상처'가 숨어 있다. 관계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동반한다. 그 관계가 주는 무게가 곧 인생의 짐이 된다.
 너무 가까워도 병이다. 상대에 대한 사소한 섭섭함도 '상처'라고 치부하며 가슴에 꼭꼭 담아둔다.

 그 상처는 소유욕에서 온다. 내 것, 내 남자, 내 여자, 내 아이, 내 재산......
 대체 사랑이란? 부부란? 인연이란?
 서로에 대한 소유욕에서 해방될 때 그 상처는 치유된다.
 여자는 치매를 통해 한 남자에 대한 소유욕을 떨쳐버렸지만, 다른 한 남자에 대한 심한 소유욕(연민, 사랑으로 포장된)으로 다시 방황한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는 여자에게 바로 그 '다른 남자'를 다시 만나주게 함으로써아내로부터 해방된다. 영화 속에서 해방된 계기가 흥미롭다. 그 다른 남자 아내와의 동침. 그러나 심각하진 않다. 자기 아내, 즉 이전 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멀어지는 과정을 참 잔잔하게 그렸다. 현실에선 얼마나 폭력적인가. 살인, 폭력, 자살, 집단자살......
그 깊은 배경엔 자본주의제도의 결혼과 가족시스템이 지닌 모순과 불안전성이 있다.

 한편, 여자는 죽을 때까지 생물학적으로 관계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존재인가.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된......이런 생각을 해본다.

 치매에 걸리지 않아도 우린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을 많이 만난다. 관계 속에서 사랑하고 상처주고받고 떠나길 반복한다. 그리고 잊는다. 잊지 않는 게 병이다.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떨어지는(Away from her) 건 가슴아픈 일이지만 우주에서 먼지같은 존재, 어차피 모든 게 스쳐가는 인연이다. 

 닥터 지바고(1965년)에서 지바고(오마 샤리프 분)의 연인 라라 역으로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 그녀가 다시 이 영화로 어필했다. 무려 40년이 넘었다.
파릇파릇한 젊은 여성 역에서 이제는 치매 걸린 노인역으로.......정말 세월은 무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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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좋다.

 

영화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맥락을 놓치기 일쑤다.
남녀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그다지 난삽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실제 침실에서는 다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야한 상황을 연출하시지 않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다 범죄는 돈과 관련된 것이다. 그 다음이 성범죄다.
그런데 섹스가 몰고오는 그 치명성은 때로는 자본의 장난보다 더 지독한 것 같다.
섹스와 사랑 감정의 함수관계, 참 미스테리하다.
동물 본능에 따른 것인데 왜 그게 감성과 이성,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영화에서 확인되듯 역시 섹스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감흥을 주는 듯.
루시아와 로렌조의 생활에서의 갈등에서 볼 때
섹스 대상과 생활을 공유하게 되면
섹스 이외의 현실 문제에 부닥치게 되고 관계가 지루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리듯이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만나고 해피엔딩을 시사하는 건 참 아싑다.
인생의 기쁘고 안정된 순간은 사실 가장 불안정한 상태다.

모든 것은 변하고 곧 또다른 갈등이 찾아온다.

궁궐로 들어간 신데렐라는 그 뒤로 평생 행복했을까?

남편의 축첩, 자녀들 문제, 궁정암투 속에서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다

(물론 왕자의 아내니 똥기저귀 빨거나 요리, 청소는 안 했겠지)

자살, 이혼 또는 마리 앙트와네트처럼 단두대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실된 해피엔딩이란 죽음 말곤 없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의 메릴 스트립처럼

멋진 섹스를 나눈 상대는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평생 안타까움으로 남을지라도

그게 살아가는 데에 더 보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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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4년 뉴욕, 뉴욕 ①  

 

 

 5. 2004년 뉴욕, 뉴욕 ①  

 


 과거 정화와 설희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간을 8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4년 뉴욕에서의 그 밤을 정화는 절대 잊지 못한다.

 

 8월이 한창이던 어느 날 새벽, 정화는 침대에서 벌거벗은 상체를 일으키고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어디지? 언젠가 한 번 들렀던 방. 옆에선 한 여자가 잠들어 있었다. 침대 시트는 바닥에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자신과 그 여자의 몸은 완전 벌거숭이였다. 심한 갈증이 몰려왔다. 머리도 깨질듯 아팠다.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면서 정화는 일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 상대 여자는 설희다. 여기는 그녀의 방. 간밤에 클럽에서 진탕 마신 뒤 그녀와 같이 이리로 온 기억이 났다. 그리고 한데 뒤엉켰다. 술김이었지만 알고 보면 정화가 원하던 것이었다.

 이제 어쩌면 좋지? 설희가 잠에서 깨어나면 뭐라고 할까?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후배인 그녀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게 후회가 됐다. 기억을 다시 더듬어 보았다.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정화가 설희를 안았고 설희는 그녀 품에 안겼다. 그러길 잠시, 정화가 설희의 입술을 찾았고 입맞춤이 길어지자 몸에 열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고 서로 옷을 벗겼다. 이어 찾아온 폭풍과 오르가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설희가 오히려 더 적극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불을 당긴 건 정화였다. 평소 자신을 언니처럼 따르던 설희. 언니로서 무언가 길을 잘못 인도했다는 자책감에 정화는 몸을 떨었다. 그 때 설희가 몸을 뒤척였다. 일어나 앉은 그녀를 잠깐 바라보더니 부둥켜 안고 다시 침대로 눕혔다. 그리곤 입술로 정화의 젖무덤을 애무하더니 젖꼭지를 빨았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얘가?'
 잠시 그러던 설희는 다시 정화 몸에서 떨어져 나가 잠이 들었다. 새벽 여섯 시였다. 출근하려면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잠을 더 자야 할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정화는 망설였다. 난생 처음으로 겪은 일. 동성과 욕망을 해결하다니, 자신에게 이런 구석이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앞으로 어떡하지? 로빈이 알면 뭐라고 할까? 머리 속에서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 사뭇 잠이 들었다. 
 "출근해야지?"
 눈을 뜨니 설희였다. 어느 틈에 슬립을 걸치고 있었다. 수건으로 묶은 머리에 물기가 있는 걸 보니 막 욕실에서 나온 듯했다. 몸을 일으켰다.
 "예쁘네, 몸이." 설희가 그녀의 속옷을 찾아 건네며 말했다. 정화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응?""하고 말 뿐이었다. 한여름이라 방은 더워지기 시작했다. 욕실로 가 샤워기를 틀었다. 설희의 입술이 지나간 몸 구석구석에 시원한 물줄기가 쏴아하고 쏟아졌다.
 욕실에서 나오니 설희는 보이지 않았다. 어색함을 느낄까봐 먼저 피한 듯했다. 식탁엔 토스트와 우유가 놓여 있었고 메모가 보였다.
 - 나중에 전화할게, 언니. 간밤에 굿이었어. 문을 잠그고 키는 가져 가.
 
 출근해서도 하루 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로빈이 연락을 해왔다.
 "하이, 정화. 어제 전화를 안 받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여자 후배 집에서 잤어. 알지? 주디."
 로빈은 그랬냐고 하면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그러나 정화는 왠지 그를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급한 사건이 생겨 오늘은 곤란하다면서 약속을 내일로 미뤘다. 로빈은 더이상 채근하지 않고 몸조심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로빈과는 한인여성 인신매매 건에 대한 뉴욕경찰국의 과장보고사건 수사를 하다 만났다. 로빈 호긴스(Robin Hogins Jr.) 요원이 몸담고 있는 FBI에서도 이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에선 국세 탈루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뉴욕경찰국은 한인여성 인신매매 통계를 실제보다 과장해 거액의 수사자금을 상부로부터 타내 불법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시카고, 애틀란타, 펜실베니아, LA경찰국에서도 같은 종류의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인신매매 두 건을 120건으로 뻥튀기한 곳도 있었다. 한국정부는 나라
위신과 관련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마침 뉴욕총영사관에 파견나와 있던 정화에게 이 임무를 맡겼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고 시종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뉴욕경찰국과의 소통창구를 열어준 게 로빈이었다. 그게 계기가 되어 급기야 몸을 섞는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둘 다 한창 나이의 독신이었다. 그러나 만남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했다. 주위에 알려지면 공직자 기강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화는 로빈을 잠깐 스쳐갈 인연이라고 생각했고 그건 로빈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에겐 약혼녀가 있다.

 아직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마당에 설희와의 일이 생긴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화장실로 가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꼼꼼히 뜯어보았다. 퀭하고 핏발 선 눈과 부석부석한 피부가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았음을 나타내주었다. 부득이 조퇴를 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가면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뉴욕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거리도, 사람들의 표정도 지난 봄보다 휠씬 활기차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9.11의 상처가 거의 아문 듯했다. 그러나 속은 그게 아니었다. 정신적 공황은 유령처럼 아직도 뉴욕시민들의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한국에서 쫓겨나듯 이곳으로 온 지 벌써 열 달이 다 되어 간다. 애초부터 뉴욕은 낯설지 않았다. 경찰대에 다닐 때 6개월 동안 이곳으로 와 FBI로부터 수사기법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수사 쪽으로 주특기를 선택한 것도 그 연수가 계기였다. 하지만 채 발휘도 못 해보고 다시 이곳으로 떠돌이처럼 돌아오다니, 정화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캐나다에 큰오빠가 살고있지만 서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 배다른 오빠인 그는 처음부터 정화와 정화 어머니를 가족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지금 지병으로 서울 근교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
 몇 달 전 딸의 안부를 걱정한 아버지가 먼 이곳까지 찾아온 적이 있었다.
 군에서 강제 예편당한 아버지는 변변한 공직 하나 맡지 못했지만 아직도 영사관으로부터 장군 대접을 받았다. 그 뒤로 주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 가운데는 경멸의 눈길도 있었다. 특히 오래전에 신군부가 광주에서 벌인 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젊은 직원들이 그랬다. 그러나 정화는 개의치 않았다. 광주에서의 학살은 분명히 잘못된 짓이었지만 아버지는 당시 수도권 포병부대에 있었던지라 직접 동족에 총부리를 겨누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빠들은 달랐다. 아버지의 경력을 알고난 뒤 방황했고 작은 오빠는 운동권에 가담하기도 했다. 어버지의 죄를 씻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결혼하더니 그저 속물이 돼버렸다. 최근 사업에 실패하더니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떼어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이에 큰오빠와 사이가 틀어졌고 집안은 시체말로 콩가루가 되어 있는 상태다.
 아버지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있는 건 정화 뿐이었다. 서울로 돌아가던 아버지는 배웅을 나온 정화에게 처음 눈물을 보였다. 그 때 아버지는 '장군의 딸'답게 씩씩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화는 아버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집이 있는 스캐어즈데일(Scarsdale) 교차로였다. 집은 유태인 부부가 세를 놓은 곳이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방 둘에 거실과 주방, 욕실을 갖춘 편리한 공간이었다. 정원도 딸려 있어 철마다 그 모습을 바꾸는 모양새가 보기에 아주 좋았다. 물론 집세는 정부에서 지원한다.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MP3를 열고 예전에 종서가 선물로 준 CD를 집어넣었다. 조용한 연주음악이 흘러나왔다. 그의 형이 죽은 뒤 종서는 자기 때문에 형이 그렇게 됐다며 정화를 떠났다. 종서의 나이는 정화보다 한참 어리지만 그녀에게 있어 사실 상의 첫사랑이었다.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일, 애초부터 종서와 그렇게 얽히는 게 아니었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지금은 아마 군생활을 하고 있으리라. 그러다가 설희와 있었던 지난 밤의 일로 생각이 자연히 옮겨갔다. 로빈과의 일도 그렇고, 난 왜 이리 어이없는 사랑만 하는 걸까. 정화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설희를 이곳에서 처음 만난 건, 지난 달 원정매춘 단속 일로 그녀가 직접 영사관을 찾아와서였다.

 친구가 퀸즈에 있는 109경찰서 유치장에 있는데 면회가 안 된다며 항의하러 온 것이었다. 그녀가 자기 이름을 주디 림(Judy Lim), 한국명 임설희라고 밝혔을 때 정화는 놀랐다. 일찌기 기억하고 있던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건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렇게 만나는구나. 어릴 때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예쁘고 잘 빠진 동양계 성인여성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렇게 변하다니, 조물주의 기적이라고 밖엔 설명이 안 됐다. 설희가 내민 여권에서 이름을 다시 확인하곤 주저주저하다가 물었다.
 "임설희 씨? 혹시 어릴 때 연천에서 살지 않았나요?" 정화가 물었다.
 그러자 설희의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런 건 왜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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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동창생들 - 4. 감상은 나의 적 ⑦

 

 

 

 

 

 그날 밤, 영등포의 한 오피스텔에선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는 남천우와 김창호, 제시카, 그리고 미키였다. 행동대장 샤프는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창은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었고 벽엔 등을 보인 여인의 흑백사진 하나만 달랑 걸려 있었다. 실내엔 담배연기가 자욱했고 술병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이었다. 일행은 티브이 속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고 김창호의 지시 아래 미키가 방 안을 왔다갔다하며 휴대폰으로 부지런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 낮 콘돌, 이근우가 저지른 돌출행동이 앞으로 큰 파장을 몰고올 것이었다.
 토론은 세 가지로 집약되었다.
 하나는 누들이 처리하기로 한 콘돌이 어떻게 아직도 서울에서 활보하고 다닐 수 있었냐는 것, 다른 하나는 이근우의 바로 윗선인 누들과 자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마지막 하나는 이근우가 오정화를 불러들여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일이 터지자마자 김창호가 가장 먼저 어딘가로부터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제시카와 미키를 불러들여 초동조치를 취한 다음, 남천우에게 연락했다.
 회의 주재자는 보스 남천우였지만 거의 김창호가 주도했다. 남천우는 시종 태연했다. 설령 이번에 문제가 터져도 전적으로 김창호가 지휘하는 라인에서 저지른 일이라 자신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일에 대해 깊숙히 아는 것을 아예 두려워하고도 있었다. 근래 들어 조직 관리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니와 실권을 거의 김창호로 넘긴 상태였다. 얼마 전 그가 총애하는 조직의 2인자 박시백이 창호에 의해 제거된 뒤 그는 거의 조직의 바지사장 꼴로 전락해 있었다.  
 종로에서 일이 터진 걸로 보아 세운상가에 가게가 있는 누들이 이근우를 도와준 게 틀림 없었다. 그는 귀신처럼 자취를 감췄다.
 인천공항에까지 조직원을 풀었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출국기록은 아직 없었다. 그의 특기인 위조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자칼은 마침 그 시간에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오던 중이라 서울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이 그를 잡아 가두는 데에 성공했다. 그제야 소식을 들은 자칼은 조직원들의 추궁에 사실을 고백했다. 이틀 전 이근우가 갑자기 모항으로 찾아오겠다고 하길래 그 만남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 뒤 이틀 동안 여기저기 피해다녔으며 만난 적이 없다고 맹세헸다. 김창호는 그와 통화하면서 제거 대상인 이근우의 연락을 받고도 조직에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 그리고 조직원들에게 자칼을 당분간 감금하고 만약 누들이 근처에 나타나면 반드시 제거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정황은 추측이 가능해졌다. 이근우가 자칼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하려 했으나 자칼이 만나주지 않는 바람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누들에게서 위조여권을 받아 다른 출국경로를 알아보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멍청한 새끼."

 남천우가 중얼거렸다. 김창호에게 한 말인지, 이근우를 두고 한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형님." 김창호가 고개를 숙였다. "실제 이근우는 외곽에 있었으니까 조직 전체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경찰이 놈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면 누들과 자칼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안전도 결코 보장될 수 없을 테지요. 따라서 경찰보다 먼저 그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자칼은 잡았으니 누들이 문제인데, 만약 여길 떴다면 다행입니다. 당분간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형님은 걱정하지 마시고 평소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콘돌인지, 이근우인지 하는 놈은 지금 어디에 있대?"
 "백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데 중태라고 합니다."
 "오정화, 그 년 아주 당차네." 남천우가 제시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시카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미키가 중얼거렸다. "한꺼번에 콘돌과 자칼, 누들에게 문제가 생기다니." 
 그들은 사실 이 사업의 절반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무너지긴 뭐가 무너져.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제시카가 소리쳤다. 그 바람에 미키는 입을 다물었다. "누들이 만에 하나 경찰에 잡히더라도 절대 불지는 못할 거야. 그러면 자기들 목숨도 간당간당하니까. 다만, 콘돌에게 수서동 건을 부탁했던 게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우리가 직접 실행에 옮겼다는 증거가 없잖아."
 제시카의 말에 일행은 일단 안도했다. 그러나 미키가 문제점을 들고 나왔다.
 "만약 누들이 콘돌에게 조직에 대해 발설했다면? 특히 제시카 누님에 대해서요."  
 "나에 대해서? 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놈이 오정화의 스토커, 팬이라고 보도하더군요.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누들이 그걸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혹시 아주 사적인 것, 그러니까 누님과 오정화의 미국에서의 인연에 대해 술자리 안주 삼아 콘돌에게 귀뜀을 했을 수도......"
 "집어 치워." 제시카가 다시 한번 미키의 말을 막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의 추론에도 일리가 있다는 듯, "일단 경찰 쪽 동향을 파악해 보고 다시 얘기 하자. 그 쪽은 형님이 알아보고 있죠?"
 "응." 창호가 시원스레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들어온 소식은 콘돌이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있는데 중태라는 것, 그리고 오정화가 상황 보고도 않고 어디론가 자취를 갑췄다는 것 뿐이야. 둘이 무슨 이야길 나눴는지 경찰에서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 오정화가 왜 그랬을까?"
 "이거야 원, 모든 걸 전혀 종잡을 수 없군요." 미키가 말했다. "오정화를 우리가 안전하게 모셔올까요?"
 그 말에 제시카의 안색이 확 변했다. '안전하게 모셔온다'는 말은 그들 사이에서 '납치살인'을 뜻한다.
 "그건 안 돼." 제시카가 잘라 말했다.
 "왜죠? 인연 때문인가요?" 미키가 반문했다.
 그 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천우가 제시카를 두둔하고 나섰다.
 "야, 임마. 절대 그건 아니지. 우리 철칙이 있잖아, 여자는 절대 모셔오지 않는다. 이래저래 귀찮게 구니까 말야. 게다가 경찰, 그것도 FBI 년이라니.....끄응....."
 "FBI라는 건 확실하지 않아요. 그런 설이 있을 뿐이지." 제시카가 말했다.
 그 때 김창호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다른 방으로 건너갔다.
 한참 뒤 돌아온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경찰이 누들과 자칼을 추적하고 있다는군요."
 "그렇게 빨리?" 남천우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CCTV와 목격자 진술, 현장 주변에서 확보한 현금카드 등으로 이근우가 동행했던 여자를 잡았고 그 여자 폰에서 누들과 자칼 전화번호가 나왔답니다."
 그 때가 새벽 네 시였다.
 "이런 젠장!" 미키가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쳤다.
 "제시카는 일단 여길 뜨지?" 김창호가 말했다.
 "안 그래도 출국시기를 앞당기려고 했어. 너무 오래 머물렀군. 미키도 일단 같이 나가는 게 어때?" 제시카였다.
 "내가 왜? 상황파악은 누가 하고?" 미키가 반문했다.
 "누들이 가 봤자 샹하이야. 거기 가서 찾아보자. 만에 하나 있을 위험도 피할 겸."
 "그렇게 해. 상황이 좋지 않아.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창호가 말했다.
 "난 어떻게 할까?" 남천우가 물었다.
 "형님도 잠깐 나가 계시지요. 일본도 좋고 유럽도 좋고. 우리에겐 안전판이 있으니까....."
 "그러지 뭐. 한 달 정도 푹 쉬고 올 테니까 그동안 자네가 잘 처리하리라 믿어."
 "네." 김창호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남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피스텔을 나갔다.
 창호가 샤프를 불러 귀엣말을 했다. 
 "형님 옆에 하나 심어 둬. 코너에 몰리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그리고 저쪽에 연락해 자칼을 즉시 없애버리라고 해."
 샤프도 오피스텔을 나갔다.
 "저기선 어떻게 하겠대?" 제시카가 창호에게 물었다.
 "누들과 자칼 선에서 끝내보겠다고 하더군."
 "약을 더 쳐야 하나?"
 "당연하지."
 제시카가 잠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순간이었다. 나머지 일행도 세부사항을 점검하고 나서 각자 갈 곳으로 흩어졌다.


 한 시간 뒤 제시카 첸이라는, 위조여권 그림자 뒤에 숨은 임설희는 잠실의 자기 아파트로 돌아와 있었다. 간단한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해가 길어서인지 동이 트면서 밖이 환해져 있었다. 오정화, 오정화......이런저런 생각과 추억이 그녀 머리를 괴롭혔다. 감상은 나의 적,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냉장고로 가 맥주 캔을 하나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 다음 침실로 와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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