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좋다.
영화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맥락을 놓치기 일쑤다.
남녀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그다지 난삽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실제 침실에서는 다들 영화보다 더 극적이고 야한 상황을 연출하시지 않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최다 범죄는 돈과 관련된 것이다. 그 다음이 성범죄다.
그런데 섹스가 몰고오는 그 치명성은 때로는 자본의 장난보다 더 지독한 것 같다.
섹스와 사랑 감정의 함수관계, 참 미스테리하다.
동물 본능에 따른 것인데 왜 그게 감성과 이성,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영화에서 확인되듯 역시 섹스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감흥을 주는 듯.
루시아와 로렌조의 생활에서의 갈등에서 볼 때
섹스 대상과 생활을 공유하게 되면
섹스 이외의 현실 문제에 부닥치게 되고 관계가 지루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주 먹으면 질리듯이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만나고 해피엔딩을 시사하는 건 참 아싑다.
인생의 기쁘고 안정된 순간은 사실 가장 불안정한 상태다.
모든 것은 변하고 곧 또다른 갈등이 찾아온다.
궁궐로 들어간 신데렐라는 그 뒤로 평생 행복했을까?
남편의 축첩, 자녀들 문제, 궁정암투 속에서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다
(물론 왕자의 아내니 똥기저귀 빨거나 요리, 청소는 안 했겠지)
자살, 이혼 또는 마리 앙트와네트처럼 단두대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실된 해피엔딩이란 죽음 말곤 없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의 메릴 스트립처럼
멋진 섹스를 나눈 상대는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평생 안타까움으로 남을지라도
그게 살아가는 데에 더 보탬이 된다.